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대디의 난생처음 셀프인테리어 #19 설비
◇ 공사 기간: 2일
◇ 작업 내용:
- 공용욕실 젠다이 설치, 수도배관 이전
- 베란다 세탁기 배수구 및 수전 이전
- 욕실 및 세탁기 배수구 주변 방수
◇ 감리 포인트
- 방수는 완전히 건조된 후 덧입히기
- 배관 이전 시 욕조, 세면대, 변기 간격
◇ 특이사항
- 액체 방수에 도막 방수 2회 이상 필수
- 누수 위험성 주의
설비 작업은 보통 철거 후 목공 작업을 시작하기 전 진행된다. 우리 집 현장의 경우 수도 설비와 욕실, 타일 작업을 같은 업체에서 진행했는데, 보통 설비의 경우 각각의 공정을 하나씩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공정에 방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중간중간 와서 작업하는 식으로 시공한다.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욕실 방수 작업 때문이다. 방수 작업은 한 번만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통 2 ~ 3회 하게 되는데 기본적으로 방수는 완전히 건조한 다음에 다음 방수액을 도포해야 한다. 그런데 방수액이 건조되는 시간이 보통 이틀 정도 걸리기 때문에 그 작업만 해도 6일은 소요가 된다. 거기에 나는 방수를 더 꼼꼼하게 하기 위해 우레탄 고막 방수까지 진행했기 때문에 방수 작업에만 총 13일 정도가 걸렸다. 방수를 하는 13일의 기간은 욕실의 방수액이 마르는 동안 나머지 공간에서는 다른 공정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은 목공 작업을 했다.
나처럼 설비와 욕실, 타일 시공을 하나의 업체에 맡겨서 하는 분들을 위한 팁이라면 작업을 총괄하는 작업자에게 이후의 작업(목공, 전기) 스케줄을 미리 전달해놓는 것이다. 욕실 시공은 다른 작업들과 일정이 겹치더라도 크게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그런데 마루나 타일 시공 시에는 다른 공정과 겹치면 안 되기 때문에 마루, 도배 공정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욕실 시공을 끝내 두는 게 좋다.
나는 뒷 베란다에 있었던 세탁기 위치를 옮기면서 세탁기 하수구와 수도 배관을 이전하는 작업을 했는데, 이후에 목공 공정에서 베란다 단열 작업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 설비 담당자에게 전달했고, 목공 작업 전에 완료할 수 있었다. 타일작업도 마루 시공 스케줄을 미리 전달해서 마루 공정 이틀 전에 작업을 완료했다. 타일은 작업 후 굳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타일 공정이 완료됐더라도 발로 밟거나 무거운 짐을 올린다면 하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까지 고려해서 작업 스케줄을 짜야 한다.
설비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수 작업이다. 셀프 인테리어를 진행하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 중 하나가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비싼 돈을 들여서 인테리어를 하더라도 누수로 하자가 발생하면 밑에 집에 피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집의 인테리어 마감재를 뜯어서 누수의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해야 하는데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내 집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셀프 인테리어 커뮤니티에서 보면 이런 경험담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피 땀 흘려 준비하고 비싼 돈 들여 한 인테리어를 내 손으로 뜯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마음이 너무 힘들다.
이런 경험담들을 미리 봐서 그런지 몰라도 처음부터 '누수는 절대로 일어나선 안된다'는 마음으로 현장을 돌봤다. 그러면 방수는 어떻게 해야 완벽할까? 인터넷에서도 방수에 대한 정보들이 많고, 유튜브를 검색해보더라도 방수 방법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셀린이'인 우리는 이 많은 내용 중 어떤 것이 맞는 정보인지를 가려낼 수 있는 눈이 없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그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사람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이 가장 좋다. 나도 이 부분을 조금이라도 일찍 알았다면 사전 준비 기간을 더 단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가장 찾아보면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알려 준 곳은 바로 한국패시브건축협회( http://www.phiko.kr/ )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피코네(PHIKO NET)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는 앞서 서재 확장 공사 시 바닥 단열 방법에 대한 답변을 받았던 곳으로 건축 분야에 있어서 가장 신뢰할만한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인데 그곳에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 유튜브 채널 <피코네>
이 채널은 건축학과 교수님 한 분과 시공업자 한 분이 나오시는데, 교수님은 건축 이론을 설명해 주고 시공 업자 분은 그 이론이 실무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이야기해준다. 유튜브에서 피코네를 검색해보면 영상이 아주 많이 나오는데 화장실 방수에 대한 영상을 한번 정주행 한다면 화장실 시공하는데 아주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화장실 방수에 대해서 핵심적인 정보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이 영상( https://youtu.be/Lau4W18SgUY )을 참고하면 좋다. 추가로 액체 방수만 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이 영상( https://youtu.be/mDwP11vu5hI )도 추천한다.
이 콘텐츠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액체 방수만 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액체 방수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겠다. 분말 형태로 되어 있는 시멘트를 물에 섞은 것을 현장에서는 '몰탈'이라고 부른다. 이것을 필요한 부분에 바르면 콘크리트처럼 딱딱하게 굳는데 액체 방수는 이런 몰탈에 방수액을 함께 섞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액체 방수'라고도 하고 '몰탈 방수'라고도 부른다. 쉽게 말해 방수 성능이 조금 들어있는 시멘트인 것이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의 전문가들이 방수를 액체 방수만으로 끝내면 안 된다고 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건축물들은 아무리 튼튼하게 짓는다 하더라도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이런 탄성이 없는 딱딱한 시멘트들은 균열이 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2차, 3차로 덧입힌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딱딱한 시멘트이기 때문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균열을 예방할 수 있는 방수 방법은 첫째로 액체 방수를 해서 고르지 못한 바닥과 벽면의 마감을 깨끗하게 잡고, 그 위에 아스팔트계 도막 방수를 2회 정도 덧칠을 하면 된다. 그리고 모서리와 수전, 하수구 주변에는 더 꼼꼼하게 칠하면 되는데 이 정도만 해도 누수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나는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본 후 어느 정도 방수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는 상황에서 수도 설비를 담당한 업체에게 시공 전 방수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물어봤다. 업체는 액체 방수만 3회 할 예정이라고 이야기하길래 아스팔트계 도막 방수는 왜 안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는 이때까지 액체 방수만 해왔는데 문제없었고, 아스팔트계 도막 방수하면 잘 마르지 않아서 나중에 타일을 못 붙인다고 하며 본인의 의견을 밀어붙였다. (셀프 인테리어는 엄밀히 '반'셀프 인테리어로, 전문가의 손을 빌려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업체와의 매끄러운 공정 조율이 정말 중요하다.)
설비 업체의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도막 방수제를 사다 주면 내가 직접 바르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렇게 해서라도 방수는 철저히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액체 방수는 업체에서 3회까지 시공했고, 그다음에는 내가 도막 방수제를 바닥 전체와 모서리, 수도배관 주변까지 유튜브에서 배운 대로 꼼꼼하게 칠했다.
도막 방수제는 아스팔트로 만들어져서 석유 냄새가 아주 지독하게 났다. 실무에서는 방독면 같은 걸 쓰고 시공하는 것을 나는 무식하게 마스크 하나를 쓰고 화장실 두 곳을 전부 칠했다. 중간에 창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긴 했지만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그렇게 화장실을 모두 칠하고 3일간 완전히 건조시켰다가 두 번째로 바닥과 모서리 부분에 도막 방수제를 발라주었다. 그 이후 욕조와 타일 작업을 진행했고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누군가는 나보고 유별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만 나는 누수에 있어서는 진심이었기 때문에 내가 조금 고생하더라도 도막 방수를 한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도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만약에 이런 걸 모르고 액체 방수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인테리어가 끝난 다음에 알았다면 어땠을까? 내 성격상 욕실을 드나들 때마다 굉장히 찜찜한 마음으로 지냈을 것 같다.
욕실 관리 팁
인테리어를 끝내고 입주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욕실을 새것처럼 사용하고 있는데, 간단하지만 그 비결은 욕실을 최대한 건식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 집 공용 욕실에는 욕조가, 안방 욕실에는 샤워 부스가 있는데 욕조가 있는 공용 욕실은 아이가 목욕할 때 정도만 사용하고, 욕조 밖으로는 웬만하면 물이 넘치지 않도록 사용한다. 안방 욕실도 마찬가지다. 샤워 부스에 약간의 단차를 줘서 세면대 쪽으로 물이 넘치지 않도록 했는데 샤워 후엔 스퀴지로 욕실에 있는 물기를 대강 제거하고, 환풍기를 돌려 완전히 건조한다.
우리 욕실 문화는 씻는 것도 청소하는 것도 물을 흠뻑 사용하는 문화인데 이렇게 되면 욕실에는 항상 습기가 가득하게 되고, 미세한 균열 사이로 물이 계속 들어가게 되면 누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여름철에는 습기로 인한 곰팡이나 세균 번식으로 악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나처럼 물기가 닿는 면을 제한해두고, 물기가 있더라도 하수구 쪽으로 물기를 제거해줘서 건식으로 사용하면 누수 예방도 하고 무엇보다 쾌적하고 깨끗한 욕실을 유지할 수 있다.
공용 욕실은 세면대 수도배관 위치를 이전하면서 젠다이를 설치했다. 일반적인 아파트 욕실은 욕조, 세면대, 변기 순의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는데 이때 욕조와 변기는 양쪽에 고정되어 있고, 세면대의 위치가 가운데 있지 않고 어느 한쪽에 치우쳐져 있다면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져 보인다. 공사 전 우리 집도 그랬다.
욕조, 세면대, 변기 간격을 일정하게 맞추기 위해서는 세면대 위치를 이동시켜야 한다. 세면대 이전을 위해서는 벽에 매립되어 있는 배관까지 이전해야 하는데 원래는 벽을 파내서 배관을 연결해야 하는 복잡한 일이지만 젠다이를 만든다고 하면 또 다르다. 젠다이는 변기와 세면대를 잇는 선반을 말하는데 젠다이 선반은 기존의 벽에서 벽돌을 쌓아 올려서 만들기 때문에 기존 벽에서 벽돌 두께만큼 튀어나온다는 것만 감안하면 작업이 훨씬 수월하다.
젠다이를 설치하면 세면대 위치를 옮길 수 있다는 것 말고도 거울장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기존 벽에 세면대와 거울장을 같이 시공하게 되면 거울장이 그 두께(170mm)만큼 벽으로부터 튀어나오는데 이 경우엔 세면대를 사용할 때마다 상부장에 머리가 부딪히는 일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젠다이를 설치하면 결론적으로는 거울 수납장이 80mm 정도만 돌출되기 때문에 부딪힐 위험도 적고 레이아웃도 깔끔해진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이 젠다이 선반이 하나 생기므로 그 위에 욕실 용품들을 올려놓을 수 있어서 편리하다는 점이다.
욕실 인테리어를 할 때 보기 좋은 마감재로 예쁘게 완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이지는 않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인테리어의 완성도를 높여줄 수 있는 설비 공정이다. 무엇보다 누수 같은 하자의 위험을 예방해 줄 수 있는 작업이기에 그 어떤 공정 보다도 꼼꼼하게 챙기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