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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Sep 21. 2023

바깥세상은 지옥?

맨 땅에 헤딩하기

 학원 인테리어가 마무리되어 갈  즈음 나의 지옥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낯선 지역, 낯 선 사람들의 시선이 즐비한 곳에 무작정 학원 자리를 알아보고  덜컥 상가 계약을 할 때부터 어쩌면 예고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해가 갈수록 아이들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목도하며 나름 짧은 혜안으로 도시의 중심지를 벗어나 학생수가 많다는 신도시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찾아든 곳이었다.


 7~8년 전  농촌 마을에 건설된 '무동'이란 신도시는 산 아래 5천 세대의 아파트만 덩그러니 지어진 채, 번화가와는 좀 떨어진 섬 같은 곳이었다.

 같은 시기, 동시에 도시화가 진행된, 좀 떨어진 또 다른 곳인 감계라는 곳은 창원 중심지와 조금 더 가깝다는 이유 때문인지 내가 터를 잡을 이곳, 무동과의 완전히 차원이 다른 별천지, 한 마디로 신도시다웠다.


 처음엔 좀 더 번화한 감계에 자리를 알아볼 생각이었고 좋은 조건의 학원 자리도 하나 났었다. 하지만 그땐, 마음을 아직 정하기 전이었고, 마침 염두에 두고 있던 프랜차이즈가 계에는 이미  들어와 있던 터라 이래저래 고민하며  미적거리는 사이 그만 놓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좀 더 들어간 지역인 이곳 무동에서 다시 적당한 자리를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일이 점점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임대를 내놓은 기존 자리가 있으면 권리금을 조금 주고 들어가는 게 나의 목표였다. 지금까지 학원을 하면서 초기 비용이 그렇게 많이 들어갔거나 학생수가 제로인 상황이 길게 이어진 적이 없었기에 이번에도 그러려니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게 화근이었다.

 

 이곳 '무동'인수되기를 원하며 내어놓은 학원 자리는 없었고 새로 들어갈 자리로 추천받은 곳은 죄다 천장과 바닥조차 되어있지 않은 완전 공실들 뿐이었다. 신도시 계획 당시 들어오기로 되어있던 산업단지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이를 예상하고 지은 상가들이 공실로 남아있다는 것이 부동산 측의 설명이었다.

 아직 현실감각이 둔했던 나는 생각보다 돈이 많이 안 든다는 지사장의 말만 믿고 고심 끝에 상가를 계약하고 말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항을 직접 알아보지 않고 남의 말만 믿고 결정한 건  아주 큰 오산이었다. 그동안 인테리어 자재비와 인건비가 얼마나 올랐는지 미처 알지 못했고, 지사장이 말했던 1~2년 된 중고 에어컨은 찾아볼 수도 없었으며 간판과 선팅, 책상과 의자를 포함한 학원  집기류들... 고물가인 요즈음, 무엇 하나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없었다.


 아~상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뭣도 모르고 노예 문서에 자발적으로 사인을 한 것처럼 난 돌이킬 수 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음을 직감했지만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사실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것저것 가릴 처지도 아니었다. 무조건 앞으로 직진할 수밖에... 난  어금니를 꽉 깨물고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나를 기다리고 있는 지옥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어쩌면 일을 진행시키기 위해 주저하는 나 자신을 억지로 상황 속으로 밀어 넣은 일이 자충수가 되어 나에게로 돌아올지도 모르지만  난 기꺼이  받아들여야 했다.

 나에겐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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