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아 두었던 것을 말로 표현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뿐이지일단입 밖으로 내뱉고 나면 의외로 일이 일사천리로풀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번 경우가 그랬다.아들은 자신의 의견이 별 걸림돌 없이 받아들여지자 이 때다 싶었는지 곧 차를 사고 싶어 안달이 난 듯했다.
차는 그저 안전하게 굴러다니면 그만이지 그 이상의 관심도, 식견도 없었던 나는 구매할 차를 알아보고 선택하는 과정은 남편과 아들더러 하라고 아예 일임해 버렸다.
둘은 각자 온라인이나 지인을 통해 알아본 내용들을 전화로 틈틈이교환하면서 중간중간 추려서 선택한 차종들을 나에게도 알려주곤 했다.
그러기를 2주 남짓, 날을 잡아 집에 온 아들과 취합한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중고차 매장을 찾기로 했는데 나름인근 지역에서 제일 큰 곳을 선택해 임장(?)을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평소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이번에도 귀찮음을 핑계로 빠지기로 하고 직접 차를 탈 아들이 마음에 드는 것으로
몇 종류만 리스트로 만들어 오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한 주가 더 흘러, 작성된 리스트를 가지고 한 번 더 매장을 찾았다. 이번엔 최종적으로 선택해서 계약금이라도 걸고 올 요량이었으므로 결제권을 갖고있는 내가 직접 나설 차례였다.
애초부터 아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와 차종이있어서 차를 알아보는 수고를 덜 수 있었는데 그 바운더리 안에서 녀석은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려고 주행 거리가 다소 긴 차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타다가 중간에 되팔 수도 있는 일이므로 다른 건 몰라도 연식이나 주행 거리는 좀 짧았으면 했다. 두어 종류를 시운전해 본 후 결국 돈을 조금 더 주고 같은 종류 중에 될 수 있으면 주행 거리가 짧고 가급적 최근에출고된 것으로선택했다.
차가 결정되자 우린 중고 매매상의 사무실로 안내되어 구매에 필요한 제반 사항들을 안내받았다.
차값과 취등록세, 수수료, 보험료 등이 포함된 내용이었는데 일단 계약금을 내고, 보험에 가입한 후, 찻값을 완납하면 언제든 인도해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차 구매에 있어 의외의 복병이있었으니, 바로 차보험료가 그 주범이었다. 이런저런 루트를 통해 알아보니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24세였던 아들의 보험료가 생각보다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다.
만 27세는 되어야 보험료가 저렴해진다는데 그것도 100만 원 남짓은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남편 명의로 보험을 들고, 아들을 그 밑으로 넣는 것이 보험료를 반이상 절약하는 방법이라는 말을 듣고 그렇게 진행해 보기로 하고 내친김에 그 조건으로 다이렉트 보험도 알아보았다. 그런데 설계사를 통하는 것과 보험료 차이가 무려 40만 원 이상이 나는 바람에 보험을 하는 지인에게 의뢰하려고 했던 애초의 계획도 변경해야 했다.
우린, 차를 인도받을 준비를 하느라 또 한 번의 1주일을 보냈고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었음을 알리자, 아들은 우리가 일하는 사이에 들러 아파트 주차장에 고이 모셔다 놓았던 차를 타고 여자 친구를 만나러 유유히 사라졌다.
아들이 그토록 원했던 편리함과 기동성을 손에 쥠으로써 자신이 치러야 할 대가 또한 크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맛본 쾌락을 어찌 포기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