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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이야기』

형언할 수 없이 신비롭고 흥미로운 우주과학의 세계

by 안서조

이 책의 카피는 ‘빅뱅부터 블랙홀까지, 외계 생명체부터 쿼크 별까지’, ‘형언할 수 없이 신비롭고 흥미로운 우주과학의 세계’이다.


우주 하면, 막연히 밤에 보이는 별과 달 은하수를 보고 넓고 크다고 느낀다, 신비롭고 사람이 죽으면 가는 곳, 하늘나라, 조물주, 천상의 세계라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알면 알수록 기묘한 우주’, ‘우리가 모르는 우주의 모든 것’, ‘별에 둘러싸인 생명체’ 등 3부로 구성되었다.


우주의 크기를 글로 묘사하려면 누구나 어려움에 부딪힌다. 우주를 표현하는 숫자가 터무니없이 커서 상상할 수 없는 크기이기 때문이다. 동양에서 사용하는 숫자 개념에도 일, 십, 백, 천, 만, 억, 조, 경, 해, 자, 양 등이 있다. 불교에서는 더 이상 큰 수 단위가 없는 마지막에 ‘무진장’, ‘불가사의’ 등도 등장한다.


우주 물리학에 관련한 숫자를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무심코 사용하지만, 100만과 10억은 크게 다르다. 100만 초는 11일에 하룻낮을 더한 시간이지만, 10억 초는 31년이다. 1조 초는 대략 3만 2,000년이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1억 5,000만 km 떨어져 있다, 지구는 1km/s 속도로 가는 비행기보다 30배 빠른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돈다. 이 속도는 1초에 에베레스트산을 세 번 오를 수 있는 속도다. 이 엄청난 속도로도 태양 한 바퀴를 공전하는 데 1년이 걸린다.


태양계가 속한 은하는 너비가 100경 km, 왼쪽에서 오른쪽 끝까지 빛의 속도로 가면 10만 6,000년이 걸린다. 우리은하와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은하는 2,300경 km 떨어져 있다. 이 은하에는 항성 1조 개가 있다.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는 인류가 확인한 은하 1,000억 개 가운데 두 개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숫자는 누가 확인 한것일까?


모래 한 알을 집어 밤하늘에 갖다 대면 가려지는 면적의 우주에는 항성 수십억 개로 가득 찬 은하가 적어도 1만 개 있다. 그 안에 있는 행성의 수는 헤아릴 수 없다. 우주는 큰 존재보다 더 거대하고, 거대한 존재보다 더 웅대하며, 웅대한 존재보다 더 방대하고, 광대하고, 막대하다. 인간이 우주의 크기를 묘사하면서 사용할 만한 단어는 ‘천문학적’이라는 수식어 외에 없다.


인류가 가장 합리적으로 측정한 우주의 나이는, 수천 년 정도의 오차는 있겠지만, 대략 138억 년이다. 향후 50억 년간 태양 중심을 채운 수소 연료는 서서히 고갈될 것이다. 현재 태양은 초당 60억 kg 속도로 질량을 잃고 있는데, 이 현상이 다음 수천 년 동안 태양 중심을 압박하면 태양은 최후의 핵폭발을 결렬하게 일으킬 것이다. 이 폭발로 적색거성으로 변하여 수성, 금성 그리고 마침내 지구를 삼키면 우리 지구는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음파는 진동하는 물체에서 비롯한 공기의 압축과 팽창이다. 압축된 공기가 서로 멀리 떨어진 경우는 파장이 길다고 하고 우리 뇌는 그 소리를 저음으로 인지하는 반면, 압축된 공기가 가까이 접한 경우는 파장이 짧다고 하며 우리 뇌는 이를 고음으로 인지한다. 이를 ‘도플러 이동’이라고 한다. 모든 파동에서 관찰된다. 빛도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에너지를 전달하는 파동처럼 이동하므로 물체가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면 소리가 다르게 들릴 뿐이 아니라 외형도 다르게 보인다.


모든 것을 시간이 역순으로 되돌리면 먼 과거의 어느 시점에 시공간이 하나의 공으로 매듭지어지면서 모든 현실은 한 점으로 쪼그라든다. 이때 시공간은 아주 강하게 응축되어 어떠한 방식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런 우주의 초기 상태를 벨기에의 가톨릭 사제이자 물리학자인 르메트르는 ‘원시 원자’라고 불렀다. 오늘날에는 ‘우주 특이점’이라고 한다.


물리학 용어로 특이점은 우리의 지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일련의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특이점이란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라는 문장을 표현한 단어이다.


우주는 어떤 형태일까?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허용되는 세 가지 가능한 형태가 있는데, 세 가지 형태 모두 다른 규칙을 가지며 우리는 그 허용되는 우주의 형태를 ‘공간’이라고 표현한다. 가장 간단한 ‘공간’은 우주가 단순히 더 많은 빈 곳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 관점에서는 기하학 법칙이 잘 작동하고 있다. 우리는 이 형태를 민코프스키 공간이라고 부른다.


공간이 안으로 휘어진 형태를 네덜란드 수학자 빌럼 드지터 이름을 따서 ‘드지터 공간’이라 부른다. 상상하건대, 우리 우주는 그보다 차원이 높을 것이다. 드지터 공간에서 우리 3차원 우주는 4차원 초구의 ‘표면’으로 간주하는데, 만약 초구의 크기가 커지면 그것의 표면인 우리 3차원 우주도 커질 것이다. 만약 우주가 드지터 공간에 존재한다면, 우주는 무한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일직선으로 이동한다 해도 결국 출발점으로 돌아올 것이다.


세 번째 플랫랜드는 말 안장 모양처럼 구부릴 수 있다. 이는 반 드지터 공간이라 불리며 평형한 민코프스키 공간과 마찬가지로 무한하다. 현재 인류는 우리 우주가 어떠한 공간의 3차원 표면인지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 수행한 연구 결과를 검토하면 민코프스키 공간처럼 보이지만 이를 확신할 만큼 정밀한 실험을 하지 못했다.

인류가 암흑물질에 관해 아는 것은 두 가지뿐이다. 첫째, 물질이다. 둘째, 어둡다. 따라서 암흑물질에 존재하며 우리가 아는 성질인 질량만을 토대로 측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아는 입자의 종류는 다양하다. 전자, 중성미자, 듀온, 타우온, 쿼크, 광자, 글루온, 약한 보손, 힉스 등 다양한 입자가 있으며, 이들 모두 전하, 질량, 자기장, 스핀 등 다채로운 성질을 지닌다. 가장 가벼운 입자는 광자와 글루온으로 둘 다 질량이 없다. 다음은 중성미자, 그다음은 전자, 질량 순으로 나열하다 보면 가장 무겁다고 알려진 입자, 꼭대기 쿼크에 도달한다.

블랙홀은 크기에 따라 항성질량 블랙홀과 초대질량 블랙홀로 분류한다. 항성질량 블랙홀은 질량이 우리 태양의 5~10배에 달하며 초신성 단계를 거쳐 탄생한다. 은하에 잠재적으로 수백만 개가 있을 만큼 흔한 블랙홀 유형이다.


초대질량 블랙홀은 드문데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위성이 행성을 돌고 행성이 항성을 도는 동안 항성은 초대질량 블랙홀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우리은하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은 궁수자리 A라고 불리며 질량이 우리 태양의 260만 배가 된다. 블랙홀은 또한 정지 블랙홀과 회전 블랙홀 두 종류로도 분류한다.


생명체에 대한 다양한 정의는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는 성질들을 종합한 것이다. 그 성질에는 영양 섭취, 환경에 대한 대응, 번식, 이동, 호흡 등이 있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예컨대, 노새, 버새, 라이거, 타이곤, 홀핀, 피즐리는 번식이 불가능한 잡종 동물이다. 또 지중해에서 발견되는 미생물의 일종인 동갑동물은 호흡하지 않는다. 죽음이 분명하지 않은 생명체도 존재한다. 식물 종인 히드라 비리디시마와 해파리 종인 투리토프시스 도르니이는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고 누군가로부터 고의로 죽임을 당하지 않는다면 나이 들지 않고 영원히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ASA가 1994년 이 주제를 놓고 진행한 회의에서 합의된 생명체의 정의는 ‘다윈의 진화를 따르는 자립형 화학 구조’다. ‘화학 구조’는 생명체의 정의를 원자와 분자로 만들어진 물질로 좁히고, 태양이나 블랙홀 안에서 사는 생명체는 배제한다.


지구는 평균적으로 18일마다 운석과 충돌한다. 이러한 충돌 대부분은 다행히 규모가 작으며, 역사상 최근에 일어난 가장 큰 충돌은 폭 190미터 암석 덩어리가 시베리아 동부 상공을 통과하여 면적 2,000제곱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숲을 파괴한 퉁구스카 사건이다.


현재 지구 가까이에 있는 소행성을 감시하는 기관은 단 한 곳, 매사추세츠주 소행성 센터뿐이다. 이 기관에서는 소행성 위치를 매일 업데이트하고 소행성이 따를 가능성이 있는 궤적을 기록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하찮게 여기면서 매 순간 불안에 떤다. 많은 사람이 때때로 인류에게 보존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품고, 또 많은 사람이 우주의 장대함을 깨닫고는 그에 비해 자신은 보잘것없다고 생각한다. 우주과학은 잠재적으로 우울함을 유발하는데 우주 앞에 한없이 작디작은 인간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광활하고 다채로운 우주에 속한 자신을 발견하는 일은 놀라운 일이다. 해결해야 하는 수많은 수수께끼에 둘러싸여 있다. 상상보다 더욱 거대한 우주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이다.


우주에서 무엇이 존재하는지 알아가는 모험에 참여하고 과학에 경탄한다. 과학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며 우리가 모두 나눠야 할 짐이자 장애물이자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책을 읽고 우주의 광대함과 여러 가지 신비한 현상에 대해 알게 됐다.


책 소개

『천문학 이야기』 팀 제임스 지음. 김주희 옮김. 2022.02.15. 한빛비즈(주). 264쪽. 18,000원.


팀 제임스 Tim Hames.

영국의 과학 교사로 BBC 라디오에 출연해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지은 책, 『원소 이야기』, 『양자역학 이야기』 등.


김주희 서강대학교 화학과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받고 SK이노베이션에서 근무했다.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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