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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Jul 12. 2024

카푸어 아들, 경제에 눈을 뜨다?

사회 초년생 아들을 위한 금융 프로젝트 (4)


 아들이 집을 다시 찾은 건 중고차를 구매하고 한 달쯤 지나서였다. 그래도 명색이 부모인데, 자신의 생애 첫 차를 여태 시승 한 번 시켜 주지 못한 점이 미안했던지 저녁 늦게 우리가 일하는  일터로 찾아와 함께 식사하고 차도 마셨다. 그러고 보니 그날이 버이날을 며칠 앞둔 금요일 오후였다.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일찍 여친을 만나러 간다기에 우린

집으로 자리를 옮겨 이런저런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 도중 차를 구입한 후 생활이 좀 나아졌는지 무심한 듯 물어보았다. 당연히 원하던 차를 사서 여자친구와 주말마다 이리저리 놀러 다니느라 한참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들의 입에서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생활이 편리해지긴 했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겨우 중고차를 한 대 샀을 뿐인데 자신이 카푸어가  기분이라며 하소연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차값으로 매월 일정 금액을 우리에게 송금하고, 매주 여친과 드라이브하랴 밥 먹고 차 마시랴, 가끔씩 장거리 여행도 가랴, 돈이 줄줄 셀 법도 하다. 거기다 올라만 가는 기름값에, 차의 감가상각비까지... 그리고 여친이 아직 취업 전이다 보니 데이트 비용의 대분분은 아들이 감당해야 할  터, 그냥 되는 대로 쓰고 얼마 되지 않는 잔액은 그대로 일반 통장에 방치해 두고 있는 눈치였다.

부모 보기가 그래서 괜히 너스레를 떠는 건지, 정말 한숨이 나오는 상황인볼멘소리를 해대던 녀석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뜬금없이 물었다.

엄마는 IRP와 연금 저축에 대해서 좀 알아?


 사실 남편과 나는 수시로 아들에게 경제교육이랍시고 월급관리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사항들을 우리 경험을 토대로 얘기하곤 하는데 녀석은 그저 부모가 의례 하는 잔소리라 생각하는지 듣기 싫은 모습이 역력했었다.    이러다 오히려 좋던 사이까지 껄끄러워질 것 같아 본인이 필요로 할 때까지 입을 다물어야겠다는 생각에 대화 때마다  조심하던 터였다.


 아들은 이렇게 대책 없이 돈을 다가는 답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하도 주변에서 많이 들먹이기에 자기도 몇 번 알아봤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혹시 엄마는 알고 있는지 물은 다.

 절실하지 않으면 그 어떤 자세한 설명에도 눈과 귀가 열리지 않는 법, 하물며 이런데 관심이 일도 없던 녀석이 유튜브 영상 몇 개 본다고 문리가 트이겠는가?


 하긴 나 또한 재테크에 대한 영상을 여러 번 보긴 했어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 자세한 내용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했다.

 다만 몇 년 전에 만든 ISA 계좌의 필요성을 새삼 절감하고 좀 더 알아봐야지 하고  마음만 먹고 있을 뿐,  역시 총체적인 경제관념이 부족한 문외한이고 보니, 즐겨보는 역사나 인문, 정치 외의 영상에는 흘깃 눈길만 줄 뿐, 쉬  머리나 손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솔직히 아들이나 나나 재테크에 온 열정을 쏟을 만큼 관심이 있는 부류는 아니다. 다만 무언가 정리되지 않은 경제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자꾸 신경이 쓰이고, 그러한 문제들로 서서히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는 현실을 이제 막 자각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일단 재정상태에 대해 무언가 든든계획을 세워 놓으면 그다음부터는 쉬울 것 같기도 했다. 이후로는 그 분야에 관해서 찜찜함 없이 정해놓은 루틴대로 실행하면서 주요 관심은 각자가 좋아하는 분야에 쏟으면 되지 않겠는가?

 이 지점에서  의견의 일치를 본 우리는 각자의 재정상태를 고려해 우선 세팅해야 할 기본기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무엇이든 처음과 시작이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이런 번거로운 과정이 혼란스러운 경제상황을 타파하고 좀 더 현명하고 계획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자신의  삶에 대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아들에 대한 노파심에서 비롯됐지만 나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미뤄두었던 나의  경제적 루틴 형성을 위한 집중적인 단기 프로젝트를 시작해 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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