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그렇게 불공평하지만은 않다」
이 책의 부제목은 「세상은 그렇게 불공평하지만은 않다」이다. 소설가의 인생 상담이라 특별한 내용이 있겠거니 하고 읽었다.
소설가 아사다 지로가 독자들이 주간지인 《주간 플레이보이》 출판사에 보내온 사연을 상담하는 내용이다. 제1장 남자와 여자, 제2장 가족· 친구, 제3장 일, 제4장 도박, 제5장 일본에 태어나서, 제6장 인생으로 구성되었다.
결혼이란, 앞으로 오래오래 같이 살 인생의 반려를 얻는 거다. 그렇다면 당연히 재미있는 놈이 지루하지 않다. 결혼 활동에는 예전부터 쓴소리를 하고 싶었다. 사람을 외모나 조건으로 선택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 만약 결혼 활동을 하면서 그런 점에만 집착하는 여자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결혼은 사랑이야. 사랑하는가, 사랑하지 않는가. 그거 말고 뭐가 중요해!
‘여자가 생겼다.’와 ‘자식이 생겼다.’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여자는 타인, 자식은 육친, 설령 여자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더라도 자식은 천만금을 주더라도 해결할 수 없더. 피가 이어져 있으니까.
이 세상은 돈만 있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다 가능하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상당수 있지. 그러나 살 수 없는 것도 수없이 많다. 살 수 없는 그것들 때문에 당신이 골머리를 썩이는 거다. 지금까지는 돈이나 힘으로 여자를 건드리고 멋대로 애를 만들었겠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자식들도 성장하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남거든. 애초에 그걸 깨닫지 못했던 당신은 형편없는 인간이다.
남자의 바람은 반드시 들킨다. 남자는 안 들켰다고 자신하더라도 아내는 십중팔구 알고 있어. 여자에게는 남자에게 없는 영감이라는 설명 불가능한 능력이 있다. 세상 모든 아내는 다 초능력자다.
여자는, 아내란 말이야, 아무리 확신에 차서 캐묻더라도 마지막 1퍼센트쯤은 믿어 주거든. 그러니까 남자는 어떻게든 그 1퍼센트를 노리고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밀어붙여야지. 설령 침대에 둘이 같이 있는 상황에 들이닥쳤더라도, 100퍼센트 부정하는 것이 바람이야. “아니야, 이건 그냥 등을 좀 긁어 줬을 뿐이야.” 정도로 둘러대지 못한다면 바람은 피우지 마라.
나야말로 융통성 없고 교조적인 평범한 남자야. 시시한 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걸세. 그래도 평범한 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고 또 평범한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가? 인생을 더 살다 보면 이해할 거야. 튀거나 대단한 개성을 발휘하는 것보다 먼저 평범한 사람이 될 것. 그런 기반이 있어야만 비로소 각각의 개성이 태어나는 법이야. 젊은 사람들은 부디 ‘평범’을 목표로 하시길.
세상 모든 일을 다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 무슨 도락을 즐길지는 각자 재량에 달렸어.
규칙상으로 문제는 없지만, 도박해도 다치지 않을 나이는 마흔부터야. 너무 일찍 시작하면 인생이 변해 버려. 취미 수준이라면 괜찮지만.
자식 이름은 평생 가는 것이다. 충분히 고려해서 부모의 허영심 따위 집어치우고 자식의 행복과 인생만 생각해서 이름을 지어야 한다.
지금 중국은 자유주의 국가의 척도에서 보면 여러 의미에서 매우 미성숙한 국가다. 전란 중에 나라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고 공산당 일당의 지배하에 놓였는데, 얼마 전에 자유화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커다란 자기모순을 안고 있다. 국가적 이데올로기와 정반대되는 행동을 하려고 한다. 그러니 나라에 온갖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도 당연하다.
인간에게 절대적인 선악은 없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내게 이익이 되는가, 손해가 되는가, 이것뿐이야. 그리고 이익과 불이익은 선악과는 달라. 내게 고마운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신용할 수 없는 사람인 경우도 왕왕 있으니까. 그러니 주변 사람에게 좀 더 관용적이 되게. 바람을 피운 상대가 악이고 당한 나는 선. 아마 당신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지만, 세상사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나는 남을 배신한 적도 있고 그 몇 배나 배신을 당한 적도 있지만, 경험상 당한 쪽이 어리석은 법이야.
진정으로 신용할 수 있는 인간은 부모와 형제를 제외하고 없는 것이 당연하니까. 세상을 좀 더 관용적으로 대하게. 앞으로 인간관계로 고민할 일이 생기면, ‘그건 내 마음이잖아.’ ‘나와는 관계없잖아.’라는 말을 생각하라.
어떤 사상이나 신조를 지녔더라도 사람과 교제할 때는 무조건 공평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세계에 갇혀 오직 혼자만의 사회를 꾸리는 인생은 웬만하면 안 하는 것이 좋다. 어떤 사람과도 잘 어울려야 한다. 우수한 인격이란 그런 것이니까.
장사란 단순한 파워게임이라는 것을 머리에 입력해 둬라. 돈을 가진 녀석에게는 세상이 뒤집혀도 이길 수 없다. 장사의 철칙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세상에 수도 없이 많지만, 장사의 세계에서는 돈이 전부다. 이 원리를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경영 전략을 세울 때도 전혀 달라지니까 잘 기억해 둬라.
인간의 수명은 약속된 것이 아니다. 평균 수명이라는 말이 있으니 다들 착각한다. 나도 그 나이까지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게 아니거든. 스물을 넘으면 세상을 떠난 사람이 생기지. 수는 적어도. 그리고 나이를 먹음에 따라 점점 늘어날 테고, 내가 최초로 같은 세대 친구의 죽음과 마주한 것은 어릴 때였어. 10대 때, 오토바이 사고로 친했던 친구가 죽었는데 역시 잊을 수 없었지. 갑작스러운 일이었고 설마 죽을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분기점은 하나가 아니야. 앞으로 수도 없이 찾아올 거야. 그래도 덕분에 재미있었어. 인생은 풍파가 있어야 재미있어. 그 파도를 헤쳐 나가는 것이 흥미로운 인생을 사는 것이니까. 무사하고 평온한 인생은 지루하지.
난관을 극복하는 것도, 해결하는 것도 나 자신뿐이다. 정말 안 되는 놈은 의존하려는 마음이 강한 녀석이다. 누군가에게 기대려는 녀석. 의존하려는 마음이 있는 한, 인간은 성장하지 못하고 벽을 절대 뛰어넘지 못한다. 타인의 의견은 참고 정도로 삼아라. 절대 주변 사람에게 과한 기대를 품으면 안 된다. 타인은 당신을 그다지 생각해 주지 않는다. 다들 각자, 아무리 즐거워 보이는 사람이라도,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사실 자기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자기 문제만으로도 벅차고 힘들다. 그러니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세상이 풍요로워지고 여자가 강해지는 대신 남자가 약해지면서 평등하게 뒤섞인 이 사회에서 겪는 사소한 고민조차 자기 자신이 책임으로 절대 귀결 지으려 하지 않는, 어리광에 제멋대로인 사회가 됐다.
책 소개
『아사다 지로의 처음이자 마지막 인생 상담』 아사다 지로 지음. 이소담 옮김. 2015.07.20. 파란미디어. 298쪽.13,000원.
아사다 지로 淺田次郞. 1961년 도쿄 출생. 1990년 작가로 데뷔했다. 1995년 『지하철』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1997년 『철도원』으로 나오키상, 2000년에 『칼에 지다』로 시바타 렌지부로 상. 등 수상 경력이 있다.
이소담.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 졸업.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