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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대디 May 08. 2022

민원을 견디는 자, 새집을 얻으리

육아대디의 난생처음 셀프인테리어 #17 공사현장 ② 철거


1. 일반 철거



◇ 공사 기간: 1일
◇ 작업 내용:
    - 비내력벽, 마루, 우물천장, 방문 철거
    - 작은 방 확장
◇ 감리 포인트
    - 확장 시 내력벽 여부 확인
    - 노후된 천장몰딩 철거 시 무너짐 유의
    - 철거로 발생된 폐기물과 분진 처리



내가 어린 시절 즐겨보던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서 가장 좋아하던 코너가 '러브하우스'라는 코너다. 낡은 집이 마법처럼 예쁘고 깔끔한 새집으로 변신하는 극적인 모습은 늘 나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요즘엔 랜선 집들이라고 해서 온라인에서 집 구경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신축 아파트를 예쁘게 꾸미는 것도 좋지만, 오래된 집을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주는 비포애프터가 담긴 랜선집들이에 더 많은 사람들이 감정 이입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철거 날은 소음이 어마어마하게 발생한다



그런 집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공정이 바로 철거다. 원래 철거는 창호, 욕실, 마루 그리고 나머지를 일반 철거 정도로 구분할 수 있는데 나는 창호, 욕실은 시공 업체에서 별도로 진행하고, 일반 철거 시 마루(강화마루)를 같이 철거하기로 했다.





철거는 기존의 것들을 한 번에 다 뜯어서 폐기 처리하는 공정이라기보다 다음 인테리어 공정을 위한 밑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다음 공정에서 어떤 시공을 할 것인지를 철거 업체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두면 철거 시 작업자 분들이 고려하여 다음 공정이 수월히 진행될 수 있을 정도로만 철거를 진행한다. 때문에 철거 업체와의 사전 커뮤니케이션도 상당히 중요하다.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손대지 않아도 될 부분을 철거할 수도 있고, 미처 철거하지 못해 다음 작업자가 왔을 때 철거를 다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철거 사장님의 현장 메모



나는 사전 현장 미팅에서 준비된 기획서에 철거할 부분과 철거하지 않는 부분을 전부 표기해 전달했다. 그 후 현장에서 다시 한번 확인 작업을 하면서 매직으로 철거할 부분과 하지 않을 부분들을 간단하게 메모했다. 거실 천장의 경우 이후에 무 몰딩 도배를 진행할 예정이니 천장이 훼손되지 않도록 조심해서 철거해 달라고 요청했다. 철거 현장에서 작업하시는 걸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힘으로 막 뜯으시는데, 그렇게 하다가 오래된 천정이 내려앉을 수도 있고, '빠루'라고 하는 장비를 사용하면서 그 부분의 벽이 부서질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후에 그 벽을 목공 작업으로 덮을 예정이라면 크게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부서진 벽 위에 도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조심해서 작업하는 것이 좋다.


철거에서 큰 작업 중 하나가 비내력벽을 철거하는 일이다. 우리 집에서는 작은 방 발코니 날개벽, 현관 신발장 뒷벽, 주방 쪽 뒷베란다 출입문 벽 이렇게 총 세 곳을 철거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주방 쪽 비내력벽 철거가 가능한지 궁금했다. 당초 주방에 있던 냉장고를 뒷베란다 세탁기 자리로 숨기기로 했는데 뒷베란다로 가는 입구가 너무 좁아 냉장고가 그 입구로는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초의 계획으로는 그 벽을 철거하고, 냉장고가 들어갈 만큼 입구를 넓혀 새로 가벽을 만들 생각이었다. 도면상으로도 비내력벽으로 표기가 되어 있어 철거를 하는데 무리는 없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력벽이라 철거를 포기한 주방 우측 벽



하지만 현장에서 철거 업체가 확인하니 내력벽이었다. 아파트는 나 혼자만 지내는 곳도 아니고, 내력벽은 아파트의 전체적인 하중을 견디는 구조물이기 때문에 깨끗하게 받아들이고 철거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냉장고를 작은방 창문으로 넘겨서 뒷베란다 두고 현재 잘 사용하고 있지만 그땐 현장에서 계획이 틀어지니 적잖은 멘붕이 왔었다. 



애매한 작은방의 발코니 부분



서재로 사용될 작은 방은 기존에 있던 애매한 발코니를 확장하기로 했다. 발코니는 계륵 같은 존재다. 있으면 방 면적이 줄어들고 공간 활용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철거하고 확장하면 철거하지 않은 방보다 외부의 찬 공기가 쉽게 들어와 내부 온도가 떨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고심 끝에 단열을 꼼꼼하게 하는 조건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확장하는 부분의 경우 특히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단열이다. 창호, 벽(정면, 측면, 천정), 바닥 모든 부분에 대한 단열을 꼼꼼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부의 찬 공기와 내부의 따뜻한 공기가 만나면서 결로와 곰팡이가 생기고 말기 때문이다. 창호는 이중창을 했고, 창틀과 건물 벽면과는 우레탄 폼으로 기밀하게 시공한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벽면과 천장, 그리고 바닥 단열만 남았다. 벽면과 천정은 비드법 2종 3호 30mm를 두 겹으로 교차시켜 60mm로 시공했다. 열관류율 기준으로 보면 비드법 2종 3호 자재로 단열공사를 했을 땐 140mm으로 하는 것이 좋지만 그러면 그만큼 내부 공간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한번 고려해봐야 한다. 다행히 부산은 그렇게 추운 지방이 아니었기 때문에 60mm로 작업하고도 이번 겨울엔 추위를 모르고 지냈다.  



현관 신발장 뒷벽 철거



현관 신발장 뒤편 내력벽은 철거가 가능한 조적 벽으로 되어 있어서 무리 없이 철거를 할 수 있었다. 대신 철거를 하는 과정에서 오래된 천정이 약간 내려앉는 문제가 발생했다. 더 이상 내려앉지 않게 현장에서 조치를 취하고 이후에 목공 작업에서 천정을 보강하기로 했다. 



강화마루 철거는 일반 철거로 가능하다



강화마루는 바닥에 접착제로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띄움 시공이 되어 있어 철거 시 마루 조각을 떼어 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일반 철거 업체가 쉽게 철거할 수 있다. 반면 강마루는 바닥에 접착제가 붙어 있는 것을 제거하며 철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마루 시공업체가 철거와 시공을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인방 철거, 할 수 있다면 강력 추천



방문과 천정 사이에 있는 콘크리트 벽 부분을 인방이라고 한다. 나는 무 몰딩에 인방을 없애서 더 넓고 깔끔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그런데 철거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이 콘크리트로 철거가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 이 부분도 철거하지 못했다. 처음 계획이 현장에서의 변수 때문에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정말 많았는데 이럴 때일수록 빠른 상황 판단과 결정이 필요하다.





문틀도 전부 철거를 했다. 이사한 집에는 바닥 문턱이 없었는데, 바닥 문턱을 철거해야 한다면 철거 중 바닥 난방 엑셀 파이프를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만약 철거를 하다가 바닥 난방 배관을 건들게 된다면 물이 새서 추가 배관 공사가 필요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 창호도 일반 철거에 속한다



창호는 창호 업체에서 철거까지 해주지만 거실과 베란다 사이에 있는 내부 창호는 일반 철거 업체에서 철거해야 한다. 이런 부분도 현장에서 작업자 분들이 놓칠 수도 있으니 꼼꼼하게 챙기자. 


현관에 새로운 타일을 시공하기 위해서는 바닥을 콘크리트가 나올 때까지 철거해야 한다. 이후에 타일을 하면 타일의 높이만큼 바닥이 올라오는데, 만약 겉에 있는 타일만 철거한다면 나중에 현관과 마루의 단차가 너무 줄어들게 되어 완성도가 떨어진다. 


철거할 때 특이사항이 없다면 무조건 콘크리트까지 철거하는 것이 좋다. 철거하지 않았다가 다음 공정에서 철거하게 된다면 철거 비용과 폐기물 처리까지 모두 내 몫이 되는데 공사 폐기물은 일반 쓰레기로도 버리기 힘들고, 그 양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구축이라면 최대한 버릴 건 버리자



딱 그 사례가 우리 집 거실 천장 이야기다. 기존 거실에 있던 우물 천정은 평탄화시키고 간접조명과 실링팬을 설치할 예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철거 사장님은 천정이 오래됐는데 모두 철거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지만 나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천정은 최대한 살리고 우물 천장만 철거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이후에 목 작업을 할 때 도저히 천정을 살릴 수 없어 추가 비용을 들여 전부 철거하고 폐기물까지 처리하는 일이 발생했다. 


오래된 구축 아파트들의 경우 석고보드의 기름기가 다 빠져서 퍼석거리면서 바스러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아까워하지 말고 무조건 철거해야 한다. 특히 나처럼 천정에 다운라이트로 조명 계획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천정 철거는 완벽하게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이 기회에 배웠다. 오래된 석고보드는 조명을 설치했을 때 잡아주는 힘이 없고, 타공을 할 때 부서져서 설치를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가호호 걸어둔 양해문과 소박한 뇌물(?)



인테리어를 하는 6주의 기간 중 철거 기간에는 민원에 잘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사기간 중 가장 소음과 분진이 많이 발생하는 날이니 만큼 주변 이웃 분들에게 큰 불편함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 팬데믹 시즌에는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더 신경이 쓰인다. 이날만큼은 현장 주변에 꼭 상주하면서 혹시나 모를 민원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원이 발생하게 되면 어쨌든 공사를 중지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공사기간은 자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모든 피해는 오롯이 나한테 오기 때문이다. 민원을 피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지만 나 같은 경우엔 사전에 입주민들께 양해를 구하고 답례품들도 미리 돌렸다. 이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행히 큰 민원 없이 철거가 마무리되어 감사했다. 


다음 시간에는 작은 방을 확장하면서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바닥 난방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바닥 난방 같은 경우에 잘못 시공된다면 누수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나는 이것을 어떻게 해결했고, 어떤 결과물이 나왔는지 다음 글에서 자세히 이야기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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