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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늘 Mar 25. 2022

<일층 이층 삼층>(2021) 난니 모레티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사라진 퍼즐 한 조각, 무게의 층

[씨네리와인드|이하늘 객원기자] 이탈리아의 거장 감독 난니 모레티의 신작  「일층 이층 삼층」 이 제 26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됐다. 이 작품은 <나의 어머니>(2015) 이후 6년 만에 연출한 14번째 영화로서 각본 대신 각색한 첫 번째 작품이다. 가족 간의 신랄한 비판과 더불어 따스한 시선을 담고 있는 그의 작품의 특징은 <일층 이층 삼층>에도 깃들어있다. <일층 이층 삼층>이라는 명칭을 제외하고도 <세 개의 층>이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한 건물의 이웃들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마치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관계가 무너져 내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의 오프닝, 임산부가 거리에 홀로 서있다. 그녀를 향해 돌진하는 차 한대는 다른 이를 치고, 1층집으로 도달해 그 집 벽을 박살낸다. 예기치 않은 자동차 사고로 인해 차 안의 운전자인 2층 집의 안드레는 졸지에 살인자가 된다. 그렇게 1층 집의 루치오의 집에 침범한 흔적은 세 가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 1층의 루치오는 자동차 사고로 인해 망가진 집을 복구하기 위해 2층의 레나토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딸인 프란체스카를 맡기게 된다. 그러던 중  딸과 레나토가 밤중에 갑자기 실종되었다가 공원에서 다시 발견되는 일이 발생한다. 레나토로 인해 자신의 딸이 신체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을까하는 걱정이 발현되고, 모든 일들은 마치 조각난 퍼즐들처럼 흩어진다.                     


▲ '일층 이층 삼층'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그렇게 싹튼 의심의 씨앗은 점점 커진다. 마침내 의심은 그를 집어삼키고, 레나토를 향한 분노를 커진다. 아동 성범죄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이웃 간의 사이는 금이 갔다. 2층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판사 부부인 도라(마거리타 부이)와 비토리오(난니 모레티)는 자신의 아들의 비도덕적인 행동에 아들과의 연을 끊고 감옥에 보낸다. 골이 난 감정들은 이제 시간들의 굴레를 돌아 되살아난다. 안드레의 사건을 목격한 임산부 모니카는 집에 없는 남편으로 하여금 정신이상적인 행동을 보인다. 하나의 사건으로 하여금 한 건물에 거주하는 모든 층의 사람들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사건 속으로 들어갔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그림의 퍼즐처럼.


그들의 평화로웠던 모습은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가리키던 손가락은 결국 자신들을 겨누는 총이 되었고, 그 총으로 새겨진 총알의 흔적으로 피를 흘리며 쓰러지게 되었다. 이전까지의 이웃들의 공간을 오가면서 왕래하던 행동은 자신들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는 행동으로 변모되었다. 이제 세 개의 층은 서로의 온기는 사라진 채 어둠만이 가득 드리워져있다. 서로에게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분노와 죄책감의 감정들은 각 캐릭터들 사이에 연결되어 끊기지 않는 고리가 되었다. 퍼즐의 조각을 찾으려 애쓰지만, 찾지 못한 채 흐른 시간들 속에 변화한 겉모습만이 남겨져 있을 뿐이다. 영화는 5년 후, 10년 후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로를 용서하는 이들을 관망한다. 마음의 무게로 남아있던 케케묵은 사건들의 상자 위에 올려진 먼지를 손으로 털어내고, 그 안의 진실을 발굴한다. 그 진실은 이제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빛이 바래져 있지만, 이제 그림을 완성 시킬 수 있는 퍼즐의 한 조각이다. 그림이 완성되고, 세 개의 층의 사람들은 각자의 걸음을 걸어간다. 이기심으로 인해 붉었던 피가 검붉게 망가져버린 그 시간들 속에서. 각자의 후회를 삼키고, 서로에게 화해의 악수를 건넨다. 그 손을 건네는 시간들은 세월이 흘러 모습을 바꿀 정도의 오래된 시간이었지만 변모된 진실 속에서 진심을 찾아낸다.                      


▲ '일층 이층 삼층'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난니 모레티의 잔잔하면서도 강렬하게 파고드는 영화의 흐름은 감독 본인이 연기한 자신의 아들 안드레를 밀어낸 비토리오의 캐릭터와 마주 보고 있다. 영화 속 세 개의 층은 서로를 마주 볼 수 없이 겹겹이 쌓여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세 개의 층을 연결해주는 것은 다른 층들의 무게, 지탱임에. 감독은 냉철하지만 따스한 시선을 보낸다.  



Director 난니 모레티

Cast 마르게리타 부이, 리카르도 스카마르시오


■ 상영기록

2021/10/07 18:30 CGV 센텀시티 5관

2021/10/10 13:00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2021/10/14 13:30 소향씨어터



*씨네리와인드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http://www.cine-rewind.com/sub_read.html?uid=5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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