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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우 Aug 15. 2022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심즈4 인천 공항 키트는 한국적인 것인가

한국형 판타지, 한국형 SF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 마다 떠오르는 것이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큰 논란 없이 명백히 한국적인 것, 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의 각종 설화 및 위인을 모티프로 한 윤인완/양경일의 <신암행어사> 등장인물 다수가 변형 한복을 입고 있으며 건축양식등에서 조선후기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게임 던전앤 파이터의 천계지역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배경을 현대로 보다 넓혀보자,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단군신화가 모티프가 된 <나와 호랑이님>, 한국의 학교괴담과 무속신앙을 소재로 한 <화이트데이>와 같은 작품들은 배경이 한국이라 할 지라도 한국적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서, <달빛 조각사>와 같은 현대 판타지는 한국적인 작품인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송강호, 아이유, 강동원 주연의 <브로커>는 한국적인가 일본적인가? 원작이 프랑스 작품인데 주연 배우중 한국인은 둘 뿐인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의 정체성은 어떻게되는가?


한국적인 것이 무엇이며, 문화 선도국으로 불리었던 영미권 및 남-서부 유럽, 일본과 어떻게 다른지를 규명하려는 시도는 일찍부터 존재해 왔다. 나무위키에서는 <한국형 판타지>문서에서 이러한 논의가 00년대부터 시작되어 왔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이전에 한국적인 것, 이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외화가 적극적으로 수입되지 않았고 일반 대중들의 접근이 어려웠던 시기에는, 이미 대중들이 널리 사랑하고 잘 팔릴만한 것, 그러니까 토속적인 한국적인 것들이 문화사업의 저변에 깔려 있었다.


한국적인 것에 대한 규명과 한국적 색채로 재해석된 판타지 및 SF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오히려 수 많은 외국작품들이 들어오고 국내 작가들이 잘 팔리는 외국 작품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된 이후라는 점이 독특한 지점이다. <호빗>, <반지의 제왕>의 톨킨을 이래로, 판타지는 북유럽 신화를 근간으로 발전하며, 켈트나 그리스-로마 신화가 조금씩 섞여 발전해 왔다. 그런 이국적인 것이 동아시아에서 유행하며 동양적인 것이 한 스푼씩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미 하나의 장르로 정립되다시피한 일본풍 판타지가 대표적인 예이다. 무협도 순수 판타지도 아닌, 재해석된 기모노와 사무라이와 같은 영웅화된 인물들이 등장하는 판타지는 <동방프로젝트> 그 이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이세계물의 붐이 휩쓸고 지나간 지금에는 새삼스러운 것이 되었다.


앞서 말했듯 국내에도 한국적인 색채를 띈 작품들은 존재해왔다. 텀블벅만 들어갈지라도 동양적인 것의 현대적 재해석을 모티프로 삼은 각종 굿즈들과 서사물들이 넘쳐나고, 인디를 벗어나 메이저라 할 수 있는 웹툰 및 게임 산업에서도 <탈>(2011), <나와 호랑이님>(2010)등 이미 10년도 이전부터 이런 요소들이 추가되어 왔기에 근래에 들어서는 재해석된 한복을 입은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을 보는 것이 더는 새삼스럽지 않다. 




이러한 담론에 일종의 종착을 내린 것이 2010년대 이후 웹소설에서 말하는 한국형 판타지일 것이다. 사실 이 글의 서두에서 한국형 판타지라는 단어를 접한사람은, 애당초 처음부터 <나혼자만 레벨업>이나 <전지적 독자시점>과 같은 소설및 웹툰들 부터 떠올렸을지 모른다. 이런 요소들에 딱 까놓고 동양적 요소가 가미된 것은 많지 않다. 물론 서울과 서울내의 각종 지명이 고유명사로서 사용하거나 한 경우는 있지만, 진솔하게, 해당 지명이 로컬라이징 과정에서 도쿄나 파리로 바뀐다고 해도 큰 의미를 갖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한국형 판타지라고 말한다.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한국형 판타지라고 하면, 상대적으로 비슷한 색채를 띄는 일본이나 중국형 판타지와 무엇이 다른지 굳이 이 글을 검색해서 보러 온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명확히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20대 수준으로 전통적 소년물에 비해 많은 나이의 주요 인물, 솔로 플레이 선호, 먼치킨과 사이다 전개, 현실적이고 다소 어두운 분위기, 물론 이것들 역시 헌터물이냐 이세계물이냐, 게임판타지냐, 현실적 세계관을 유지하는 일상판타지냐등에 따라 그 정도나 특징은 다르겠지만, 다들 이것은 한국적이다 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한국적 판타지"로 명명될만한 것은 근대를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판타지에서도 볼 수 있다.


문제는 다시 근원으로 돌아온다 심즈4의 인천공항 패키지는 한국적인가, 현대 웹소설에서 일컫는 한국 판타지의 정의에 의하면 그것은 한국적이다. 한국에서 유행하고, K-POP을 근간으로 하여 그 영향을 받은 문화권들에서 마찬가지로 유행중인(일본 캐릭터중 한국 아이돌물과 비슷한 복장과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 인물들이 실제로 늘어나는 중이다)옷을 입은, 대체로 악에 받쳐 있고 현실적이고 냉소주의적 성향을 띈 옅은 살구색 피부의 사람들과 그들이 등장하는 세계, 가 2020년대를 기준으로 한국적인것에 해당하고 있다. 한국적인 것 이란 불과 10여년 전에 반해 지금의 한국 판타지의 정의와 크게 달라진 만큼 유동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물론 위와 같은 질문에 답을 하려는 시도 자체가 이제와서는 별 의미가 없는 일일 수도 있다. 우리는 어느정도 글로벌적 정서를 공유한다. 문화사업이 어느정도 그것을 추구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브로커>를 보면서 특별히 국적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아마 같은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된다>와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근대 소설이나 영화의 서사에서 인물, 지역명 등 고유명사를 지우고 본다면 그것이 다른 어느 나라를 배경으로 한다고해도 그렇게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면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계 미국인을 다룬 <미나리>(2021), <파친코>(2017)와 같은 작품들의 주체성에 관한 이야기가 된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당연히 한국 이민지의 삶을 다룬만큼 한국적이라 말하고 한국인의 성공이라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 영화상으로 수상한 것에 관하여 갑론을박이 이루어지는 등, 지역적인 것, 을 넘어 세계화에 따른 새로운 기준의 분류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들도 분명하게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것을 규명하려고 하는 것은, 독자와 작가 각 개인에게 소속감을 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위 선양과 같은 거대한 의지를 가지고 처음부터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 아는 것, 내 주변인들이 공감할 만한 것에 대한 고민에서 대개의 작품활동을 시작된다. 그리고 이것이 더 나아가 새로운 장르의 명명되면, 그것은 문화사업의 발전에 공헌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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