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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루미소 Sep 06. 2016

방황하는 단죄

방황하는 칼날, 2013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국내 영화는 세편이 있습니다. 예전 작품부터 보면, ‘백야행’, ‘용의자X’, ‘방황하는 칼날’입니다.


물론, 가장 흥행을 한 작품은 모두 알다시피 ‘용의자X’였죠. 원작과 일본판 영화가 모두 수작이었기에 개봉 전에 ‘기대 반 걱정 반’의 생각이 들었으나, 류승범∙이요원∙조진웅 트리오의 좋은 연기와 더불어 ‘한국판도 그 나름의 맛이 있다’라는 해피 엔딩을 남겼습니다.


2013년 개봉했던 ‘방황하는 칼날’은 개인적으로 무척 기대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아래 세 사람이 모였으니까요.


배우 정재영은 2010년 ‘이끼’ 이후 ‘내가 살인범이다’ 정도? 를 제외하고는 잠깐 주춤하는 듯하지만, 저는 어떤 영화를 볼까 결정할 때 우선 이 이름 석자가 있으면 이미 절반은 점수를 주고 봅니다. 배우 이성민의 연기력이야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미생’때문에 그의 연기가 더 부각됐지만, 그는 항상 ‘잘 하는 배우’였습니다. 거기다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이라.. 마음이 설레지않겠습니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평론가의 평은 극과 극으로 갈렸습니다. 씨네21의 박평식 평론가는 ‘후반엔 연출도 방황한다’ 하였고 ‘김혜리 기자는 ‘연료는 풍부한데 엔진의 설계가 비효율적이다’라고 했습니다. 이외에는 괜찮은 평을 받았습니다. 네티즌들의 점수도 나름 후했고요.


다만, 그렇게 처절한 얘기인데도, 사람 여럿이 죽어나가는데도, 전체적으로 긴장감은 떨어졌던 느낌입니다. 심지어 범인과 아버지가 마주쳤을 때조차! 신경이 팽팽해지기는 커녕 영화 중반을 넘어서면서 아무 일도 안일어날 것 같다는 이상한 편안함이 느껴졌습니다. 추리∙스릴러 영화이니 그러면 안되지 않을까요…?


원작과 영화에 훌륭한 동기가 있었고, 연기력이 풍부한 배우들이 이를 풀어갔기 때문에 기본적인 재미는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딸의 한을 푸는 방법에 있어, 가장 원초적인 ‘사적 보복’이라는 것을 취했기 때문에 최근 극악 범죄가 넘치는 시기에 일부 통쾌함과 공감의 감정 동화도 제공을 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 후 머릿 속에 떠오르는 것은 ‘So what?’, ‘이건 옳은 것인가’, ‘왜 이건 이리 찝찝하지’라는 복잡다단한 생각들이었습니다.


원작자는 어떨까요..? 히가시노 게이고 그 역시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있는듯 합니다. 물론 그는 공식적으로 추리 작가이기 때문에 범죄자들과 관련이 없는 적이 거의 없어서겠지만, 이들을 어떻게 단죄해야하느냐에 대해서 정말 다양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용의자X의 헌신’에서는 ‘천재수학자’가 그 죄를 뒤집어쓰기로 하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는 세 도둑들이 선행으로 갱생하기를 바랬고, ‘방황하는 칼날’에서는 사적 복수를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작품적 흥행, 영화적 흥행과 좀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저는 그의 그런 고민이 최근 소설 ‘공허한 십자가’에서 가장 깊었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생각을 해봅니다. 사회 제도권 안에서의 단죄, ‘사형’.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서 당연한 ‘사형제’에 대해, 욕을 먹을지도 모를지도 모르지만…용기 있게 어떤 사형수의 얘기를 책 속에 일부 일화로 담아냅니다.


“……결국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나에게 이렇게 말하던군요. ‘변호사님, 사형도 나쁘지 않습니다’라고요”
나카하라는 자신도 모르게 등줄기를 쭉 폈다. 뒤통수를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지요. 당신이 저지른 일이 사형을 당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느냐고요. 그러자 그는 ‘그런 것은 잘 모르겠어요. 그건 재판관이 멋대로 정하면 되지 않을까요? 사형도 나쁘지 않다는 건 인간은 어차피 언젠가 죽으니까, 그날을 누군가가 정해준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겁니다’라고 하더군요…”
…………(중략)
“……나는 계속 그에게 연락을 했지요. 그가 자기 죄를 똑바로 바라보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에게 사건은 이미 과거의 일이었습니다. 그는 오직 자신의 운명밖에는 관심이 없었지요…..” 

– 히가시노 게이고, ‘공허한 십자가’ 중에서 – 


피해자 가족들이 어떻게든 끌어내려는 ‘사형’과 가해자가 기다리는 ‘사형’의 의미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문제 제기. 이 부분을 읽고 저는 참을 수 없이 가슴이 답답해옴을 느꼈습니다. 어떤 것이 옳은 것일까요…?



※ 본 리뷰는 스포일링을 최소화 하고 여러분의 영화 관람 선택을 돕기 위해 작성 됐습니다.

예술적 재미 : ★★☆☆☆

예술적 표현의 과격성 : ★★☆☆☆

상업적 재미 : ★★★☆☆

감동 : ★★☆☆☆

스토리 구성 : ★★★☆☆

엔딩의 충만함 정도(허무하지 않은 정도) : ★★☆☆☆

허드서커 상상력 : ☆☆☆☆☆

※ 위 별표들로는 이 영화를 잘 표현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배우 연기력’을 넣고싶으나 고민되는군요. 말씀드렸죠? 믿고 보는 배우들이라고.

<영화 포스터/스틸컷 출처 : 영화 ‘방황하는 칼날’∙네이버 영화 , 제작 : 에코필름∙CJ엔터테인먼트, 배급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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