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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삼이 Apr 14. 2022

데크 페인트칠이 90만원이라구요...?

[마당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 - 3]


우리가 살게 된 이 집에는 꽤 넓은 면적의 나무데크가 깔려있었는데, 관리가 거의 되지 않아 색이 바랜 상태였다. 나무데크는 뒤틀림이나 부식방지를 위해 2~3년에 한 번씩 오일스테인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생각만큼 그렇게 간단한 작업은 아니었다.


짐을 한 쪽으로 치우고 마스킹 테이프를 두른 상태, 치워도 치워도 먼지는 계속 나온다.


무엇을 어떻게 바를까 - 페인트 회사와 작업방식의 선택


우선 오일스테인 전문업체에 견적을 내보았다. 65제곱미터를 칠하는데 국내산 유성페인트로 할 경우 60만 원대, 수입산 수성페인트로 할 경우 가격은 90만 원대까지 올라갔다. 여러 작업 사례를 살펴본 결과, 유성페인트보다는 수성페인트가 자연스러운 색감이나 환경적인 면에서 더 끌렸다. 하지만 막연히 '20만~30만 원이면 되겠지' 생각했던 터라 90만 원이라는 비용을 선뜻 지불하기 어려웠다. 셀프로 직접 발라 비용을 낮출지, 고생하지 말고 깔끔하게 업체에게 맡길지 고민이 시작됐다.


일단 설명을 들어보자 싶어 야외용 수성 스테인 제품을 파는 근처 벤○○○○ 지점에 방문했다. 분명 '둘러만 볼게요' 느낌으로 갔는데, 우리는 어느새 또 색깔을 고르고 결제를 하고 있었다. 우리처럼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 작은 용량(473ml)의 제품도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붉은 빛이 도는 'abbey brown' 컬러 스테인 제품과 간단한 도구들을 사 왔다. 500원짜리 폼 브러시로 데크에 쓱쓱 발라보니 꽤 그럴듯해 보였고, '직접 해보자'는 비장한 결의를 다졌다. 온라인 숍에서 같은 색의 4L 페인트 세 통과 롤러, 우드 폴대 등 도구 세트를 주문했다. 배송 전까지 틈틈이 테이블, 의자, 화분 등 짐을 한쪽으로 옮겼고, 데크를 깨끗이 물청소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약간 후회하는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냥 맡길 껄 그랬나, 우리 괜찮은걸까...?


본격 스테인 작업, 3번 칠하고 완성


비 소식이 없는 주말, 드디어 스테인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 뚜껑을 열었을 때는 페인트 냄새가 조금 났지만,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거의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유성 페인트보다 냄새가 덜했다. 본격 작업 전 마스킹 테이프도 둘러 붙였다. 당장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옷을 골라 입었고, 목장갑과 모자도 착용했다. 남편은 넓은 면적을 펴 바르는 롤러 작업을 맡았고, 나는 붓으로 롤러가 닿지 않는 가장자리 구석구석을 칠했다. 합이 꽤 잘 맞았다.


그냥 바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골고루 펴 바르는 일은 꽤나 힘이 들었다. 잘 발리는지 살피기 위해 일부러 어닝을 치지 않고 햇빛을 그대로 맞으며 작업해야 했다. 데크에 난 결 사이사이로 페인트가 스며들게 하기 위해 문지르는 힘도 꽤 들어갔다. 가장 큰 복병은 아이였다. 자기도 해보겠다고 나서는데, 뭉친 페인트를 펴 바르느라 작업에 속도가 붙질 않았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이튿날에는 시부모님께 잠깐 아이를 부탁드렸다. 반나절씩 이틀 동안의 노동에, 운동부족 부부는 운동회 다음날처럼 온몸이 욱신거렸다. 두번의 칠을 마친 상태로도 괜찮았지만, 한 번 할 때 제대로 하자 싶어 페인트 한 통을 더 주문했다. 몇 번 쓰지도 못하고 부러져버린 우드 폴대와 바로 세척하지 않아 굳어버린 롤러도 재주문해야 했다. 배송 오는 사이 또 한 차례 비가 내렸고, 데크가 마르길 기다리느라 그다음 주말에야 우리는 세 번째 칠을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칠을 완성한 직 후의 모습. 수성 페인트는 한 시간 정도 지나면 살짝 걸어다닐수 있을 정도로 금방 마른다.


업체 견적 반값으로 완성…가격에는 다 이유가 있다


처음 작업을 할 때는 온몸이 욱신거렸지만, 세번 째 칠은 요령이 생겨 훨씬 수월했다. 물론 어설픈 곳(남편이 새똥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페인트를 덮어버린 그 부분)도 있었지만 꽤 만족스러웠다. 90만 원대 견적을 받았던 수입산 수성 페인트를 칠하는 데 우리가 쓴 비용은 총 45만 원 정도(도구비 포함)였다. 만약 국산 제품을 썼다면 20만원대에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오랜만의 육체 노동으로 근육이 욱신거리니 뭔가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그럼 '다음에 또 직접 할래'라고 묻는다면, 한 번 더 고민해 볼 것 같다. 짐을 치우는 일부터 청소, 작업시간 등을 고려하면 업체에서 받은 견적이 터무니없이 비싸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페인트공 몸값이 비싸다는 데 알바나 뛸까' 농담도 주고 받으며, 우리는 테라스 숙원사업 하나를 마무리했다.


마르면서 색은 점점 더 자연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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