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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VILLAGE May 24. 2022

타투에도 비건이 있다



 최근 타투를 예약했다. 스물한 살부터 어렴풋하게 가지고 있던 욕망은 점점 커졌고 이젠 터트릴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타투는 곧 후회와 같은 말이라고 한다. 후회를 일절 안 할 순 없지만 최대한 덜어내기 위해 문구, 그림, 크기, 위치, 심지어 미래의 직업까지도 가져와 숙고의 시간을 거친다.


 한창 도안을 찾던 중 알고리즘이 '비건 타투'에 대해 소개시켜줬다. 적잖이 놀랐다. ‘아니, 타투에도 비건이 있어?’ 이후 10분 정도의 검색으로 타투의 과정과 재료에 대해 얼추 파악할 수 있었고, 덕분에 후회의 선택지 한 가지를 늘릴 수 있었다.


 '내 몸에 동물의 잔해를 남겨도 괜찮은가?'


 (조금 과격한 질문인 것 같지만) 나의 답은 '아니'다. 물론 타투는 당사자에게도 의미와 영향이 깊기 때문에 비건이 아니라고 하여 많은 것을 타협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검색을 통해서 그 질에 차이가 없다는 걸 알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의 작품을 추구하는 비건 타투이스트가 있었기에 더 고민하지 않을 수 있었다.


 후회를 줄이기 위해선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이 글을 선택한 부지런한 당신을 위해 타투의 어떤 과정에서 동물성 제품이 들어가는지, 그럼 비건 타투는 누구에게 받을 수 있는지 소개해드리겠다. 더 많은 정보를 통해 주체적인 선택을 하시길 바란다.



 타투의 과정


 타투는 크게 전 - 중 - 후의 단계, 전사를 활용한 밑그림 - 잉크로 그림을 그리는 본 작업 - 애프터케어로 구분된다.

(사진 출처 : 블로그(춘타투, chuntattoo2)


 전사는 전사지에 그림을 그려 피부에 밀착시킨 후 밑그림을 그려내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전사지엔 ‘라놀린(양털에 붙은 지방질의 분비물을 분리하여 정제한 것)’ 이라는 성분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전사를 선명하게 하기 위한 전사 용액 성분은 동물 실험을 거친 제품이 대부분이다. 전사는 원하는 만큼 수정을 할 수 있는 단계로 혹여 재료를 낭비할 수도 있으니 충분히 크기와 위치 등을 고려한 후에 진행하면 좋다. 비건 타투에서는 라놀린이 포함되지 않은 전사지와 비건 인증을 거친 전사액을 사용한다.


 전사 이전에 해당 부위에 제모를 받게 되기도 하는데, 이때 레이저 면도기나 솝(soap) 등에 ‘글리세린(윤활, 보습을 위해 사용되는 약물로 동물성 지방에서 추출)’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제모를 하고 가면 더욱 좋다. 비건 타투에선 식물성 글리세린이 포함된 제품을 사용한다.



 전사가 마무리되면 잉크를 채워 넣는 작업을 진행한다. 잉크의 경우 현재 정식 수입되는 대부분이 비건 제품이라고 한다. 따라서 비건 타투이스트가 아니더라도 잉크만큼은 비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화사한 색감을 위해 동물의 뼛가루나 곤충을 사용했기 때문에 해당 잉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아둬야 한다.


 본 작업 이전에 타투머신이 잘 움직이도록 바세린 같은 윤활제를 바르는데, 이 역시 동물성 글리세린이 포함된 제품이 많다. 또한 감염 방지를 위해 일회용 랩으로 시술대를 감싸고 일회용 장갑, 컵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된다. 비건 타투이스트에게도 극복하기 어려운 단계이지만, 사람에 따라 수건을 세탁해서 사용하고 잉크를 담는 머그컵, 다회용 스틱을 사용하는 등 추가적인 노력을 하는 경우도 있다.


 타투는 시술 이후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 애프터케어를 잘했느냐에 따라 작업의 완성도 유지가 결정된다. 그렇기에 시술 부위의 보습과 진정을 위해 다양한 제품이 활용되는데 여기서 동물성 글리세린, 라놀린, 밀랍 등의 성분이 들어간 논비건 제품이 많이 사용된다. 따라서 식물성 글리세린을 포함한 알로에 젤, 비건 타투케어 제품 등을 찾아보면 좋다.



 비건 타투이스트는 어디에?


 이렇듯 타투의 전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거치거나 동물성 성분이 들어간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타투를 받기 전 일일이 문의를 하는 것도 좋지만 타투이스트마다 인지하고 있는 정도, 추구하는 방향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완전히 맞추기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가장 손쉽게 비건 타투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비건 타투이스트를 찾는 것이다.


 간단한 검색으로 찾아본 이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인스타그램에 ‘비건 타투’를 검색하면 ‘2be_tattoo’, ‘celery_tattoo’, ‘tattooist_pluie’ 라는 타투이스트의 작업물을 찾을 수 있다. 또한 ‘Upstair Tattoo Studio_Kor’ 계정은 비건, 퀴어 프렌들리한 타투이스트 ‘활활’, ‘우디’, ‘파과’, ‘못정’, ‘문조광’ 으로 이루어진 팀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타투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타투쉐어' 앱에 비건을 검색하면 ‘이피타투’라는 타투이스트가 검색된다. 이외에도 트위터, 블로그 등에 검색해보면 다양한 비건 타투이스트를 만나볼 수 있다. 이들에게 상담을 받을 때 어떤 과정에서 어떤 제품이 비건으로 사용되는지를 물어보면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비건 케어 제품은?


 구체적인 전후 케어 제품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찾아봤다. 시술 부위에 보습을 유지하거나 전문적인 케어를 할 수 있는 밤, 크림, 로션, 젤 형태의 제품이 존재한다.


 '닥터 브로너스 솝'은 올리브영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한다. 타투 비누로 사용 가능하다.


 '드림 크림'은 러쉬에서 구매 가능한 제품이다. 시술 부위의 보습을 유지하기 위해 발라주면 된다.


 TattooMed는 인터넷에서 구매 가능하며 타투 애프터 게어 전용 상품이다.


 'TattooGoo'는 비즈 왁스(밀랍 성분 포함)가 포함되어 완전한 비건은 아니지만, 다른 제품에 많이 사용되는 라놀린, 페트롤리움이 들어있지는 않다.


 위 제품들이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케어 제품이다. 이외에도 ‘비건 편의점 WiKi’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비건으로 타투하기’를 검색하면 인터넷으로 구매 가능한 애프터케어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혹은 타투를 받고 난 후 타투이스트에게 애프터케어 제품 구매처를 상담받을 수도 있다.


 타투에 대해 찾아보다가 LG 생활건강에서 비건 잉크를 활용한 미니 타투 프린터를 개발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타투가 하나의 문화로서 점점 인식되고 있다고 느꼈고, 물론 존중받아 마땅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타투는 나를 표현하는 개성의 수단, 잊고 싶은 흉터를 계속 바라보고 싶은 것으로 만드는 회복의 수단, 특정한 대상을 기억하는 사랑의 수단이 된다.


 개인에게 충만한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문화이기에 그에 얽힌 다른 존재도 충만하게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아직 타투는 우리나라에선 합법화되지 않아 제품 선택의 폭이 좁고, 이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든 실정이라고 한다. 다만 그 속에서도 어떻게 나와 내가 아닌 것들을 이롭게 할 것인지를 끝없이 고민하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다. 결국은 이들에게 더 많은 눈길을 갖게 된다. 타투가 동등한 하나의 문화로 발돋움하여 더 나은 체계 속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이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Reference

1. 비건편의점 WiKi, 비건으로 타투하기

2. 브런치, ‘입는 것’을 넘어선 슬로우 패션, 2020.11.29

3. 한국채식연합, 동물성/식물성/성분(글)

4. 블로그(파과, love_pagwa), [파과 타투] 비건 타투 :: 비건으로 타투 받는 법, 비건 타투샵

5. <이대학보>, 환경을 위한 작은 노력, ‘비건 타투’의 세계를 알아보다, 2022.03.19

6. <인더뉴스>, LG생활건강, 비건 잉크 사용한 ‘미니 타투 프린터’ 만든다, 2022.01.25

7. PRAN-프란 유튜브 채널, 비건 타투, 비건 콘돔.. 먹는 비건 말고 쓰는 비건이 있다? 다양한 비건의 세계!







Editor & Contents Director : 정 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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