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을 끊다

습관

by slow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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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그런 문장을 참 많이도 본 것 같다. '서른에는.. 마흔에는.. 이럴 줄 알았다.'

나도 서른에는 더 멋진 어른이 되어있을 줄 알았고, 마흔에는 번듯한 내 집이 있을 줄 알았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런 상상을 했다기보다는 커리어우먼으로써 어떠한 걱정도 하지 않으며 멋있게 살고 있을 줄 알았다. (자산에 관련된 상상보다는 돈걱정 없는 미래를 꿈꿨던 것 같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날이 오겠지'라며 막연하게 생각하고 저질렀던 소비는 '가진 것이 하나도 없는' 나를 만들었다. 마흔을 앞둔 지금의 나에게 남아있는 것은 고쳐야 할 소비습관과 빚, 딱 두 가지.


내가 만든 가난의 고리를 끊고, 빚을 갚은 뒤, 반백의 나이에는 '지난 10년은 참 잘 살았다' 얘기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조금씩 해보고 있는 노력들을 앞으로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 휴대폰 결제 하지 않기


'휴대폰 결제'의 역사는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20대, 신용카드가 없던 시절에 현금이 부족하면 늘 이용하던 것이었다. 그 첫 시작이 언제였을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소리치고 싶다.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미래를 희생하지 말라고. 아무튼 그때부터 시작된 휴대폰 결제는 30대가 되어서도 계속 됐다. 현금을 쓰고, 신용카드를 쓰고, 한도가 넘어서 신용카드를 못쓰게 될 때는 휴대폰 결제까지 썼다. '탈탈 털어서' 썼다.

작년 12월 페어를 준비할 때, 돈이 정말 부족했다. 앞서 나의 글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아실 테지. 없는 대로 준비하는 건 나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걸. 대출을 받을 수도 없었고, 카드 한도는 꽉 차있는 상태에서 생활비가 부족했던 나는 휴대폰 결제로 장보기 비용을 감당했다. 그렇게 해서 쌓인 한 달 통신비가 100만 원이 넘었다. 한꺼번에 감당할 수 없어서 리볼빙을 해지한 날, 카드로 할부결제를 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앞으로는 절대로 휴대폰 결제를 하지 않겠다고. 다행히 2월, 3월, 지금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이제 해지를 해도 되겠다 싶다.



- 나중결제 이용하지 않기


요즘 세상은 너무나도 '돈을 쓰기 쉽게' 발전해가고 있다고, 그렇게 얘기하고 싶다. 그리고 나의 기억력이 너무 좋은 것도 한편으론 문제라고 핑계를 대고 싶다. 뭔가를 사고 싶은데 돈이 부족할 때, 그 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 없는 순간에 꼭 떠오르는 게 있다. '아, 그게 있었지.' 쿠팡의 나중결제와 네이버의 후불결제는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간편 결제에 등록되어 있는 카드 한도는 꽉 찼고, 다른 카드를 등록하자니 귀찮은데, 후불결제와 나중결제는 버튼만 몇 번 누르면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신용점수 조회도 하지 않는다. 너무 간편해! '이 정도 금액은 다음에 바로 결제하면 되는 거니까 뭐, 부담 없지.'라는 생각으로 한 번 쓰고, 그게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된다. 그리고 다음 달이면 내야 할 카드값도 빠듯한데, '언제 이렇게 썼지?' 싶은 후불결제 내역이 잔뜩 있다.

소비에 절제력이 부족한 분들이라면 무조건, 나중결제와 후불결제를 피해야 한다. '덮어놓고 쓰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엄마의 말이 딱 맞다. 가장 큰 문제는 카드 값이 이미 잔뜩 쌓여있는데, 나중결제 내역은 카드값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는 것.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지출을 훨씬 넘어섰는데도 결제가 필요한 순간에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건 이래서 꼭 필요한 거야, 어쩔 수 없어'라며 계속 지출을 하게 된다. (어쩜 그렇게 사야 할 이유는 잘 만들어내는지.) 시간이 지나서 카드 대금을 납부한 뒤에야 후회를 하는 거다. '아.. 이것도 있었네... 어떡하지.'라고.

다행히 나중결제는 지난 2월에 해지했고, 후불결제는 이번 4월에 대금을 모두 결제한 뒤 해지했다. 후련하다.



- 구독서비스 정리하기


지난 1월, 쿠팡 정기구독을 취소했다.

어느 순간부터 쿠팡이 등장했고, 새벽배송이란 단어가 뜨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구매한 물건을 내일 당장 받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만 같은 심리가 생기면서 '로켓배송'은 당연한 문화가 됐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지금 당장', 혹은 '내일 당장' 없으면 안 되는 물건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왕이면 내일 받는 게 좋지'라는 마음으로 쿠팡을 이용하게 됐고, 환불금액도 없으니 이것저것 더 쉽게 사는 습관이 생겼다. 쿠팡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전부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쿠팡을 끊기로 다짐했다. 사실 가끔씩 이용하는 쿠팡플레이, 그리고 쿠팡을 이용하면서 받은 몇 십만 원의 혜택(어플에서 그렇다고 보여주는)을 생각하면서 괜한 짓을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구독료는 기껏해야 8천 원 남짓인데 그 돈 아껴서 뭐 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런데 쿠팡을 끊은 지 3개월 차,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쿠팡을 끊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쿠팡으로 꼭 사야 하는 물건이 생각보다 별로 없다. 덕분에 충동구매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쿠팡을 해지한 후에 사고 싶은 것이 생겨서 어플을 뒤적거리는데, 가격이 신기했다. 정상 판매가가 2만 원인 물건을 가입을 하면 2천 원에도 구매할 수 있는 그런 상황. 오히려 기분이 나빠져서 구경도 그만두게 됐다.

그 대신 나는 마켓컬리를 잘 이용하고 있다. 얼마 전에 마켓컬리 구독료를 쓰고 있는 카드의 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잘 활용하지 못하던 포인트였는데 잘됐다 싶었다. 그래서 지금은 장보기를 위한 서비스에는 구독료를 내지 않고, 마켓컬리는 딱 1주일에 한 번씩만 이용하는 것을 지키면서 생활하고 있다.



여전히 고쳐야 할 습관들은 많지만, 요즘은 나와 나의 일상이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에 희망을 느낀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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