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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투리 May 04. 2024

나는 왜 딩크족이 되었을까...?

부모가 되지 못했던 이유

육아휴직 이전의 이야기


“아버지, 아기는 안 낳을 거예요.”


 가슴속에 두고두고 숨겨왔던 이야기를 마침내 꺼냈다. 이 한마디는 결혼 지원을 해줄 형편이 안 된다는 부모님에 대한 원망의 마음과 못난 복수심이었을까?


 약한 마음 때문에 가족을 재정적으로 희생시켰던 아버지에게 선포하는 가장이 된 나의 첫 각오였을까...


아버지 : “네가 우리 집안 장손인데 대를 이어야지.”

나 : “무슨 좋은 집안이라고 대를 이어요. 저는 더 이상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어머니 : “… 그래, 애 낳고 고생하면서 사는 것보다 둘이 행복하게 잘 살면 돼.”


 부모님께 큰 상처가 되는 논리적이고 타당한 <아이를 안 낳는 이유>들이 더 준비되어 있었지만, 어머니의 중재로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그렇게 결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꺼낸 나의 선언은 성공적으로 전달되었다. 나에게 가난을 거부할 권리가 없었듯 아버지도 나의 선택에 거부권을 행사할 권리 같은 건 없으니 말이다.










나는 왜 딩크족이 되었을까...?


 아이를 낳은 선배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육아의 고통은 상상이 되는데 행복의 크기를 몰라서 아이를 못 낳겠어요"


사랑하는 존재가 생긴다는 것은 인생에서 큰 축복이라고 여기면서도 계산기를 들이밀며 이해득실을 따지려 했던 나는 이미 아빠가 될 준비가 안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자격이 없었을지도...



 눈앞의 육아라는 롤러코스터는 재미있어 보이지만 한편으론 정말 무서워 보여서 도무지 탈 자신이 없었다. 먼저 탄 이들은 웃으면서 출발하지만 저 높이선 비명소리만 들리지 않는가. 이는 그저 내 공포감만 높일 뿐이다.


 복지라는 안전벨트는 왜 이리도 헐거워 보이는지... 탈 차례가 이미 오래전에 다가왔음을 알면서도 이런저런 변명으로 굳이 차례를 양보하며 시간을 지연시켜 본다.











그리고 '가난을 물려주기 싫다는 마음'



 부모님 평생 동안 원망해 온지라 같은 원망을 받기는 싫었나 보다. 좋은 것만 물려주는 훌륭한 부모가 되고 싶다는 책임감 넘쳐 보이는 이 말이 그저 두려운 현실을 외면하 피하고 싶은 궁색한 변명이 아니었는지 의심해 본다.



심판의 무대로 오르는 것이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DINK(Double Income, No K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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