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빅스텝'을 듣는 것도 흔치 않은데, '자이언트 스텝'을 듣는다니 참 이상한 시대입니다.
이렇게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는 것은 결국 물가상승 때문인데요. 물가를 잡아야 하는 연준이 역할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상상해봤습니다. 파월 말고 다른 사람이 연준 의장이었다면 좀 더 나았을까요?
파월과 테일러
2018년, Fed 의장 지명 전 마지막 후보는 두 명이었습니다. 바로 파월 의장과 테일러 교수였습니다.
테일러 교수는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은 들어봤을 '테일러 준칙'을 만든 그 교수입니다. 파월 의장이 아니라 테일러 교수가 옐런 의장(현 재무부 장관)의 뒤를 이어 Fed의 의장이 될 뻔했습니다.
다만, 테일러 교수의 명성을 쌓아준 테일러 준칙 때문에 오히려 의장이 될 수 없었습니다. 지명 당시 테일러 준칙을 따르면 금리가 너무 높아질 것이 뻔했고, 이는 엄청난 긴축에 해당했으므로 지명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용인할 리가 없었죠.
그래서 경제학 전공자도 아닌 파월을 의장으로 임명합니다.
그는 정치학 전공이며 변호사 출신에 잠시 월가 사모펀드에서 근무한 경력으로 재무부에 들어가고 Fed 이사를 거쳐 의장에 오릅니다.
파월의 개인적 역량은 뛰어나지만 Fed 의장으로 적합한 지에 대해 의문이 있습니다.
2017년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차기 Fed 의장에 적합한 사람을 투표했는데 압도적으로 테일러 교수가 1위였습니다.
그런 사람을 두고 파월 의장을 임명한 것은 분명 아쉬움이 있습니다.
결국 연준 의장이 된 파월
그럼 왜 파월을 임명했을까요?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 파월 풋옵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나스닥을 엄청나게 끌어올렸습니다. 주식에는 그만한 의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도 영원히 저금리 시대를 지속할 수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전례 없는 양적완화를 끝내야 했고, 금리 인상을 시도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금리인상을 해야 할 최적의 시기에 코로나19가 닥쳤고 그 여파로 2년간 유동성을 더욱 늘려왔습니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되자 40년 만의 최대 물가 상승률을 맞이하게 되었고 Fed는 양적 긴축과 급격한 금리인상을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테일러 교수는 늘 비판해왔는데요. 현재의 적정금리는 5%라고 하면서 준칙에 의거한 통화정책을 주장했습니다.
만약 테일러 교수를 임명해 양적 긴축을 조기에 시행하고 금리 인상도 조기에 시행되었다면 미국의 엄청난 주식 버블과 물가 상승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주식이 무조건 오르는 것이 경제에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금융시장, 화폐시장, 생산물 시장이 조화를 이루며 같은 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월의 임기 동안 주식시장에 엄청난 버블이 끼었고 이는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결국 2번의 하락장(코로나19, 2022)을 경험하며 투자자들을 괴롭혔고 끝내 엄청난 물가 상승의 압력 속에 금리인상을 뒤늦게 선언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파월의 Fed는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13년간 진행한, 역사에도 없는 양적완화라는 통화정책을 진행한 뒤 너무 안일한 대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제서라도 매파적인 모습을 보여서 다행이지만, (지금 매파적인가 아직 의문이 있지만)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의 통화정책 시행은 주식시장에도 많은 피해를 가져올 것 같고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Summary
파월이 아니라 테일러 교수가 연준 의장이었다면, 지금과 같이 '자이언트 스텝'을 하는 일은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파월 의장을 임명한 트럼프 대통령, 연임시킨 바이든 대통령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식에 거품을 씌우는 데에는 파월 의장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모두 임명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은 결국 연준이 매파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밖에 없습니다. 파월 의장이 믿음직하지는 않지만, 마지막 기대를 해봅니다.
참고로 테일러 준칙 내용을 적어봅니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한 적절한 금리를 하나의 공식으로 나타낸 것이 바로 테일러 준칙입니다.
금리 = 장기균형 금리 + 물가 상승률 갭 + 성장률 갭
간단하게 정리하면 장기균형 금리에 물가 상승률과 성장률을 반영해 금리를 설정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테일러 준칙에 의거해 연방금리를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테일러 준칙에 의거한 적정금리가 마이너스로 측정되며 점점 테일러 준칙의 가치가 퇴색해갔습니다.
그런데, 최근 테일러 준칙을 떠올릴 시기가 된 것 같아 한 번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