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드라마가 끝나갈 때 즈음 정주행 해서 시청하는 편이라서,
며칠 전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성의 끈을 붙잡고, 아직 모든 회차를 다 보진 않았지만,
이미 느낌이 오고 있다. 난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될 거라는 걸...
사실 2월에 처음 이 드라마가 방영되기 시작한 후, 끊임없이 올라오는 기사들을 통해 내용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때는 사실 이 드라마가 또 하나의 뻔한 러브스토리를 담은 '응답하라'시리즈와 비슷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시청해보니, 왜 이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유행하는지 알 것 같다.
우선,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시절 속에 일어났던 삶과 생활을 보여준다. 사실, IMF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한국 사람들이 있을까...?
그리고, 남녀 주인공의 러브스토리 내에서, 뻔하지 않은 전개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캔디걸'을 구해주는 '백마 탄 왕자'의 뻔한 러브스토리가 아닌, 각자 사연이 있는 두 주인공이 만나, 친구로 관계가 시작되어, 점점 서로를 의지하며 사이가 더 돈독해지고, 호감이 생기며, 결국에는 사랑과 사랑싸움을 하는, 아주 평범하고 현실적인 연애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김태리 씨와 남주혁 씨의 케미가 너무 잘 어울리고, 함께 출연한 다른 배우들과의 티키타카도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문지웅' 캐릭터가 너무 귀엽다 ㅎㅎ)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이야기를 보니, 우리 부부의 연애시절 생각도 많이 났다. 둘 다 많이 어렸어서 (나는 22살, 신랑은 24살), 이 드라마의 '나희도'와 '백이진'의 풋풋하고 엉성한 모습이, 그 당시 우리 두 사람의 모습을 많이 상기시켜주었다. 현재 사랑을 하고 있던, 이미 지나간 사랑이던지 간에, 많은 커플들과 부부들도 아마 공감할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드라마는 아무래도 남녀 간에 사랑이 이루어지며 해피앤딩으로 끝나거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끝이난 다는 것이다. 그 이후에 이야기도 보여주면 좋으련만. 과거를 회상하며 짧게 짧게 나오는 현재의 장면들이 아닌, 두 사람이 사랑을 한 그 이후에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면 참 좋을 텐데 말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결혼이 '시작'이 아닌, '끝'이라고 착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결혼은, 정말 다양한 장르를 포함한, 장편 드라마의 시작일 뿐이다. 당연히 로맨스와 멜로로 시작하지만, 그 이후에는 액션, 코미디, 공포, 판타지, 그리고 때로는 첩보물도 포함된다. 결혼에는 두 주인공 만나, 이렇게 다양한 장르들을 경험하며 일어나는 아주 다이내믹한 내용들로 넘치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결혼이라는 드라마에는 결말을 미리 만들어 놓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지막 회'를 상상하며 결혼하지 않으니까...
물론, 현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드라마나 영화로 만든다면, 아마 너무 진부하고 기운 빠져서 끝까지 시청하는 사람들이 적을 것 같다. 그리고 반대로, 나의 현실을 드라마에 비교해서, 스스로 자책하거나 상실감에 빠져서도 안된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며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점도 있다. 만약 우리의 연애 생활이나 결혼생활이 삭막하다고 느껴진다면,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순간들을 정말 멋지고 화려하게 생각해보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여자 친구/남자 친구가, 혹은 나의 아내/남편이 나를 위해 해준 말 한마디, 미소, 리액션 등등, 드라마에서는 장황하게 표현되지만 현실에서는 사소하게 여기는 부면들을 떠올려볼 수 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나 역시 똑같이 해준다면, 사실 우리 삶의 로맨스 장르가 어느덧 풍성한 스토리로 가득 차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