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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Aug 22. 2023

 재창업에 도전하다.

학원 인테리어를 끝내고...

 

 무릇 모든 일들은 그렇게 오는 가보다.

하늘 정중앙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태양의 존재 따윈 전혀 아랑곳 않고 한순간 모든 것을 삼킬 듯 퍼붓어 대는 소나기같이...  오랜 시간 견뎌온 탓에 몸에 일부인 듯 베인 태양의 흔적이 무색하리만치 단기간에 몸을 흠뻑 적실 정도로 그렇게 휘몰아쳐 오는가 보다.

 

 나에게 닥친 일도 그러했다.

1여 년 동안 새로운 직업을 찾는답시고 헤매다닌 일에서 답을 찾지 못하자 난 이전에 몸담았던 학원 쪽을 흘깃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익숙함이 가져다주는 무료함에 지쳐, 잠시 새로운 상대와 바람을 피우다 그것마저 시큰둥해지자 옛 연인이 생각난 듯, 그렇게 주변인들을 통해 넌지시 그곳의 동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시작은 그저 찔러보기였다.

6개월 공을 들인 커피 관련 일에서 내가 설 자리가 없다는 판단이 들자 영원할 것 같았던 커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한순간에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걸 느끼며 나 또한 적잖이 당황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난 그토록 완강하게 거부했던 옛업으로의 복귀에 대한 무슨 대단한 명분이라도 얻은 것처럼 부동산 몇 곳을 들락거렸다.


 무엇에 한 번 꽂히면 가만있지 못하는 지랄 같은 성격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 없이 무작정 발걸음부터 발 뗀 것뿐인데 내 안 어디에  타다 남은 불씨가 남아있었는지 한 번 점화된 불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시작되려니 일은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염두두고 있었던 지역을 방문하고, 관심이 있던 프랜차이즈를 찾아가 상담을 받고, 학원 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는 사이, 내 안의 움츠리고 있던 열정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며 일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일을 벌인 지 한 달 남짓, 사정을 알지 못하는 이들은 남다른 추진력에 놀라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의 방향과 처음인 듯 낯선 상황들과 숱하게 마주치며 고전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쩌면 겉으로 번드르르하게 보일지 모르는 그 추진력이란 것의 실체가 하루하루 나이 들어가는 나를 보며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일을 벌여야 한다는 절박함과 한쪽 발을 들여놓자 온몸까지 요구하는 알 수 없는 깊이의 늪에 빠져 더 이상 되돌릴 수도 없는 지경에서 오는 난감함, 그것도 아니면 저도 모르게 상황에 떠밀려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조급함과 대책 없음의 또 다른 이름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그럴싸하게 감싸보지만 지금 일을 위한 동력이 절실한 나에게  그저 자기 암시로 부여하는

허울 좋은 포장지에 다름 아닐지 모른다.


 달 정도 걸린 인테리어가 거의 끝나갈 무렵 난 잠시 참았던 숨을 쉬어본다.

 아직도 할 일이 태산이고, 용감한 중년의 재도약으로 남을지 실패의 쓴 맛을 볼지 알 수 없지만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이번 도전을 기록으로나마 남겨야겠다는, 알 수 없는 사명감 같은 것에 사로잡혀  한동안 닫아두었던 브런치의 대문을 힘겹게 열어본다.


 인테리어 업자가 마지막 하자 보수를 하고 떠난 날, 그동안 유래 없이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와 싸우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느라 고생했을 그가 문득 부러워졌다.


 인테리어가 끝난 날, 비로소 나에겐  아득하게만 보이는 본무대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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