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21일, 레드벨벳의 새 미니앨범 <Feel My Rhythm>이 공개되었다. 본 앨범은 'The ReVe Festival 2022' 라는 타이틀이 함께 붙어있기도 한데, 여기서 언급하는 'The ReVe Festival' 은 2019년 선보여졌던 3부작의 앨범의 타이틀과 같다. 2019년 선보여진 트릴로지에서 레드벨벳은 세 개의 타이틀 '짐살라빔', '음파음파', 그리고 'Psycho' 를 선보이며 세 번 다 다른 장르, 다른 매력을 선사하며 대중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 중 피날레를 장식한 'Psycho' 의 경우 레드벨벳의 '벨벳' 류의 정석이란 평과 함께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따라서 'The ReVe Festival' 이란 이름을 붙이고 나온 <Feel My Rhythm> 은 앨범 발매 전부터 보다 폭팔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번에도 3부작으로 진행될 지, 음악 스타일이 'Psycho'와 비슷할 지 등 대중의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Feel My Rhythm>의 곡 구성을 살피면 대체로 R&B 곡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대부분 슬로우에서 미디엄 템포로 댄스곡 마저도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 레드벨벳 특유의 몽환적인 느낌을 주로 살린 앨범이란 점을 확인 할 수 있으며, 이는 즉슨 이번 앨범은 '벨벳'에 더 가까운 컨셉이라는 뜻이다. 전반적인 곡의 장르, 템포, 그리고 분위기까지 일관적이기에 매우 컨셉에 충실한 앨범이며 곡이 서로서로 잘 어울려 앨범을 전곡 재생할 때 이질감이 전혀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면서도 본 앨범 역시 앨범의 분위기를 한번 환기 시키는 포지션의 곡은 분명히 정해져있다. 타이틀 'Feel My Rhythm' 을 제외한 수록곡 다섯 곡 중 네 곡이 R&B 팝 장르인 이 앨범은 네 곡 사이 정중앙에 레트로 팝 장르의 곡을 위치했다. 이는 <RUMINATION> 리뷰에도 언급 되었듯 훌륭한 인터루드 역할을 하며 감상자가 비슷한 분위기와 장르 안에서 지루함에 빠지지 않도록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으로는 혼자 다른 느낌이기 때문에 단순 환기용 이상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기까지도 한다. 해당 곡에 관하여는 보다 자세히 후술할 예정이다.
타이틀 'Feel My Rhythm'
그전에 우선 타이틀에 대해 집중적으로 리뷰하고자 한다. 타이틀 'Feel My Rhythm'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Air On The G String)'를 샘플링한 곡으로, 어떤 누군가는 SM이 또? 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SM의 클래식 샘플링은 은근히 유구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곡들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특히 지금까지도 가장 오래 회자 되는 곡을 떠올리자면 신화의 'T.O.P'를 꼽을 수 있겠다.
'T.O.P'는 1999년에 발매된 곡으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샘플링하였다. 후렴구의 음은 '백조의 호수' 일부와 완전히 같아 인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Feel My Rhythm'을 떠올릴 때 'T.O.P'를 같이 떠올리게 되는 것은 단순히 같은 클래식 샘플링이라서가 전부가 아니다. 언급하였든 'T.O.P'는 '백조의 호수'를 인용하였으며, 이는 발레곡이다. 이번 'Feel My Rhythm'은 컨셉이 발레리나와 오르골을 결합한 컨셉이며, 클래식까지 인용했다는 점에서 'T.O.P'에 대한 데자뷰를 느끼기 더욱 쉬운 것이다. 오죽하면 개인적으로는 설마 'G선상의 아리아'의 주요 멜로디를 'T.O.P'처럼 후렴구에 쓰는 것은 아니겠지? 라는 생각또한 들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런 답습은 일어나지 않았다.
SM의 레이블까지 따로 세워가며 유지하고 있는 꾸준한 클래식을 향한 관심을 증명하듯, 'Feel My Rhythm'은 'G선상의 아리아' 샘플링을 곡의 거의 전반에 깔면서도 팝 댄스곡의 느낌을 살려주는 트랩비트를 섞어 클래식의 장르 전환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스트링이 전반으로 깔리는 곡 위로 덧붙은 멤버들의 현악기와 같은 보컬 유니존 및 화음은 곡을 보다 풍족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곡의 포인트를 찾기가 어렵다는 맹점도 보인다. 전반적으로 조화가 아주 잘 되어있지만 한번 듣고나서 유독 기억나는 부분은 없다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가장 귀에 들어와야하는 부분은 당연히 후렴구다. 그러나 'Feel My Rhythm'의 후렴구는 가성에 가까운 합창인 점을 떠나서, 멤버들의 보컬보다 뒤에 깔리는 'G선상의 아리아'의 임팩트가 더 크다. 게다가 'G선상의 아리아'는 대부분의 리스너에게 너무나 익숙한 멜로디여서 어떤 새로운 느낌을 주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Feel My Rhythm'이 'G선상의 아리아'를 상상 이상으로 독보적인 방식으로 샘플링했느냐 묻는다면 거기에도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렵다. 샘플링의 방식이 너무나 흔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 대상이 누구나 아는 클래식 멜로디일 뿐이다.
물론, 'Feel My Rhythm'은 들을 수록 귀에 익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부담스럽지 않은 곡으로 이지리스닝이 가능해 언제든 들어도 무난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무난한 곡이 타이틀인 점이 과연 가장 효과적인 선택이 맞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직전 활동곡 'Queendom' 역시 비슷한 평을 받은 점을 고려하자면 더욱이나 아쉽다. 'Psycho' 와 같은 임팩트를 기대한 리스너에게는 기대에 부합하는 곡이 되기엔 어려웠을 수도 있다.
활동기 커플링 곡으로 선정된 6번 트랙 'In my dreams'
이후 이어지는 2번 트랙 'Rainbow Halo', 3번 트랙 'Beg For Me', 5번 트랙 'Good, Bad, Ugly', 6번 트랙 'In my dreams' 는 모두 각기 템포나 베이스가 조금씩 다른 R&B 장르의 수록곡이다. 물론 각자마다 돋보이는 특징이 없는 것은 아니다.
'Rainbow Halo'는 시작부터 클랩이 귀를 사로잡고, 전반적으로 벨을 사용해 몽환적인 느낌을 배로 살려준다. 후렴구에 붙은 Brass가 특히 인상깊다. 'Beg For Me'는 베이스가 인상적인 수록곡으로 올드 스쿨 풍의 느낌을 준다. 가사만 놓고 보면 타이틀 곡 중 'Bad Boy' 의 이미지를 이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상대를 지배하는 팜므파탈적 매력을 살린 곡으로 기타와 함께 진행되는 랩이 새롭게 느껴진다. 'Good, Bad, Ugly'는 피아노 사운드와 셔플 리듬이 인상적인 미디엄 템포 R&B로 SM 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의 최근 앨범 수록곡을 꽤 들었다면 낯이 익게 들릴 수 있다. 특히 NCT 127의 수록곡을 떠올리기 쉬우며 듣자마자 '아, 이건 SM 스타일 수록곡' 이라는 생각이 든다. 'In my dreams'는 보다 폭발적인 후렴구로 레드벨벳의 보컬을 살리면서도 레드벨벳이란 그룹이 추구하는 벨벳 컨셉의 세련된 느낌과 부드러움, 그리고 몽환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본 앨범의 컨셉인 오르골의 사운드를 앞 뒤로 배치해 끝까지 컨셉츄얼한 앨범의 분위기를 지켜낸다.
그러나 한편으로 앨범 전곡을 이런 식으로 들어보면 네 곡 모두 파격적이거나 새로운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레드벨벳 답네~' 정도의 감상을 느끼게 한다. 물론 잘하는 것을 앨범에 꾸준히 담아내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레드벨벳은 대중이 기대하는 그룹의 이미지를 알고 있고, 그 이미지에 맞는 음악을 하나의 앨범으로 훌륭히 담아내고 있다. 그러나 '예상대로' 의 노래들만이 나오면 리스너는 앨범을 두 번 듣지 않게 된다. 반복재생을 만든 같은 분위기의 노래로 다시 돌아가게 될 뿐이다. 비유하자면 유명한 순두부찌개 집이 이번에도 아주 맛있는 신메뉴인 우럭 순두부찌개를 선보였으나, 지난번의 전복 순두부찌개가 너무 인상깊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결국 전복 순두부찌개를 계속 시켜 먹게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명성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니나 신메뉴로서는 성공적이지도 못한, 그런 어딘가 어중간하고 아쉬운 상황이 'Queendom'에서 부터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미 언급했듯 이번 레드벨벳의 앨범에는 숨었다기엔 독보적으로 빛나는 보석, 인터루드이자 하이라이트를 담당하는 수록곡이 존재한다. 2번에서 6번 트랙 사이 정확히 중간, 4번을 차지한 'BAMBOLEO' 가 그것이다.
4번 트랙 'BAMBOLEO'
'BAMBOLEO'는 스페인어로 '흔들린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 제목을 살리듯 매우 리드미컬한 곡이다. 레트로 팝 댄스곡인 만큼 신스를 활용해 몽환적이면서도 레트로한 느낌을 살린다. 일렉기타 또한 존재감이 확연하여 조금은 레트로한 J-POP이나 시티팝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섯 곡의 수록곡 중 유일하게 장르가 완전히 다른 곡이기도 하고, 그 장르가 누구나 '다르다!' 라고 느낄 수 있는 레트로 장르라 대부분의 리스너가 전주만 듣고도 반응하게 된다.
곡의 후렴구가 상당히 높아 가성으로 진행되지만 리스너의 귀에 불쾌하게 들리지 않으며,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발음이 어렵지 않은 외국어 'BAMBOLEO'가 반복 돼 오히려 리스너의 귀에 쉽게 박힌다. K-POP의 한 순간에 열풍이 돌았던 '익숙하지 않은 신조어, 외래어, 외국어 등을 훅으로 둬 도리어 캐치프레이즈로 만드는 방식'을 차용한 반가운 사례로 볼 수 있겠다. 2절 후렴구까지 마무리 되면 브릿지로 향하면서 일렉기타가 등장하는데, 일렉기타를 아주 임팩트 있게 사용한 좋은 예로 곡의 분위기가 기승전결 중 전으로 올라가는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일렉기타가 빠지면 사운드가 잠시 최소화 되며 브릿지를 거치고, 짧은 브릿지를 지나치면 폭발적인 애드립이 터진다. 사실상 앨범 전곡 중 가장 애드립이 많은 곡이기도 하다. 이 애드립은 가성으로 이어져온 아슬아슬한 후렴구의 분위기를 마지막에 반전시키며 리스너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전반적으로 곡의 기승전결이 훌륭하게 갖춰졌으며 그룹의 특색, 멤버들의 역량을 모두 잘 살렸다.
'BAMBOLEO' 의 존재와 위치는 <Feel My Rhythm>을 보다 더 완전하게 만들어준다. <Feel My Rhythm>은 물론 'BAMBOLEO' 없이도 유기성이 뛰어나고 장르와 컨셉의 일관성을 훌륭하게 유지한 앨범이 될 수 있다. 순두부찌개 맛집이 내놓은 또다른 맛있는 순두부찌개이기도 하다. 하지만 'BAMBOLEO' 를 더함으로서 본 앨범은 한번 더 듣고 싶은 앨범이 되고, 한번 더 맛보고 싶은 순두부찌개가 된다. 레드벨벳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또 새로운 시도를 하는구나, 라고 느끼게도 만들어주고, 비슷한 장르 안에서 지루함이나 무난함에 지쳐 리스너가 떠나지 않게끔 잡아준다. 그러면서도 세련된 벨벳의 이미지를 유지함으로 <Feel My Rhythm>의 유기성과 일관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BAMBOLEO'는 본 앨범의 신스틸러이자 히든카드 그 자체이다.
이번 리뷰의 제목은 '천장에 붙은 헬륨풍선, 레드벨벳' 이다. 여기까지 다다렀다면 왜 이런 제목이 붙었을 지 짐작하였을 수도 있을 것이고, 궁금할 수도 있을 것이다. 레드벨벳은 여전히 엄청난 실력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몽환적인 그룹의 스타일을 확실하게 살린 곡 들은 그야말로 두둥실 떠다니는 풍선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지난 앨범과 이번 앨범은 레드벨벳이란 풍선을 마냥 하늘에 풀어두지 못한다. 너무 높이 날아가면 터질까봐 두려운 건지 레드벨벳이란 잔뜩 부푼 풍선을 방 안에 가두고 있다. 결국 레드벨벳은 무난한 높이까지 밖에 올라가지 못하고 천장에 붙은 채 멈추고야 만 상태다.
이번 <Feel My Rhythm> 속 곡 대부분이 후렴구까지 다다라도 크게 무언가 터지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최대 고도를 제한해 둔 것 마냥 이지리스닝의 굴레에 갇혀있다. 듣기 좋다. 무난하게 나쁘지 않다. 레드벨벳 답다. 그런 느낌은 꾸준히 들지만 계속 듣고 싶냐는 질문에는 의문을 남기게 된다. 물론, 방에 가둬둔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여러가지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고도 제한은 이제 정말 끝이 나야한다. 이제는 레드벨벳이란 풍선을 바깥으로 놓아줘야한다. 갇힌지도 벌써 두 앨범 째 아닌가. 'The ReVe Festival 2022' 라는 타이틀이 붙은 만큼, 다음 앨범은 보다 더 도전적인, 천장이 없는 레드벨벳의 상승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