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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Jun 11. 2024

앨렌 랭어 지음. 『늙는다는 착각』

「하버드 심리학 거장이 전하는 건강하고 지혜롭게 사는 법」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의 부제목은 「하버드 심리학 거장이 전하는 건강하고 지혜롭게 사는 법」이다. 

책 카피는 ‘어떻게 건강하고 지혜롭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통찰. 노화를 젊음으로, 질병을 건강으로 바꾸는 가능성의 심리학이다.     


태어나서 성장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고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나면, 혼자만의 시간이 찾아온다. 그때를 ‘늙음’이라고 하는 것일까? 이제 혼자 있는 시간에 과거를 회상해 보면, 살아오는 과정에서 그 상황에 맞는 행동과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다. 특히 부모님에게 한 나의 행동과 판단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에 안타깝고 후회가 밀려온다.     


이 책은 미국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가 했던 실험을 주제로 인간의 노화와 질병, 사고방식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 랭어 교수는 여성 최초로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종신교수로 임명된 심리학자이다.      


1979년 미국의 75~80세 노인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이다. 외딴 마을을 20년 전인 1959년으로 꾸몄다. 무작위로 선정된 노인들을 그곳에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그때 당시로 돌아가서 토론하고 생활하도록 하였다. 실험 결과 요양원에서 가정에서 타인의 돌봄으로 살아가던 그들이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지 일주일 만에 청력과 기억력이 향상되었다. 체중이 1.5kg 늘었고 악력도 향상되었다. 유연성, 손가락 길이, 손놀림이 향상되었다. 걸음걸이 자세도 좋아졌다. 객관적인 관찰자들은 실험 전 사진과 후 사진을 보고 젊어졌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 실험은 영화로 제작되었다.     


이 실험을 통해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은 신체가 아니다. 신체적인 한계를 믿는 사고방식이다. 건강에 관해 스스로 한계를 만들지 말고 좀 더 의식을 집중해 건강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를 위축시키는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건강과 행복에 대해 스스로 설정한 한계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수호자가 되는 일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배움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세상에 대해 이미 배운 것은 대부분 돌이킬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현재의 지식과 그 근거는 무엇인지, 그 결과로 도출한 과학을 믿어도 되는지 의문을 품지 않는다. 이처럼 아무런 비판 없이 정보를 받아들인 탓에 불가능하다고 받아들인 것이 실제로는 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체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기존에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는 믿음을 버려야 한다. 그러면 어떤 대상이 현재 어떻다고는 단언할 수 있지만 어떻게 될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음을 이해할 수 있다.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과학은 어떤 대상이 통제 불가능하다는 사실까지 밝혀내지 못한다. 과학이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은 그 대상을 정확하게 규정할 수 없다는 사실뿐이다. 믿음이 우리의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는 마땅히 믿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자신의 건강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운동은 좋은 것이지만 몸에 나쁠 수도 있다. 정보는 제자리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전반적인 과학의 현실이다. 사실은 변한다. 신체의 이해와 관련된 문제들이 얼마나 복잡한지 생각해보자. 다수의 유전자와 환경적 문제 때문에 신체의 어느 부분이라도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이한 알레르기 역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발이나 배낭의 경미한 불균형, 떨어진 펜을 주우려고 손을 뻗는 행동, 일상에서 우리는 몸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사물과 접촉할 수도 있고, 유전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위험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그런 요인을 전부 실험해 볼 방법은 없다.     


모든 질병이 심리적인 원인에서 비롯된다고 하면 스스로 치유하려 노력하지 않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우리는 몸과 마음이 별개라고 잘못 생각해 왔다. 많은 사람이 인체의 생명 작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하지만, 마음을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정이 필요한 시점마다 가치 기준이 개입한다. 과학적인 데이터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확률에 의거하기 때문에 여전히 불확실하다.      


조직 검사 결과 암으로 밝혀지는 경우 대부분 엄청난 변화를 겪는다. 이전의 정체성을 잃고 ‘암 환자’가 된다. 그 이름표가 지닌 온갖 부정적인 효과에 노출된다. 이름표를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방법에도 선택권이 있다. 암 진단으로 인해 정체성을 잠식 당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자신의 정체성에 암을 추가하는 사람도 있다. 기준보다 약간 낮은 수치를 보여 암 진단에서 벗어난 사람과 그 기준에 아슬아슬하게 결렸거나 조금 높은 수치를 보인 사람을 비교하면,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암 환자로, 진단에서 벗어난 사람은 건강한 사람으로 살아간다. 검사 결과가 유의미할 정도로 다르지 않더라도 이를 근거로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입을지 선택함으로써 좀 더 개별화된다. 옷차림은 자기 행동에 더욱 책임감을 갖게 만든다. 병원의 하얀 가운은 ‘의사’라는 개념을 자극해서 고정 관념을 떠올리게 만든다. 의사와 간호사의 유니폼이 ‘환자’라는 입장을 사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역시 스스로 환자로 여기며 환자처럼 행동한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건강한 관계를 형성한다. 같은 언어로 이야기할 때 같은 세상을 보고, 경험을 공유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세상에 대한 주요 사실과 그 안에서의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한다. 대부분의 경우 언어는 우리에게 유용하다. 그러나 언어는 우리로 하여금 실제보다 아는 것이 적다고 믿게 만든다.      


정확한 운동량에 대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최소 운동량이나 적정 운동량은 대략 하루에 150킬로칼로리이다. 약 30분의 걷기나 낙엽 쓸기, 15분간 달리기 같은 다양한 활동 중 어느 것으로든 도달할 수 있다. 일주일 동안 거의 매일 하루에 30분간 걷기, 자전거 타기, 정원 가꾸기 같은 일상적인 활동만 해도 건강에 이롭다.     

의료계 종사자는 사람을 숫자로 묘사한다. 측정된 혈압과 수치로 된 맥박 수가 있다. 심전도나 뇌파검사를 받으면 상대적인 건강 정도를 표현하는 더 많은 숫자를 얻을 수 있다. 숫자는 우리를 슬프거나 행복한 사람, 피곤하거나 활기찬 사람 대신에 콜레스테롤이 높거나 낮은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우리는 숫자가 되어 그에 따라 행동하며, 그 숫자 때문에 자기 충족적인 예언이 이루어진다. 숫자는 우리 건강을 불완전하게 예측할 뿐이므로 그 자체로 우리가 누구인지 상태가 어떤지를 결정해서는 곤란하다.     


성인기 후반에 쇠약해진 기력, 통증, 질병에 대해 가장 많이 걱정한다. 우리 인생의 말년은 여전히 성장의 단계일 수 있다. 우리가 경험하는 수많은 쇠약함은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일지 모르지만, 상당수는 노화의 고정이 아닌 노년에 대한 누리의 사고방식이 작용한 결과이다. 인지능력은 물론 시력과 관절염 증상조차 좀 더 의식을 집중하면 향상될 수 있다.     


노인은 젊은이가 아니다. 나인 든 어른들은 자신들이 설계하지도 않았고 그들을위해 만들어진 것도 아닌 환경과 매일 강제로 타협한다. 우리가 물고기를 자전거에게 맞추는 대신 자전거를 물고기에 맞추면서 인식한 결함의 외부 원인에 주목한다면, 노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고 주변 환경을 대하는데 있어 모든 연령층에게 도움이 될 만한 창의적인 해결책의 모색을 장려할 수 있다.     


노화는 변화를 의미하지만, 변화가 퇴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발달이라는 용어는 인간의 인생 주기 전반에 걸친 변화에 적용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은 ‘발달’한다고 묘사하고, 말년에는 대개 ‘노화’한다고 묘사한다. 노화는 발달의 어두운 면만 가리키는 것이다. 말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려면 인간은 이전까지 성장으로 ‘인식’했으나 이제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고정된 온갖 종류의 선입견과 맞서 싸워야 한다.     


오늘날 많은 노인이 무심한 일상이 반복되는 보호시설 같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 의식을 집중해 살아가기 힘든 환경에서는 때 이른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죽음은 피할 수 없고, 이후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분명 죽음 이전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건강 문제도 같다. 발목에 약간 ‘이상한 느낌’이 감지되었다면 좀 더 주의를 기울여 곧장 겪을 가능성이 있는 염좌나 골절을 피할 수 있다. 일단 진단이 내려지면, 진단 내용은 특히 노인들에게 존재를 바라보는 렌즈로 작용한다. 몇 살이든 우리 행동의 상당수는 저마다 고유한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그런 렌즈로 누군가의 행동을 바라본다면 당연히 이상하게 보인다. 환자가 증상을 보일 때 병증이 아니라 건강의 잣대로 관찰하면 다른 정보가 수집된다. 의학적인 정보는 절대적인 진실이 아니라 안래 지침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죽는 건 두렵지 않아, 하지만 분명 사는 게 더 즐거울 거야!     


책 소개

앨렌 랭어 지음. 『늙는다는 착각』 변용란 옮김. 2022.02.04. 유노콘텐츠그룹 주식회사. 355쪽. 17,000원.      

엘렌 랭어 Ellen J. Langer.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1981년 여성 최초로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종신교수로 임용됐다.. 1979년 외딴 시골 마을에서 75~80세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단순하고도 혁신적인 심리 실험 ‘거꾸로 돌리기 연구’로 노화와 인간의 한계, 고정 관념에 대한 충격적인 반전을 제시했다. 1974년 예일 대학교에서 사회 및 임상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변용란. 건국 대학교 영어 영문학과 졸업. 연세 대학교 영어 영문학과에서 석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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