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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Dec 01. 2022

Prologue.  나이먹고 유학간 ssul.

왜 언제부터 유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기어코 거슬러 올라가자면 대학생 때, 친한 친구들 몇몇이 교환학생을 준비했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별 생각 없이 토플학원을 다니다 2/3까지 수강하면 환불 불가란 말에 15일 만에 도망치듯 환불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나에게 영어공부란 못할 짓이었다. 내 친구들은 교환학생을 다녀왔고 나는 가지 않았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나에게 가장 큰 우선순위는 일이었고 나름 열심히, 재밌게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관성적으로 일하는 내 모습을 눈치챘다.


20대 때 연극 하나만 봐도 그들이 흘리는 땀방울에 감격하고, 전시 하나에 내 영혼을 채운다는 생각으로 충만하던, 오버 감성을 지녔던 나였는데, 이젠 어느 것 하나 신기한 게 없고 전시나 맛집을 가서도 아주 비평가 납셨다는 비아냥을 들어도 될 만큼 구시렁 구시렁대는 내가 보였다. 앞으로 이렇게 살아갈 내 모습에 두려움이 엄습하던 찰나, 그때 그 시절 내가 해보지 못했던 해외 생활을 한다면 나아질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그 시작이었다.


처음으로 유학을 가볼까?↗ 라는 생각을 한 건 아마도 서른 한살 즈음. 정말 저 물음표 뒤에 올라가는 화살표처럼 읽어주면 된다. 저때는 실제 내가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나조차 생각지 않았기 떄문에 그저 허구의 궁금증과도 같았다. 당시 잘난 회사는 아니지만 내 딴에는 안정적인 직장이 있었고, 일도 얼추 잘 해나가고 있던 터라 이런 고민이 스믈스믈 올라오는 나에게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아니 나이 서른 넘어서???? 내가??? 이 모든 걸 다 버리고??? 가진 것도 없지만 그래도 여태까지 해놓은게 있는데 이걸 다 버리고??? 이런 마음으로 아직은 나조차 이 고민이 진짜 내가 원하는 고민이 맞는지 긴가민가 할 때, 내 친구의 전해준 한마디가 나의 마인드셋을 바꿔놓았다.


"명수옹 짤 생각해 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고.
이미 우린 늦었기에 더 늦게 가도 전혀 문제 없어."


결국 한 번 해볼까 반신반의했던 마음에 물음표 대신 느낌표로 답을 하게 된 것이다.  


출처 : 무한도전 YouTube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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