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으로 묘사되는 감정적인 사람과, 푸른색으로 묘사되는 이성적인 사람이 만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물과 기름처럼 절대 섞일 수 없고, 해와 달처럼 절대 마주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정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나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는, 평소에 꽤나 우스꽝스러운 일들이 생긴다.
얼마 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우리는 장을 보러 마트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창밖을 보니, 나뭇가지들이 격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케이블 줄에 매달린 신호등이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의 차도 매서운 강풍으로 인해 몇 번이나 휘청 휘청거렸다. 이처럼 바깥구경을 하다가, 나는 어느덧 몇 년 전 있었던 일을 회상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나의 남자 친구이자 지금의 남편은, 즐거웠던 데이트 후 나를 집에 데려다주었다. 모든 커플들이 그러하듯이, 우리는 서로 헤어지기가 아쉬웠고, 그래서 바람이 많이 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네 한 바퀴를 같이 산책하기로 했다. 날씨가 꽤 쌀쌀했기에, 그는 오른손으로 나의 왼손을 꽉 잡아주었다.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 오른손은 어떡하지?"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역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내 앞으로 다가와 나의 두 손을 잡아주었고, 나를 마주 보며 뒤로 걷기 시작했다.
이처럼 혼자 낭만적인 추억에 빠져있었는데, 잠시 후 남편이 침묵을 깨며 말하였다. “이 바람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만약에 우리가 이 모든 풍력을 어떤 방법으로 가둬놓고, 그걸 전기로 생성할 수 있다면 말이야. 그러면 우리 매달 전기 요금이 50% 이상 줄어들겠다, 그렇지?”
고개를 돌려보니, 그는 호기심과 열정이 가득한 얼굴을 말을 하고 있었고, 난 그런 그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분명 둘 다 바람이 부는 것에 대해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전혀 다른 일들을 상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부부의 정반대 되는 성향을 잘 나타내 주는 하나의 소소한 예일뿐이다. 결혼하고 처음 몇 년 동안, 우리는 서로의 성격 유형(일명 MBTI)을 알기 전에, 셀 수 없이 많은 말다툼을 하였다. 그는 초콜릿이 어떻게 내 기분을 “좋게”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실제로 초콜릿을 많이 먹으면, 오히려 편두통이 생겨서 기분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왜 그가 불금에 밖에 나가서 놀기를 원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불금에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많을 것을 알았기에, 비효율적인 일을 하기 싫어했다).
약 1년 반전, 우리는 ‘성격 유형 테스트’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우리 둘 다 그것을 믿지 않았다. 우리는 사람의 성격과 성향은 항상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식별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친구들이 성격 유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길래, 우리 역시 호기심에 테스트를 해봤다. 그리고 우리는 테스트의 결과와, 우리 각자의 성격 유형에 대한 설명이 얼마나 정확하고 잘 맞는지 알고 난 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몇 년간 서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성격의 부면들에 대해 더 잘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 어느 누구도 ‘틀린’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게 되니, 우리의 관계는 훨씬 더 안정적이고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남편은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이다. 스스로 감정에 흔들리는 걸 좋아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흔들려고 하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감정'이 입'을 하려고 많이 노력한다. 아내인 내가 감정적으로 반응할 때 정말 배려를 많이 해주고, 최대한 감정이입을 하여 나를 이해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나의 감정이 좀 더 수그러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가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남편과는 반대로, 나는 정말 감정적/감성적인 사람이다. 정말 감정이 풍부하기 때문에, 눈물도 잘 흘리고, 웃기도 잘 웃는다. 사소한 이유로 누군가가 좋아지기도 하고, 또 그만큼 사소한 이유로 상처도 잘 받는다. 특히나 호르몬의 변화를 겪을 때는 더 심하다. 이런 나의 감정 기복으로 인해 남편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자주 겪고 나서부터는, 스스로 감정을 잘 조절하려고 무척 노력한다. 주로 나 자신에게 말을 하곤 하는데, 예를 들어서, "지금은 이렇게 느끼지만, 자고 일어나면 다 없어질 감정이야"라고 하거나, "지금은 힘들지만, 일시적인 감정일 뿐이야"라고 말을 한다.
이성적인 사람과 감성적인 사람이 만나 가정을 꾸리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정말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성과 감정이 서로 융합되게 해 준 비결은, 끊임없는 ‘의사소통’이었다. 웬만하면 차근차근 대화로 푸는 게 가장 좋지만, 아무래도 언성이 올라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다투는 것이 정말 부질없다고 느끼고, 금방 다시 감정을 추스르게 된다. 그리고 서로의 생각과 견해를 맞출 때까지, 끊임없이 대화를 한다. 이게 바로 비결이다. 포기하고 싶어도, 계속 대화를 해야 한다. 물론, 대화를 하다가도, 너무 지친 나머지 쉽게 그 대화를 끝내버리려고 할 때도 있었다. 우리의 생각이 온전히 맞춰지지 않았는데도, 그냥 빠르게 맞춰버리려고 할 때가 있었는데, 이것도 사실 위험하다. 생각과 감정이 잘 맞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를 끝내버리면, 분명 다음번에 똑같은 문제로 다시 싸우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대화를 몇 시간이나 며칠씩 이어가며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는 다시 그 주제로 돌아와서 온전하게 매듭을 지어야 한다. 부부관계는 대화가 멈췄을 때 끝나는 거 같다. 다시 말해, 부부가 대화를 멈추면, 두 사람의 관계도 끝이 난다.
결론적으로, 이성적인 사람도 감정이입을 하여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할 수 있고, 감정적인 사람도 자신의 감정을 이성적으로 이해하여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한쪽이 ‘틀린’것이 아니며, 서로 ‘다른’것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써, 의사소통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방식으로 응대하려 노력한다면, 안정적이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