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인왕산 대충 유원지' 공간 인터뷰
"그저 그날의 날씨, 공간의 분위기,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
그리고 함께 있는 사람, 그 모든 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순간.
그럴 때 커피 한 잔이 우리의 감정을 담는 그릇이 되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 같아요."
풍류는 옛 선비들이 인격 수양을 위해 자연을 가까이 두고 멋스럽게 운치를 즐기던 행위를 뜻합니다. 어느 학자는 이런 의미를 두고 멋스럽게 놀 줄 알았던 옛사람들에 비해 현대인들은 그런 멋을 잃어버렸다고도 말합니다. 물론, 지금 우리의 일상에도 흥미로운 즐길 거리가 넘쳐나지만 순간이 지나면 잊히는 즉흥적인 것일 뿐, 자연과 교감하며 유유히 운치를 즐기던 그들의 풍류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쉽게 즐기고 잊히는 일희성 유희에서 벗어나 내면에 힘을 더하는 쉼이 필요한 시간, 오늘 여러분들을 위해 도심 속에서 유유자적한 운치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서촌의 인왕산과 한옥 지붕을 한 폭에 걸친 공간에서 맛과 향, 음악을 함께 음미할 수 있는 곳. ‘인왕산 대충유원지’입니다.
고즈넉한 누하동 무목적 빌딩에 위치한 인왕산 대충 유원지. 건물의 맨 위층으로 올라와 입구로 향하는 짧은 복도로 들어서면 서촌의 도심을 품은 정원이 빼꼼히 나타납니다. 섬세하게 조성된 동선이 입구를 향해 걸어가는 짧은 순간에도 곧 마주하게 될 공간의 모습이 어떨지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비로소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의 차경. 서촌의 가옥과 인왕산 능선이 담긴 창이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습니다. 자연을 가까이 두고 운치를 즐기던 옛 선조들의 풍류가 마음 한편에 깊게 와닿습니다.
입구 반대편 테라스로 향하는 좁은 길로 나서면, 서촌을 두르는 인왕산 능선과 그 아래 한옥 지붕 벌판이 함께 펼쳐집니다. 대충 유원지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섬세하게 계획된 동선의 극적인 시퀀스가 마치 감동적인 서사시를 읽는듯한 깊은 여운을 남겨줍니다.
매장 안으로 돌아와 곳곳을 둘러보니 공간 주인의 취향과 섬세한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디테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시선이 머무는 곳곳에서 마주하는 서정적인 글귀 그리고 차 메뉴 아래 자연스럽게 나열된 조향 제품이 이 공간이 어떤 마음과 어떤 향미를 간직하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고개를 돌려 바 테이블을 바라보면 무심한 듯 정갈하게 나열된 집기와 와인병들이 테이블 중앙을 가르며 바리스타와 손님 서로에게 온전한 공간을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공간을 운영하는 이의 취향이 한껏 반영된, 하지만 어느 동선, 소품 하나 그냥 놓아진 것 없는 섬세한 의도가 담긴 공간입니다.
고즈넉한 서촌의 풍류가 가득 담겨 있던 공간, 인왕산 대충 유원지. 오늘 대충 유원지에서 고요한 머무름을 통해 경험했던 유유자적한 휴식의 순간을 여러분들에게 전하기 위해 윤한열 대표와 함께 나눈 깊은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대표님, 인왕산 뷰가 정말 멋진 공간이네요(웃음). 먼저 공간과 대표님에 대해 간단한 소개의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A 네. 이곳은 연남동의 카페, 대충 유원지에 이은 두 번째 공간, 인왕산 대충유원지라는 카페이고요, 저는 두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카페 사장 윤한열입니다. 반갑습니다.
Q 아마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 대충'이라는 이름이 꽤나 독특한데요, 대표님께서 대충유원지라는 공간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A 원래 저는 어릴 때 락 페스티벌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1년에 딱 한번 4-5일 동안만 열리는 락 페스티벌을 보면서, 나도 대충 유원지 같은 곳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모여 즐기다 갈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 마음을 간직한 채로 회사도 다녀보고 여행도 다니며 시간을 보내다가 호주에 다녀온 뒤, 이제 내가 바라던 유원지를 한번 만들어보자 결심하고서 당시 제가 좋아하는 커피를 매개로 이름 그대로의 대충 유원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대충 유원지를 시작하기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날마다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지금 대표님의 일상에 어떤 의미를 갖나요?
A 여러 가지 의미를 가져왔지만 일단 첫 번째는 카페인이 좀 필요해서인 것 같고요(웃음). 그러다 보니 하루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했고, 또 다양한 원두의 향미를 즐기는 미식의 의미도 있었죠. 지금은 제가 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커피라는 음료 자체에 너무 깊은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아요. 그저 그날의 날씨, 공간의 분위기,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그리고 함께 있는 사람, 그 모든 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순간. 그럴 때 커피 한 잔이 우리의 감정을 담는 그릇이 되면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해요.
Q 대충 유원지 두 번째 지점으로 이곳 서촌의 무목적 빌딩에 들어오시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A 저희가 대충 유원지라는 이름에 걱정 고민 내려놓고 살자라는 의미를 담기도 했지만 ‘대충’이 옛말로 호랑이를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매장 위치를 호랑이로 유명한 인왕산 근처로 알아봤다가 자리가 없어서 연남점을 먼저 오픈하게 된 거고 그러다 1년 뒤에 이곳 무목적 빌딩에서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건물의 1층과 지하에 대충유원지가 들어왔으면 좋겠다고요. 카페라는 공간 특성상 1층에 자리 잡는 게 통상적이긴 한데, 당시에 건물 4층의 인왕산 뷰를 보고 꼭 이 뷰를 공간에 담고 싶다고 해서 인왕산을 담은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죠.
Q 그렇다면 대충 유원지를 운영하기로 결심한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경험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A 대충 유원지를 시작하기 전에 ‘다카하시 아유무’라는 작가의 ‘러브 앤 프리’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게 아주 심플하거든요. 저자가 여행하며 느꼈던 점을 담은 에세이인데 그 책이 저에게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갖게 했던 것 같아요. 원래는 제가 그럭저럭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동시에 그런 생활이 당시에 제가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다고 느껴졌어요. 그러다 그 책을 읽고 여행을 가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때마침 지나가던 버스에 호주 광고가 보였고 TV를 트니 또 호주 영상이 나와서 그때 바로 퇴사하고 호주로 떠나게 됐었죠. 거기서 꽤 오랜 기간 동안 여행하면서 많은 생각 정리를할 수 있었는데, 한국에 돌아와 어릴 때부터 바라던 유원지를 한번 만들어보고자 결심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어요. 그 뒤로 제가 좋아하는 커피를 매개로 시작 대충 유원지를 시작하게 되었죠.
Q 현대인들이 한 번쯤 상상하는 낭만적인 여행이었네요(웃음). 어떤 여행이었는지 궁금해요.
A 우선 최대한 길게 여행하고 싶어서 가장 긴 시간 동안 머물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끊어서 갔는데 저는 워킹을 빼고 홀리데이로만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가진 돈 탈탈 털어 가서 여행만 하다가 나중에는 돈이 없어서 급한 대로 땅에 있는 철물 같은 걸 주워서 뭐라도 만들어서 팔고, 그걸로 햄버거 사 먹기도 하고 그랬죠(웃음).
Q 쉽게 상상할 수 없을 경험인걸요(웃음). 원래부터 생활력이 굉장하셨나 보군요?
A 제가 대학교 때부터 왕초라는 별명이 있었는데, 그때도 길에서 고철 주워 팔아서 애들 밥 사주곤 했어요. 그래서 후배들이나 친구들이 저를 무리의 우두머리 격으로 부르면서 생긴 별명이었죠. 그 친구들이 종종 카페에 놀러 오다 보니 저희 직원들도 저를 왕초라고 부르고 있고요. 그래서 동생이 저에게 해준 말이 하나 떠오르는데, 한자로 호랑이를 뜻한다고 했던 대충이 직설적으로 보면 큰 벌레라는 뜻이잖아요, 그게 저와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욕심 하나 없이 대충대충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활력도 강하고 주위 인복도 좋고, 그렇게 큰 화 없이 잘 살아가고 있는 제 모습이 마치 바퀴벌레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갖는 큰 벌레 같다고 그러더라고요.(웃음).
Q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대충이 아닌 대충의 의미를 갖는 대표님의 가치관은 무엇일지 궁금해요.
A 저는 아주 우유부단한 성격을 갖고 있어서 양면성을 좀 띄는 것 같아요. ‘이게 좋으니 저게 싫다’이런 것보다는 내가 좋을 대로 선택해도 되고 남이 권해준 것도 좋고, 어차피 무얼 하든 내가 책임을 져야 하고 후회도 있을 테니 역행하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살자라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그런 마음으로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죠.
Q 그렇지만 대충 유원지를 다녀간 분들을 보면 “대충이 아니다, 대충 사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여기에 대해 나름의 해명을 더해 주실 수 있나요?(웃음)
A 네, 사실은 저희가 그렇게 설계를 한 거예요(웃음). 세 스튜디오와 합작해서 공간을 기획할 당시 대충이라는 이름을 썼을 때 손님들에게 보이는 모습이 정말 대충대충이면 그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의 대충이 되는 거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장난질을 하는 대충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곳을 다녀간 손님분들이 ‘이름이 대충 유원지이지만 대충이 아니네?’라는 말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습니다.
Q 범상치 않은 청사진이었군요. 공간을 기획할 당시엔 어떤 의도를 담아내고자 하셨던 건가요?
A 저는 이곳 인왕산점이 치유의 공간이 되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이 건물과 서촌이라는 지역 특성을 살려 사계절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한국적인 느낌으로 공간 곳곳을 연출했죠. 입구로 들어오는 길도 원래는 테이블과 의자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내부에 있는 분들이 어느 방향을 바라보더라도 자연과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야외 정원으로 만든 거예요. 교외의 큰 대형 카페처럼 커다란 소파나 널찍한 자리를 만들 수는 없었지만 이곳을 찾아와 주신 분들이 고요한 머무름을 통해 편안한 마음을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지금껏 공간을 운영하면서 갖게 된 특별한 고민은 없으신가요?
A 음, 지금 공간의 모습에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다만 조금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저는 이 공간이 트렌드를 쫓아가지 않고 저희만의 색깔을 유지한 채 10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하지만 카페라는 공간업이 급변하는 트렌드 중심에 있다 보니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죠. 그런 부분이 이제껏, 그리고 앞으로도 공간을 운영하며 갖게 될 가장 큰 어려운 점이자 고민일 것 같아요.
Q 아무래도 자영업자로서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가질 수밖에 없는 그런 고민이군요.
A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카페를 하고 싶었던 것도 맞지만 원래는 그것만은 아니었어요. 말 그대로 유원지라고 했을 때 여러 가지 의식주를 다 즐길 수 있도록 넓은 울타리가 둘러져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저희가 음식도 팔고 술도 팔고 여러 가지를 다루면서 점차적으로 점포를 늘려가며 다른 형태의 공간도 만들어 보고자 했죠. 목욕탕도 해보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이게 현실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래도 언젠가는 그 모습을 이루어 나가고 싶다는 욕심은 갖고 있습니다.
Q 공간의 분위기를 구성하는 요소 말고도 대충 유원지가 생각하는 좋은 카페의 모습을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A 저희는 바리스타와 손님과의 소통을 중요시합니다.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음악, 음식, 음료, 멋진 인테리어 등 정말 많은 것들이 있는데, 저는 제일 중요한 게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 밖의 것들은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비로소 작동하고 조화를 이루는 요소인 거죠.
그렇다면 카운터에서 주문만 받고 음료만 내주는 카페의 형태보다는 기본적으로 서로가 조금 더 가까이 마주하고 있는 형태가 서로 상호작용 되는 좋은 경험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꼭 서로 말을 주고받고 하는 소통이 아니더라도 바리스타가 직접 음료를 내주거나, 손님이 바리스타의 브루잉을 직접 가까이서 보고 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모두 서로 상호작용하는 소통의 방식이라고 보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항상 매장의 바 테이블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하는 편입니다.
Q 그 밖에도 공간 곳곳에 숨겨진 디테일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몇 가지만 더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A 음, 먼저 많은 분들이 교회 의자 같다고 말씀해 주시는 의자가 있는데요, 사실 가구 디자인을 맡았던 스튜디오에서 제 모습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의자입니다. 제가 호주 여행 갔을 때 페도라를 사서 쓴 뒤로 매일 같이 쓰고 다니고 있거든요. 그 모습을 아이덴티티로 녹여낸 거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 다른 하나는 테이블 옆에 위치한 벽면 스피커인데요, 공간의 분위기를 구성하기 위해선 음악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어마어마한 음질을 자랑하는 스피커를 살 수 있는 형편은 안되었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스피커로 보일 수 있는 장을 제작해 달라고 요청했죠(웃음). 그래서 이렇게 거대한 스피커장이 자리 잡게 된 거예요.
Q 곳곳에 섬세한 의도들이 정말 많이 담겨 있었네요. 그럼 공간 안에서 손님들이 많이 좋아해 주시는 자리와, 대표님이 좋아하시는 자리가 있다면 각각 어디인지 궁금해요.
A 손님분들은 보통 날씨가 좋을 때면 야외에서 인왕산을 바로 볼 수 있는 루프탑 자리를 선호하시고요, 조용하게 책을 읽다가 가시는 분들은 인왕산 풍경과 함께 바 테이블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자리를 선호하시기도 해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스피커를 등지고 앉는 바 테이블 옆쪽 자리를 좋아해요.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향에 오롯이 집중하면서 인왕산 뷰도 함께 즐길 수 있고 바리스타가 음료를 제조하는 모습도 볼 수 있거든요. 말씀드리고 보니 정말 공간의 모든 요소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자리인 것 같네요.
Q 대충 유원지 연남점과 인왕산점 모두 매장 지역과 건물의 특성을 그대로 내부에 반영한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각각의 동네, 건물, 지역은 그곳만의 분위기와 정서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매력 고유한 매력을 인위적인 의도로 해치고 싶지 않았어요. 이전부터 나만의 공간을 생각할 때면, 항상 이질감 없이 그 환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Q 그렇다면 연남, 인왕산점을 넘어 다음 매장을 오픈하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대충유원지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의 공간이 되겠군요?
A 공간 주변 환경이 갖고 있는 고유의 색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새로운 공간을 지금 바로 상상해 보긴 어렵지만 저희 대충 유원지가 근본적인 콘셉트로 갖는, 소통 중심의 바(BAR) 형태와 날마다 변하는 창밖 풍경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구성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모습일 수는 있지만 뿌리는 같다고 얘기할 수 있죠.
Q 대충 유원지의 모든 메뉴도 재료 본연의 맛을 추구하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설탕이나 첨가물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고요.
A 평소 메뉴를 구상함에 있어서 영화나 음악, 추억 같은 데서 영감을 받는 편인데, 김혜자 선생님이 나왔던 ‘고향의 맛 다시다’ 광고를 보고 느꼈던 감정이, 메뉴 구성에도 반영된 것 같아요. 물론 조미료 광고지만 제가 영상을 보고 느꼈던 건, 투박하지만 따듯한 할머니의 손맛이랄까요. 건강하고 편안한 맛을 내는 음식을 내어드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굳이 인위적인 첨가물을 더해 맛을 내기보다는 최대한 재료가 갖는 본연의 훌륭한 맛을 살리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대충 유원지와 오랜 인연을 쌓아갈 수 있는 분들을 위해 공간에선 어떤 경험을 전하고자 하시는지 궁금해요.
A 제가 대충유원지를 운영하면서 갖는 가장 큰 즐거움은 어렵지 않고 단순한 것 같아요. 공간을 찾아와 주시는 분들을 위해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함께 마시는 행위 자체에서 갖는 순수한 즐거움이죠. 꼭 화려한 머신과 비싼 원두를 통해서만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비록 여기선 치밀하고 완벽하게 만든 끝내주는 맛의 커피를 내어줄 순 없을지라도, 쉽고 단순하게 즐길 수 있는 커피를 내어드리고 싶어요. 서로 함께 하는 과정이 즐거울 수 있도록 돕는 커피 말이죠.
Q 이제 마지막 질문이네요, 쉽게 즐길 수 있는 커피를 내어주는 대충 유원지는 앞으로 어떤 행보를 그려 나갈 예정인가요?
A 앞으로도 많은 시도와 도전들이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대충유원지의 색을 잃지 않고 10년 20년 30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그런 기분 좋은 공간을 만들어 나가려고 해요. 따뜻한 장소에서 사람들에게 편안한 커피를 내어주는 그런 공간이요.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더욱 늘리고 싶어요. 커피의 본질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멋진 인테리어, 훌륭한 커피, 감미로운 향과 음악 소리 등,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 중에서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쉽게 즐길 수 있을 때 비로소 모든 것들이 의미를 갖는다던 윤한열 대표. 그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번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았습니다.
공간의 시퀀스가 주는 감동적인 차경과 조화롭게 놓인 오브제, 바리스타와 상호작용하는 소통. 이 모든 것들에는 공간에 머무르는 이들의 시선과 발길 닿는 모든 곳에서 특별한 울림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그의 섬세한 의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또한 이토록 정성스럽게 구성한 공간을 보면서 손님들에게 따듯한 환영을 전하고자 하는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죠.
바쁘고 복잡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잡념을 내려둔 채 유유자적히 즐길 수 있는 풍류를 권하던 인왕산 대충 유원지. 이곳은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해 서촌의 풍류를 가득 담아냈지만, 이곳에 모여 공간을 완성해 줄 사람들의 자리를 비워둔 채 고요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전해드린 이야기를 통해 커피뿐만 아닌 풍부한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대충 유원지에서 여유로운 풍류를 즐겨 보시길 바랍니다.
인왕산 대충유원지 : https://daechungpark.com/
@daechungpark_inwang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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