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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Dec 14. 2024

『풍수전쟁』

김진명 소설

이 책은 김진명의 소설이다. 그가 쓰는 소설은 베스트 셀러로 유명하다.

김진명 작가는 등장인물의 직책과 환경을 진짜 같이 실감 나게 풀어낸다. 그래서 재미있다.      


한때 일본이 대한민국의 명산에 쇠말뚝을 박아서 민족의 정기를 끊었다는 뉴스와 쇠말뚝을 제거하는 장면이 방영된 적이 있다. 이 소설은 풍수지리를 주제로 한다.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 촉탁이었던 무라야마 지준이 한반도로 건너와 『조선의 풍수』를 썼다. 일본에서는 풍수보다는 독특한 주술 전통이 있다. 사람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남의 생명을 차용하는 ‘대수대명’의 주문이 있다.     


소설은 허구지만, 제기하는 문제는 명나라 사료를 근거로 한다. 조선의 건국을 불러온 고려의 요동 정벌은 철령위 사건 때문에 단행되었는데 철령의 위치가 어딘가에 대해서 두 개의 주장이 정반대로 대치하고 있다. 명나라의 관소인 철령위의 위치에 대해 우리나라 학계는 가장 정확한 명나라 사료들을 완전히 무시한다. 근 백 년에 이르도록 한국 역사를 왜곡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의 허구를 지금까지 따르고 있다.     


소설의 줄거리는 1930년 11월 늦은 밤 조선총독부 후원에서 시작한다. 일본 좌도밀교 무라야마는 친일로 가세를 일으킨 김용달에게 다섯 개의 발이 달린 쇠말뚝을 주며 묘향 구월, 금강, 팔공, 지리 다섯 산 혈터에 박도록 한다.     


2023년 대통령 핸드폰에 –나이파 이한필베, 저주의 예언이 이루어지도다.-라는 메시지가 온다. 이름도 없이 발신 번호만 남아있는 이 문자를 해석하기 위해 대통령은 비서에게 알아보도록 지시한다. 대통령실 행정관 김은하수에게 하명된다. 김은하수는 대학 시절 수석으로 고시에 합격하여 대통령실에 특채된 인재다. 메시지 내용을 알아보려고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미궁에 빠진다.     


김행정관은 대학 동기 이형언에게 자문을 구한다. 이형연은 법대 동기지만, 학교 다닐 때 법학보다 풍수, 철학에 빠져 고시도 합격하지 못하고 변변한 직업 없이 살고 있다. 이형연은 김은하수를 데리고 풍수지리사, 박수무당 등 미신과 주술을 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그러나 ‘나이파 이한필베’라는 주문을 해석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형연에게서 그 주문이 무엇인지 알아냈다는 전화를 받는다. ‘나이파 이한필베’는 나라이름 첫 글자를 딴 것이다. 나이지리아, 이집트, 파키스탄, 이란, 한국, 필리핀, 베트남의 앞 글자다.      


이 나라들은 현대경제연구소의 연구지에 실린 2050년 세계국가 경제력 순위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뒤의 문장 ‘저주의 예언이 이루어지도다’에 대한 해석은 일본에서 편액에 적힌 문장을 입수하면서 진행된다. 편액에는 ‘회신령집만축고선’이라는 글씨가 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조선 땅에 쇠말뚝을 박은 일본 밀교의 다이이치이다. 조선이 영원히 부흥할 수 없도록 저주를 내린 것이다.      


‘회신령집만축고선’의 의미를 찾아 나선 은하수와 형연은 마침내 그 뜻을 해석한다. 고려와 조선의 국경을 철령에 잡아매어 영토를 줄여라. 요동의 철령을 강원도의 철령으로 잡아매어 역사로 가르쳐라! 라는 뜻이다. 일제 강점기에서 일본인 학자 밑에서 그들의 연구를 도왔던 당시 우리 학자들이 해방 이후 역사학계 주류가 되면서 고려의 국경을 강원도 철령으로 이어져 왔다. 80년이나 가르쳐 내려오는 교과서를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대한민국의 심각한 인구 절벽 문제, 일제 강점기 시대 조선사편수회의 음모 등을 알게 된 은하수는 대통령실에 사직서를 제출한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강원도 백담사에 머물며 자신을 돌아보던 중 식당에서 티비 뉴스에 경찰에 연행되는 형연의 모습이 나온다. 교육부장관 납치범으로 체포된 것이다. 은하수는 모든 일이 형연이 꾸민 것을 깨닫는다.


기억하고 싶은 글귀

인문학 공부는 돈이나 지위 같은 다른 힘과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힘을 가져다 줘. 바로 내면의 힘이지. 눈에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가지면 가질수록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감이 차오르며 삶이 떳떳하고 행복해져.      


인문학이 깊어지면 불안이 인간의 존재 조건임을 알게 돼. 인간이란 어차피 불안에 시달리며 살게 되어 있다. 그래서 당황하거나 극단적으로 반응하지 않아. 오히려 실패와 푸대접을 즐기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소하는 힘이 있기때문에 자아의 품위를 간직하며 어려움의 한복판에서 오히려 상대를 위해 베풀기도 해. 일을 할 때도 과정의 진실에 천착하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에 덜 좌우돼.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모두가 싫어하겠지. 어째서 안정을 깨느냐고, 조용히 살아갈 수는 없겠냐고. 그러나 누군가는 이런 삶을 살아야만 해. 누군가는 계속 돌을 던져야만 해.     


무無, 수행하는 모든 이들이 여기에 이르고자 평생을 바치고는 했다. 아무것도 없으니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아 순수한 정신세계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단계. 하늘도 없고 땅도 없고 우주도 없는 그야말로 세상 모든 것이 없어지는 단계.     


여러 날 밥을 먹지 않고 시간을 모른 채로 차분히 지내다 보면 과거의 삶이 떠오를 것이다. 특히 가슴이 아프고 후회되는 일들. 주변인, 나아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왜 조금 더 잘해주지 못했던가 하나둘씩 마음속으로 사과하고 빌게 된다. 그러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마음이 맑아지면 그때 비로소 자기 자신에 더 가까워지게 된다. 앞으로 무얼 해야 할지 알게 된다.     


요즘 정치권을 보면 혼란하다. 개인의 욕망이 먼저이고 국리민복은 안중에 없다. 사리사욕과 패거리 보호에 혈안이 되어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마음대로, 제멋대로 휘두른다. 이 소설이 제기하고 있는 국운이 걸린 문제를 진정 걱정하는 국회의원이 없는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 이제라도 이 소설을 읽고 정쟁에서 벗어나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정치가 실현되기를 바란다.     


책 소개

『풍수전쟁』 김진명 지음. 2023.05.24. 이타북스. 304쪽. 16,800원.      

김진명(金辰明, 1958년~ )은 대한민국의 소설가이다. 부산에서 태어났고 한국외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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