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테라, 폭락, 스테이블 코인, 테라폼랩스
얼마 전 코인 시장에서 화제가 되었다는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최대한 쉽게,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정리해봤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변하는데, 미래 화폐로 사용할 수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 가졌던 의문입니다. 가격이 24시간 변하는 코인의 불안정함이 코인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 천재들이 바로 안정적인(Stable) 코인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여기서 안정적이라는 것은 가치를 고정시킨다는 것인데 코인에서 가치를 고정시킨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 가죠?
이해가 안 가는 분들을 위해 코인 시장의 원리를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전에 경제학의 간단한 수요, 공급 곡선을 살펴보겠습니다.
수요가 증가할 때 공급을 늘리고, 수요가 감소할 때 공급을 감소시키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원리죠.
테라 코인의 경우도 비슷한 원리로 작동됩니다. 수요에 따라 공급을 자유롭게 조정해주면 '1테라 = 1달러' 가치를 고수할 수 있는 것이죠.
1테라의 가치는 폭락이 있기 전까지 이러한 원리로 1달러를 유지해왔습니다. 코인 시장에서 무조건 1달러의 가치를 보장해주겠다는 코인이 생겨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그 결과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테라의 구조만 살펴보겠습니다.
테라의 기본 원리는 1테라와 1달러 가치를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 마음대로 고정하고 싶다고 해서 1달러로 고정할 수 있다면 아무나 코인을 만들겠죠. 테라의 가치를 유지시킬만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그 장치가 바로 루나 코인입니다. 이번에 폭락한 그 코인이에요.
이 루나 코인과 테라의 관계를 통해 1달러의 가치를 보장하는 방식이 처음으로 시도된 것이었고, 이러한 신선함 때문에 인기를 끌 수 있었습니다.
자, 여기서부터 루나 코인과 테라의 작동원리를 설명할 텐데요. 조금 어려우니 집중이 필요합니다.
우선,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1테라를 1달러로 항상 고정하고 싶은 상황에서 1테라로 받을 수 있는 루나 코인은 얼마일까요?
여기서 루나 코인은 가치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전형적으로 생각하는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합니다.
1테라로 받을 수 있는 루나 코인은 1달러어치의 루나 코인입니다. 만약 1 루나 코인 가격이 0.5달러이면 2개의 루나 코인을 받고, 1 루나 코인 가격이 1달러이면 1개의 루나 코인을 받는 것입니다.
이 원리를 기억하고 실전에 적용해봅시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1달러가 아닌 1,000원으로 적용해보겠습니다.)
<목표> 1 테라 = 1,000원 고정하기
<상황> 1 테라 = 2,000원으로 높게 설정되어 있어 가격을 낮춰야 되는 상황
우선, 1,000원으로 1,000원어치 루나 코인을 구매합니다. 그리고 1,000원어치의 루나 코인을 1 테라로 교환합니다. 그런데, 시장에서 1 테라의 가격이 2,000원으로 높아져있네요.
처음에 1,000원으로 시작했는데, 루나 코인을 사고, 테라를 파는 과정에서 돈이 복사가 됐어요. 이 과정을 계속해야겠네요.
결국은 이러한 과정을 무한히 반복해서 1 테라가 1,000원으로 유지됩니다.
여기까지 이해하셨다면 정말 잘 따라오신 겁니다.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분들을 위해 비유를 한 번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저는 테라와 루나 코인을 보며 물레방아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테라가 물레방아고 루나 코인이 물입니다. 물레방아가 일정한 속도로 돌아가도록 물이 계속해서 중력을 이용해 물레방아를 밀어내고 있습니다.
루나 코인이 테라가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계속해서 윤활유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윤활유 역할을 잘하도록, 돈이 더 빠른 속도로 회전하도록,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도록 테라의 개발자인 테라폼랩스에서 루나 코인에 20% 이자를 지급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은행 금리가 아무리 높아봐야 20% 금리를 보장하는 곳은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었고, 실제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시스템이 잘 돌아가서 1 테라의 가격이 1달러 근처로 유지되었습니다.
완벽해 보이는 시스템이 왜 무너졌을까요?
대규모로 돈이 인출되는 경우를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취약점을 노려 누군가 인위적으로 공격을 했다고 많이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공격자는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들로 보고 있는 상태입니다.
물레방아 비유로 돌아가서 공격자가 물을 빼버린다던가, 물레방아에 구멍을 내서 한순간에 무너지게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공격을 기가 막힌 타이밍에 시행했습니다.
테라 개발사가 돈이 부족할 때를 정확히 틈타 공격했습니다. 이 공격에 테라폼랩스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시장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해서 다들 사기라고 생각해 시스템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왜 예측하지 못했나?
이번 사태는 코인 시장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고 많이 비유합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란 믿음, 생소해서 무언가 천재적인 것처럼 보이는 아이디어, 막 내리는 유동성 장세까지 모두 비슷한 상황입니다.
스탠퍼드 컴퓨터공학과 출신(테라 개발자)이 만든 것이니 천재적인 아이디어겠지 하고,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하니 코인의 가치가 유지될 거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2008년과 정말 유사한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루나 코인 투자자들은 멍청해서 사기를 당했나?
절대 아닙니다. 뱅크런과 유사한 경우라고 봅니다. 은행도 고객들이 예치한 모든 돈을 갖고 있지는 않죠.
대규모로 인출해가면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우리도 은행이 망할 가능성이 있는데 예금을 하는 것처럼 루나 코인 투자자들도 위험성을 모르지는 않았을 거라 보입니다.
다만, 코인 투자의 광기가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버는 이들을 심하게 폄하해 공격 세력을 자극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돈을 돌려받을 수 없는 건가?
일반 예금의 경우는 예금보험제도가 있어 은행이 망하더라도 일정한 한도까지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인은 감독, 규제, 관리를 전혀 받지 않았던 상황이라 손해를 돌려줄 수 있는 곳은 아무 곳도 없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미국을 시작으로 해서 코인에 대한 규제, 감독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워낙 거시경제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촉매제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봅니다.
루나 코인이 코인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낮지 않기 때문에 예의 주시할 필요는 있습니다. 특히, 코인에 대한 믿음에 손상을 가는 행위를 해서 대규모 폭락이 이어지면, 사람들의 자산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일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루나 코인에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의 수는?
코인 시장은 아무런 감독,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투자자 수와 금액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금융위원회의 추측으로는 국내 28만 명이 루나 코인 700억 개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개발자는 사기꾼?
스테이블 코인, 20% 이자 지급과 같은 것들이 처음에는 신선한 파격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변수를 고려하지 못했고, 결국 하나의 변수가 코인 전체를 무너뜨렸습니다.
개발자가 사기꾼이라고 보기보다는 코인을 완벽하게 설계하지 못한 사람인데 시장에서 완벽하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구조가 폰지사기 방식과 유사했고, 그동안 언행이 너무 튀었기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개발자의 의도적인 폰지사기설도 일부 남아있기는 합니다.)
가상화폐의 신뢰성을 어떻게 보장?
루나 코인이 폭락했다고 해서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가 사라질 거라 보지는 않습니다. 중앙이 확실히 보증해주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의 시간을 좀 더 앞당기는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테라는 스테이블 코인이며, 테라의 구조를 유지시키기 위해 등장한 것이 루나 코인입니다. 테라와 루나 코인은 별다른 공격이 없을 때까지는 잘 버티고 있었지만, 대규모 인출이 발생하며 한 순간에 무너져버렸습니다.
코인 시장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고 많이 비유하는 만큼 2008년과 유사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번 사태가 비트코인, 이더리움 기반의 가상화폐 시장 성장을 둔화시키고, 중앙은행의 CBDC 시간을 앞당기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