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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루미소 Sep 06. 2016

가드를 올려라

사우스포, Southpaw, 2015

‘가드를 올리지 않으면 희망의 주먹을 던질 수 없다’


오랜만에 볼만한 복싱 영화입니다. ‘더 이퀼라이저’를 연출했던 안톤 후쿠아 감독 영화인데, 잘 생긴 연기파 배우 제이크 질렌할이 주인공 복싱 선수 역을 맡았습니다. 안톤 후쿠아 감독의 앞선 영화들을 보면 좀 조잡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더 이퀼라이저’부터는 CF 연출 출신답게 스타일리시 한 측면이 작품에서 잘 보입니다. 이 영화까지 보고나서 한국의 ‘이명세 감독스럽다’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요.(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매그니피센트7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중요한 순간 적절한 정지/슬로 모션을 보여주고 숨소리라든가 인물의 표정까지 디테일한 면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입니다.


아무튼 이 영화, 오랜만에 돌아온 복싱 영화라는 측면이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격투기 경기의 흥행으로 한풀 죽은 복싱에 대한 향수, 그동안 로키나 밀리언달러베이비만한 수작이 나오지못했다는 점 등이 그 이유이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 앞선 수작들과 비교하는 글이나 말들이 많았고, 좀 진부하다는 평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레전드 반열에 오른 전 세계 챔피언 오스카 델 라 호야는 이 영화 상의 경기나 훈련 장면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라고 평했습니다. 특히 청중으로 하여금 진짜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이 될수 있겠다고 믿게 만든 제이크 질렌할의 복싱 연기 기술에 대해 극찬 했습니다.


자, 이제 영화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빌리 “더 그레이트” 호프’.. 그는 라이트 헤비급 세계 챔피언입니다. 고아원 출신이라는 불우한 성장 과정을 극복하고 43연승의 놀라운 기록을 이어간 ‘기적의 챔피언’입니다. 가드를 내리고 무모하다 싶게 많이 맞다가 결국 결정타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그의 경기 스타일도 그의 인생만큼 극적이고, 관중들을 열광케 합니다.


그의 링밖 스타일도 한 사람의 주인만을 따르는 야생마와 같습니다. 같은 고아원 출신의 아내 모린이 없었다면 그는 엉뚱한 골목에서 주먹을 휘두르며 인생을 허비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그의 아내를 우연한 사고로 잃습니다. 자신의 품 안에서 손 쓸 새도 없이..자신의 성급함과 상대방의 도발이 엉망징창으로 엉켜버린 혼란스러운 상황은 아내 모린이 죽음으로써 적막한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어갑니다.


모든 것이 빨려들어갑니다. 그의 의지, 부와 명예.. 어떻게 그렇게 그 모든 것이 사라지나 싶게 허공으로 날라갑니다. 어찌보면 그가 컨트롤 할 수 있었던 블랙홀의 문이 이젠 겉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커져 그의 인생을 통째로 삼키려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합니다.


그의 앞에 놓인 선택은 자신을 겨눠야할 총일까요? 그의 인생 라운드엔 타월이 던져질까요?


이제부터가 이 영화의 시작입니다. 어떤 사람이 희망(hope)을 가질 자격이 있는지 빌리 호프(hope) 인생의 제 2 라운드가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는 다시 복싱을 하기 위해 ‘WILLS GYM’을 찾아갑니다. 이쯤 되면 감독이 유치한 듯 하지만 곳곳의 네이밍에 신경을 쓴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호프(hope)는 그냥 일어설 수 없습니다. 의지(will)를 잃어버린 채 지금의 나락으로 떨어졌고, 어떻게 그리고 어떤 이유로 어떤 모양의 의지(will)를 찾아야 하는지 그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는 처음부터 시작합니다. 새로운 챔피언을 이기기 위해 잽을 날리는 연습부터 이전엔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가드를 올리는 방법까지 다시 익힙니다. 아내 모린 없이는 야생마에 불과했던 그는 이제 자신을 스스로 길들이기 시작합니다.


목적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챔피언을 이기는 목적이 아니라 자신을 길들이고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싸움의 목적이 그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죽은 줄 알았던 그의 의지는 이전보다 더 견고한 모양새로 그를 이끕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우스포(Southpaw)로 거듭납니다.


**참고로 ‘사우스포’란 그 유래에 대한 설이 갈리는데, 왼손잡이 복서 혹은 투수를 일컫는 말입니다.

경기를 마친 그 남자가 울고 있습니다. 팬들과 트레이너를 뒤로 하고 한쪽 코너에 쭈그리고 앉아 눈물을 흘립니다. 그 눈물을 보며 관객들은 어떤 공감을 하게 될까요. 어쨌든 경기니까 승패 여부가 궁금합니다. 이 남자는 이겼을까요?

오늘의 ‘깜짝 인물’은 얼마전 비행기 추락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제임스 호너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바로 제임스 호너에게 헌정한다는 화면이 뜹니다. 2015년 6월 사고가 있었는데, 영화 ‘사우스포’는 그가 음악을 선사했던 마지막 작품이었습니다.


안톤 후쿠아 감독이 제임스 호너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이 영화는 큰 예산의 영화가 아니기때문에 전 지금 돈이 없습니다.”


그러자 제임스 호너는 “전 이 영화를 사랑합니다. 돈에 대해선 걱정하지마세요”라며 사비를 털어 그의 스탭들에게 임금을 지불하며 무료로 OST를 만들어줬다고 합니다. 안톤 후쿠아 감독의 다음 영화인 ‘황야의 7인’ 리메이크 작품 곡까지 미리 만들어뒀다는데, 제임스 호너가 그 정도 정성을 들인 만큼 다음 영화도 봐야할듯 싶습니다. (hollywoodreporter.com 발췌)


※ 본 리뷰는 스포일링을 최소화 하고 여러분의 영화 관람 선택을 돕기 위해 작성 됐습니다.

예술적 재미 : ★★☆☆☆

예술적 표현의 과격성 : ★☆☆☆☆

상업적 재미 : ★★★★☆

감동 : ★★★★☆

스토리 구성 : ★★★★☆

엔딩의 충만함 정도(허무하지 않은 정도) : ★★★★☆

허드서커 상상력 : ☆☆☆☆☆

<영화 포스터/스틸컷 출처 : 영화 ‘사우스포(Southpaw)’ , 배급 : 씨네그루(주)다우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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