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류는 극혐이지만
1. 매일
요네즈 켄시의 노래 중에 <毎日(마이니치; 매일)>란 곡이 있다. 밝고 경쾌한 분위기와 달리 가사는 '열심히 살아도 그닥 나아지지 않는 매일'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YGo5t6rdA8
웅장한 피아노 전주(아아, 또 하루가 온다...), 살짝 몽환적인 멜로디에 얹힌 담담하면서 먹먹한 독백으로 곡은 시작된다.
매일, 매일, 매일, 매일, 나는 나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는데
매일, 매일, 매일, 매일, 뭐 하나 바뀌는 게 없는 걸
아직, 사랑할 수 있을까.
(아아, 죄송함다)
잠꼬대 그만하고 일어나라는 것처럼, 발랄하게 바뀐 박자가 재촉하는 듯이 고막을 두드린다. 정신없이 화자의 하루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지금 고개를 끄덕이는 게 신나는 리듬 때문인지 아니면 공감되는 가사 때문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머쓱해지는 월요일
일이 커지는 화요일
열이 나는 수요일
엉켜버린 목요일
그 뒤로 금, 토, 일 말할 것도 없이 이하동문
매일 쌓여가는 무언가. 갈수록 산이란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다. (그래도 주말은 오아시스 축에 속하지 않나 싶지만, 패스)
개인적으로 이 노래에서 '나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는데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걸' 다음으로 좋아하는 가사는
빛나는 것만이 전부라면
이 세상은 너무 어두운데
이다.
2. 생쥐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죠? '우유통에 빠진 생쥐' 우화. (자매품 '우유에 빠진 개구리')
두 마리의 생쥐가 우유가 담긴 우유통에 빠졌답니다. 둘 다 빠져나가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죠.
한 마리는 좌절하여, 어머나, 결국 빠져 죽었어요.
그러나 다른 한 마리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발버둥을 쳤답니다!!
그러자 우유가 점점 치즈로 변했고, 끝까지 발버둥 친 생쥐는 살아서 우유통을 빠져나갔지요.
그러니 여러분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요~
와아아아~
그렇죠. 포기하지 말고 견디다 보면 분명 길이 열릴 거예요.
근데, 언제까지?
얼마나 발버둥 치면 이 우유란 놈이 치즈가 되나요?
치즈가 되기는 하는 건가요?
보통 치즈는 식초나 레몬즙, 또는 위산처럼 산을 첨가해서 만든다고 알고 있었거든요? 젓기만 해서 치즈가 되나?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결론은, 된답니다. (틀리면 구글 AI한테 따져보아요)
근데 그냥은 안 되고, 열이 가해져야 한다는군요.
아하! 생쥐들이 우유통에 빠진 날은 아마 날씨가 따뜻하고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었나 봅니다.
그냥 놔둬도 우유가 상할(치즈가 될) 그런 때, 생쥐가 마구 저어서 더 빨리 변한 거죠.
.
.
.
뭐야 그럼, 운도 있었네. (ㅆ....)
시원한 날이었으면 생쥐의 작은 발로 백날 저어봤자 치즈가 안 된다는 거잖아요.
그 생쥐가 생쥐계의 'The King', 로니 콜먼(Ronnie Coleman)이었으면 모를까.
이제야 왜 이 이야기에 개구리 버전도 있는지 이해가 갑니다. (개구리 뒷다리~)
3. 긍정?
그래도 뭐, 긍정은 좋은 거잖아요 그쵸?
치즈니 뭐니 그냥 비유일 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아니겠습니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하면! 할 수 있습니다!
아아, 신성한 노오오력.
근데, 뭘 위해서요?
'우유통을 빠져나가기'는 실제 인생에서 대체 뭔가요?
갑자기 찾아온 위기에서 벗어나기? 그럼 어느 정도면 위기인가요?
하루하루 겨우 버티고 있으면, 매일 매 순간이 위기인가요?
게다가 그 '우유통'에는 한 번만 빠지나요?
빠지고 또 빠지고 또 빠지고 또 빠지고...
삶이 정말로 이런 거라면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게 과연 '치즈'가 맞나 싶습니다.
오히려 '우유'가 아닌가요.
빛나는 것만이 전부라면
이 세상은 너무 어두운데
치즈만이 전부라면
이 세상은 우유 천지인걸요.
4. 우유
우리는 모두 우유에 떠다니는 중입니다 여러분.
운이 좋으면 따뜻해진 우유가 몽글몽글해져서 떠있기 쉬운 거고, 그보다 더 좋으면 발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 얕아서 빠진 김에 우유 마사지나 하는 겁니다.
만약 추운 날이거나 깊은 우유 속에 빠져 있으면 어쩌냐고요?........ 유감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계절은 순환하고 날씨는 변덕스러우며 운은 돌고 돈다는 겁니다.
그리고 분명히, 끝은 있다는 거.
중요한 건, 지금 살아 있다는 거.
*TMI
1. 또 JPOP으로 썰을 푼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덕중에 덕은 양덕이니라'라는 어떤 작가님의 말씀에 대한 반발심의 발로이다. (일덕도 할 쑤! 있씁!니다)
아마 다음에도 또 일본 노래를 들고 올 확률이 높다. 여차하면 '오타쿠 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시리즈가 될지도 모르겠다.
2. (음악의 악마)요네즈 켄시의 노래는 정말 좋다. '毎日(마이니치)'는 앨범 커버 그림이 고양이라서 더욱 좋다.
대부분의 앨범 커버를 직접 그린다는 요네즈 켄시. 작사, 작곡, 편곡, 노래, 악기, 춤, 미술 등등, 혼자서 다 하는 멀티 아티스트. 그는 진짜 천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