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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Sep 27. 2023

민주주의는 과연 완벽한 제도인가?

민주주의의 아이러니


 얼마 전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에 관한 글을 쓰느라 책과 인터넷, 영상 등을 찾아보다가 민주주의에 대한 낯 선 내용 등을 접하고는 당황한 적이 있었다.

 

 먼저, 우리 대부분이 가장 이상적인 정치체제라고 알고 있던 민주주의가, 사실은 당시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는 전제군주제보다 훨씬 낙후된 제도였다는 시각이었다.

 

 <종횡무진 세계사>의 저자 고 남경태 작가는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들, 그중에서 특히 아테네라는 지역 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무후무했던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당시 동양을 비롯한 여타 지역에서 널리 시행되었던 과두정, 귀족정, 전제 군주정보다 결코 선진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했는데, 저자는 이를 뒷받침하는 몇 가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태동시키고 꽃 피웠던 본고장인, 아테네 조차도 페르시아전쟁 후 아테네 제국을 꿈꾸었으며, 그 뒤로 주류 역사의 바통을 이어받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고대 로마제국 또한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중앙 집권적인 막강한 권력을 발휘해, 제국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문명이 어느 정도 발달하면 고대국가체제를 갖추게 되고, 이 때는 왕권을 중심으로 한 권력이 필수적인데 그리스 아테네는 여기서 열외였다. 

  지리적 건상 험악한 산지가 많아 지역마다 각각의  폴리스들이 발달했고, 농사가 어려워 항구를 중심으로 무역과 상업에 종사할 수밖에 없었던 폴리스 체제에선 제국과 같은 중앙 권력은 영향을 칠 수 없었고, 시민들 또한 그 제도를 지향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초기의 민주주의는 참정권을 가진 시민들의 비율이 너무 적다 보니, 귀족정(과두정)이 변질된 형태이거나 여러 세력 가문이 돌아가며 정치를 하는, 사실상 '임기가 정해진 왕정'에 다름 아니라고 폄하하기도 다.


그러므로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의 진보적 성과는 제도 자체가 아닌, 자유로운 개인주의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력을 기반으로 성장한 평민층에 의해 개인의 자유가 강조되고 참정권이 확대되면서 이는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와 수사학을 중요시하는 풍토로 이어졌고, 결국 그리스가 서양 문명의 모태가 될 수 있었던 위대한 그리스 철학을 잉태하는 자양분의 역할을 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결국 민주주의는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전제군주제로 가야 할 단계에서 지리적 형질의 변화와 부딪혀 유독, 특정지역(그리스중 아테네)에서만 발현되었던 돌연변이로  선회한 경우라 할 수 있겠다.


그 후 서양의 역사는 중세 분권시대와 근대 절대왕정을 지나 근대 민주주의에 이어 오늘날에 이르렀고, 지금에 와서는 서양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들이 민주주의를 제도로 채택하고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초기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적 개념과 함께 나를 화들짝 놀라게 한, 민주주의의  또 다른 이면은 어느 동영상에서 마주친 유시민 작가가 한 말이었다.


민주주의는 훌륭한 사람의 당선을 보장하지 않는다.

 포퍼라는 철학자의 말을 빌리며 한 이야기가 매우 인상 깊었다.

 아주 사악하거나 아주 무능하거나, 혹은 둘 다의 특성을 지닌 사람이 권력을 잡을 수 있다.

 

플라톤이 우려했던 '중우정치'를 단적으로 보여준 말이었다.

민주주의가 이토록 위험한 제도였던가? 하지만 작가는 이어 민주주의의 최대 강점을 언급하며 우리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임기를 제한하고, 권력을 분산하며, 헌법상의 기본권 조항으로 견제장치를 만들어 놓았기에 사악하고 지극히 무능한 자가 권좌에 앉아도 악을 마음껏 저지르지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기원전 위대한 철학자가 염려했던 소위 '중우정치'로 사악하고 무능한 자가 왕위에 올랐어도 그를 뽑은 백성들이

또한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이 민주주의 최대의 단점이자 강점이라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작금의 정치 현실을 보며 아주 오래전 민주주의 치명적 단점을 들여다본 현인들의 혜안에 감탄하면서 불완전한 민주주의를 계속 보완,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 아닐까...

 새삼 묵직한 그 무엇이 가슴을 짓눌러 옴을 느낀다.


***이미지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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