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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비라이터 Mar 17. 2023

대리가 되기까지

1-2. 갑자기 대리가 되다

직급을 소망하던 나는 수차례의 이직을 통해 드디어! 직급을 갖게 되었다. 이직한 곳에서 그간의 경력을 인정받아 무려 “대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직급 때문에 이직했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었다. 

 

설마, 세상에 누가 직급이 갖고 싶어서 이직을 하겠는가. 물론 과장이 부장 직급으로 승진하여 이직은 당연히 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오롯이 직급에 대한 열망으로 이직을 결심할 만큼 정신 나가지는 않았다.

 

남들도 다 알고 나도 알고 있는 이직의 가장 필수적인 조건이라면 지금보다 나을 것이었다. 사람마다 두는 가치가 달라 내가 지금 말하는 조건이 만족되면 꼭 이직하라 밀 수 없다.

 

지금보다 낫다는 것에는 여러 조건들이 있을 수 있다. 

 

모두가 생각하는 건 당연히 돈이다. 연봉의 만족스러운 상승을 이직을 통해서 얻는 것이다. 단순히 얼마, 몇 퍼센트라기보다는 물가 상승률, 그리고 현재 회사에서 오를 연봉률 등을 비교해 가며 오를 연봉이 만족스러운지 생각해 본다. 물론 그전에 회사나 헤드헌터가 먼저 물어볼 것이다. 

 

매번 10% 인상률을 불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케이 했던 곳도 있고 그건 좀 높은데요 했던 곳도 있고. 우선 최대치를 부르고 깎아 나가는 전략이 가장 쉬운 전략이다. 물론, 듣자마자 어휴, 안 되겠는데요? 하고 쳐내는 곳이 있을 수도 있다. 뭐 어쩌겠는가 인연이 아닌 거지. 

 

돈 다음으로는 복지, 워라벨, 가고자 하는 인더스트리 등등이 있을 것이다. 물론 회사는 직접 겪기 전 까진 모르지만, 요즘 회사 내부 분위기 검증을 해주는 여러 사이트 덕분에 면접 전에 분위기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부모의 원수가 가도 한 번쯤 말린다는 전설의 평을 남긴 잡플레닛도 있고, 퇴사자와 입사자, 그리고 연봉을 쉽게 볼 수 있는 크레딧잡도 있다. 또한, 최근 이게 직장인 신문고인지 네이트 판의 기출변형인지 모를 블라인드도 있다. 

 

만약 내가 이직할 회사가 세 개 사이트에 아무리 검색해도 뜨지 않는다면 차라리 회사 요청으로 가려진 글이라며 숫자 조작하는 회사보다 덜 위험할 수 있다. 

 

물론 가장 정확한 건 내부자를 찾아 묻는 것이다. 꽤나 적극적인 사람이라면 링크드인을 통해서 재직자에게 물어볼 수 있다. 여기까지 하기가 귀찮거나 좀 어색한 사람은 위 세 개 사이트를 열심히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아무튼, 대리라는 직급을 얻은 외국계로 이직해서 얻은 것 중 하나였다. 예상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꽤나 갑작스럽게 대리가 된 기분이었다. 

 

외국계에 떨어진 내가 대리?!

 

처음 직급을 받고 이직을 했을 때 진심으로 이 세계의 용사가 된 심정이었다. 차이점이라면 이 세계의 용사는 절대 가질 수 없는 4대 보험이 있는 것뿐이었다. 

 

용사처럼 처음 떨어진 새로운 환경이라 여러모로 적응해 나가야 하고, 외국계라 한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써야 했다. 물론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이 기대하는 것과 실제로 내가 가능한 것에 대한 조율이 필요했다.

 

내가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바로 마왕을 잡을 거라 기대했다면 그건 소환한 놈들의 문제였다. 그렇지만 실제 실력이 잡몹 정도 잡기만 가능하다면 입사할 때 약을 너무 잘 판 스스로를 질책해야 한다. 대리는 게임 레벨을 마스터가 100이라 가정하면 30~38 Lv일 것이다. 이게 사람 나이처럼 보인다면 기분 탓일 것이다.

 

갑작스럽게 대리가 된 시점에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내가 오피셜 대리가 될 거란 예상을 하지 못했고 대리 사수를 가져본 적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리에 대해서 스스로 고찰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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