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분'의 힘이 부쩍 세져서 또 어둠 속으로 끌려가는 중인데요.
걱정 없습니다. 괜찮아요. 전 '미련의 악마'랑 계약을 했으니까요. ㅎ
끌려갔다가도 "잠깐! 나는 아직..!" 이러면서 부득부득 기어 나올 겁니다.
게다가 '골골 팔십'이란 말도 있잖습니까. 이게 꼭 육신의 건강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겠죠.
분명 어느 날 갑자기 멀쩡해져서는, '아 내가 그때 또 쓸데없는 소릴 주절거렸구나' 하고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며 이불킥을 날리겠죠.
비록 컨디션도 집안일도 글도 엉망이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좋은 버릇을 미리 만들어 놨다는 거예요.
마지막 처리는 제가 할 수가 없는 만큼, 보시기에 너무 지저분하면 좀 그렇지 싶어서 아무리 기운이 없어도 샤워는 하고 눕기로 했거든요. 덕분에 청결만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뿌듯합니다. (아아..)
네. 이렇게 나불거리는 거 보면 절대 죽을 걱정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일의 능률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보니 '나 과연 벌려놓은 이야기 다 쓰고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더군요.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평소에 미리미리 하라'고 하잖습니까?
그래서, 꼭 남기고 싶었던 말을 미리 적어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통해서 제시간 안에 다 풀어내기엔 아무래도 제 실력이 모자라서요.
음.. 무슨 말부터 시작할까요...
"여러분, 잘 지내세요?"
당신의 하루가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보낸 누군가의 안부 문자 하나가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내민 손길 하나가
변덕일지라도 누군가가 남긴 친절 하나가
사람을 죽음의 문턱에서까지 꺼낼 수 있다는 걸, 저는 경험했거든요.
그저, 사람은 일면식 없는 누군가의 행복을 바랄 수도 있다는 것.
거기서 힘을 얻어 다시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계속 일어나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하필 우리가 던져진 이곳이.
같은 맥락에서, 그리고 어쩌면 가장 동떨어진 의미로,
"웬만하면 진심으로 서로를 증오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람이 말이죠, 인간이 말입니다, 지구상 전 생물을 통틀어 볼 때 매우 유능한 생물이에요.
이빨도 날카롭지 않고, 발톱도 보잘것없고, 털도 적어서 남의 털 빌려 입어야 하는데 무려 만물의 영장입니다. 비록 자칭이어도, '뭐 그럴 만 하지' 싶을 정도로요.
이는 약점을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로 잘 발달된 두뇌가 하드캐리한 덕분일 텐데요. 지능이니 사회성이니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두드러진 점은 '믿음'과 '목표 의식'이 아닐까 합니다.
인간은 참 징한 존재입니다. 부득부득 그 커다란 돌을 옮겨서 피라미드 쌓은 걸 보십시오. 그 외에 신전이랑 거대 석상, 목 꺾여 가며 천장에 그린 그림 같은 것들은 또 어떤가요.
밥만 가지고는 설명이 안 됩니다. 믿음의 힘이지요. 그리고 그 믿음을 기어이 어떤 형태로 표출하고, 남기고, 이루고자 한 목표 의식도요.
요는, 인간은 '꼭 해야 돼!' 하고 한번 믿으면, 거기에 '꼭 해야 하나?' 하는 의구심이 파고들지 않는 한 한계치까지 해내는 존재란 겁니다. 고도로 발달된 사회성은 그 성공률을 크게 높이고요.
무언가를 적으로 믿고 없애야겠다는 목표가 생기면, 인간 집단은 반드시 그 대상을 죽입니다.
설령 그것이 같은 인간이어도.
너무 늦기 전에, 늘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영리한 동시에 어리석은 우리에게, 부디.
그 지능과 집념으로 항상 더 나은 길을 모색할 수 있기를.
저보다 어린 친구들에겐 인생은 생각만큼 멋지지 않다고, 원래 그런 거니 괜찮다고,
꼴사납게라도 살아 있으면 새로운 걸 알게 되고, 안 보이던 게 보이게 되고, 그래서 없던 길이 갑자기 열리기도 하더라고,
그러니 괜찮다고,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고, 그러니 일단 계속 살아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이런 제가 말하면 설득력이 없으려나요. ㅎ
아님, 이런 제가 말하기 때문에 더 설득력이 있을까요.
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더 많았는데.
아직, 아직 더 있는데...
아, 안 되겠네요.
기억이 잘 안 나요. ㅎ
자면 나으려나... 좀 자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