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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Mar 13. 2022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어제와 오늘 연달아 있었던 해프닝들에 대해 기록하는 일지.


그에 앞서 고백해야 하는 건, 난 엄청난 걱정쟁이라는 것이다. 물론, 걱정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익할 수도 있다 - 우리가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도움을 준다면 말이다. 하지만, 혈액형도 (소심한) A형이고, MBTI도 (쓸데없는 걱정과 생각이 많은) ISFJ로써,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걱정을 한다. 나의 이런 성격을 전제하에, 이 글을 읽어주시면 좋겠다.


어제는 매달 한 번씩 돌아오는 매니저와의 면담이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미국에서는 코로나 상황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곧 다시 출. 퇴근을 해야 한다는 통보를 약 한 달 전에 받았다. 물론, 각 부서마다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나타내어, 매일같이 오피스로 출근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도 있었다.


한줄기의 아주 가느다란 희망을 갖고 있었지만, 걱정쟁이로써 불확실한 앞날에 대해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내가 지금 회사와 아주 먼 거리에 살고 있기에 (왕복 2시간 반), 출. 퇴근을 상상만 해도 지치고 힘들었다. 그래서 어제 매니저와의 면담 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달 동안 걱정했던 것이 후회될 만큼, 매니저는 정말 쿨하게 말해주었다. 올해는 아마 오피스로 출. 퇴근할 일이 거의 없을 것 같다고 하였다. 자기도 재택근무를 너무 좋아하기에, 우리 팀원들이 굳이 오피스에 갈 필요가 없다면, 가지 않도록 본인이 힘을 써보겠다고 했다. 평소에도 정말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유자인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는 그녀를 보며, 쓸데없는 걱정을 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도 없는데도, '어떡하지'라고 고민한 게 정말 부질없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오늘도 비슷한 해프닝이 있었다. 내가 매주 참석하고 있는 세미나가 있는데, 이 역시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비대면 화상 모임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근데 오늘 오후에, 다음 달 초부터는 다시 모임 장소에서 세미나를 갖게 될 것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물론 한 20프로 정도는 그 소식이 반가웠다 - 그동안 못 보던 나의 동료들을 볼 수 있어서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기대되는 마음보다도 걱정이 앞섰다. 많은 사람들을 다시 만나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내가 어떻게 보일지,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어떤 언행을 나타내야 할지가 걱정되었다. 미용실에 가야 할 것만 같았고, 모든 옷들을 다 세탁해야 할 것만 같았고, 살을 빼야 할 것만 같았다. 피부관리도 하고, 새 신발도 사고... 어쩌고 저쩌고...


오늘 저녁, 이런 나의 고민들과 생각들을 남편에게 공유했다. 그 역시, 정말 명쾌한 말을 해주었다.


걱정만 하지 말고, 걱정이 안 되게끔 행동하면 돼.

맞았다. 정답이었다. 내가 하는 대부분의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다. 걱정이 된다면, 걱정이 안 되게끔 행동을 하면 된다. 그리고 내가 바꿀 수 없는 부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게끔 그에 맞는 행동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한 가지 예로써, 사람들을 대면해야 한다는 것이 두려운 이유는, 내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하는 고민 때문이다. 이런 나의 고민과 걱정을 없애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떳떳하고 자신감 있게 보이기 위해 노력하면 되는 것이었다. 너무 지나치게 준비하거나 '--척' 할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내 모습을 가꾸고, 밝은 미소와, 친절한 행동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걱정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익이 아니라 해를 주는 것 같다면, 다음과 같이 해볼 수 있다:


1. 우리가 합리적인 정도로 걱정을 하는 것인지 생각한다. 걱정을 한다고 해결책이 생기는 게 아니라면, 걱정을 해서 오히려 문제만 늘어날 뿐이며 그런 걱정 자체가 문제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2. 오늘의 문제에만 집중한다. 내일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걱정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중 어떤 일들은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3.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사는 법을 배운다. 우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꿀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상황을 바라보는 우리 자신의 생각은 바꿀 수 있다.
4. 자신의 상황을 보다 넓은 시각으로 바라본다. 걱정이 되는 문제들을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면 지나친 걱정에 시달리지 않게 된다.



물론, 생각을 없애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래도 노력은 할 수 있다. 특히, 그런 부질없는 걱정을 덜어내고, 나에게 더 유익하고 도움이 될만한 생각들로 채우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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