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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우 Nov 30. 2022

방치형에서 플레이어블 게임으로의 회귀

AFK 아레나에서  서머너즈워 크로니클까지

2019년 말경 즈음 게임 <AFK 아레나>의 광고는 '손 떼'라는 말로 반향... 이랄지 물의에 가까운 것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전까지 게임이 영화나 애니메이션등 다른 메스미디어들과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은 컨트롤에 있었다. 게임은 직접 플레이 한다. 손을 대는 것, 그 손, 컨트롤의 수준의 차이로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 그것이 게임이었다.


그러나 컨트롤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허들이었다. 컨트롤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게임에 입문하기 어렵다. 이미 플레이어가 너무 많아 고여버린 옛날 게임이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게임은 컨트롤 하기에 그렇기에 등장인물이 아닌 플레이어가 스타일리쉬 할 수 있고(코나미사의 아케이드 리듬게임 시리즈의 캐치프라이즈가 '플레이 하는 모습이 멋진' 이었음을 생각하면 이는 꽤 확실한 이야기이다.)보다 쉽게 몰입 할 수 있었다. 게임을 잘 하는 사람은, 그 컨트롤은 선망할만한 대상이다. 이 말이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아케이드, PC, 모바일 할 것 없이 모든 플랫폼의 게임들에 적용되던 말이었다는 게 새삼스러울 지경이다.

 

그정도로 게임시장은 빠르게 방치형에 물들었다. <AFK아레나>(2020)뿐 아니라, <기적의 검>(2019), <왕이 되는 자>(2018) 등 2010년대 후반에서 2021년까지의 모바일 게임은 유사 유튜브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양산형 자동/방치형 게임이 주를 이루었고,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나 <검은사막 모바일>등 PC에서는 자동 사냥을 핵으로 규정하고 단속하던 게임들에서 조차 모바일에 넘어와서는 자동사냥, 심지어는 게임을 끈 후에도 자동 사냥이 유지되는 기능을 넣으며 방치와 자동사냥을 찬양했었다. 그때를 즈음해서 모아요, 지존조세 등이 이러한 류의 게임을 까는 컨텐츠를 가진 게임 유튜버들이 인기를 끌었던 것을 생각하면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다.

 

사실 방치형 그 자체가 나쁜가에 대해서는 나는 꼭 그렇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앞서 컨트롤이 허들이라는 말을 했었는데, 아무리 <다크 소울>시리즈나 <월드 오브 워 크래프트>가 많은 이들의 인생작이고 유명하다고 해도, RPG경험이 적고, 게임 컨트롤에 자신이 없으며, 공략까지 읽어가며 게임 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일 뿐이다. 방치형 게임들은 확실히 게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고 싶지 않은 사람들, 고연령층 혹은 저연령층이 게임에 입문하기에게 효율적인 종류의 게임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저 플레이 자체에 자신이 없지만 돈은 많은 고연령층 게이머들이 시장의 갑이 되면서 그 생태계가 변형되었을 뿐이지 않나 싶다.

 

여하간, 이런 방치형 게임의 독주를 막은 것이 <원신>(2020)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원신>역시 처음 출시되었을 때에는 중국산과 많은 광고 노출 수, 미소녀 이미지라는 이유만으로 여타 방치형게임들과 비슷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플레이타입은 <젤다 : 야생의 숨결>의 표절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콘솔형 게임에 가까웠다. 전투 뿐 아니라 진행을 위한 각종 액티브를 플레이어 손으로 행해야 하고, 대사 몇 줄로만 처리되던 스토리에 플레이어 참여 수준을 높이고 컷신을 넣어 몰입도를 높였다. 원신의 아성은 2022년의 기준만 놓고 본다면 젤다 야숨을 넘어서는 수준이 되었다고 봐도 괜찮을성 싶다.

 

물론 그 이전에도 순수 방치형게임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들은 있었다. 사실 손떼라고 광고하기는 했어도 AFK 아레나 조차 엄밀히 말하면 양산형 방치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종 이벤트 맵들은 아케이드 게임들로 이루어져 있고 주기적인 컨텐츠 업데이트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 게임의 분류를 내리자면 <달토끼 키우기>나<사신 키우기>와 같은 말이좋아 방치형이지, 실상 전투빼고 다 해야하는 RPG류에 더 가깝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존재는 방치형과 근래에 다시 제작되고 있는 RPG류들의 과도기적 형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근래 나오고 있는 RPG게임들의 시발점이자, 국내 및 중국에서 그런 게임들이 만들어지도록 자극을 시킨 게임이 <원신>이라고 생각한다.


<원신>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한국에서는 이제 이정도 수준의 게임을 만들어낼 수 없을 것 이라 평했었다. 그리고 원신의 성공 이후 원신과 유사한 시스템을 활용하여 개발하려는 게임들이 여럿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개발의 결실이 약 2년 여가 지난 지금 나타난 것이 근래, 2022년 가을 경에 출시하고 있는 게임들이라고 생각한다.<세븐나이츠 레볼루션>, <서머너즈 워 크루세이드>, <노아의 심장>, <타워오브 판타지> 등이 이 물결에 탑승을 했다고 하기에는 그냥 자기네 프랜차이즈의 특색을 살린 것에 가깝지만 <디아블로 이모탈>역시 비슷한 맥락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위 게임들의 특징은, 자동진행 역시 가능은 하지만, 컨트롤의 요소가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기존의 방치형 RPG(기적의 검 외)에서 벗어난 가장 큰 특징일 것이다. 기존 게임이 전투가 거의 의미 없는, 강화와 뽑기를 위해 전투력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 게임들은 플레이 경험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다.(물론 뽑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유사하게, RPG에서 조금 더 시야를 넓혀 디펜스까지 간다면 기존의 좋은 캐릭터를 뽑고 강화만하여 승리하는, 소위 P2W나 딜찍누 소리를 면치 못했던 디펜스 게임에도 전략 및 스토리 요소를 크게 강화시킨 <무기미도>나 <뉴럴클라우드>까지 함께 묶을 수 있겠다.

 

이는 어떻게 보면 스마트폰 RPG최초창기, <몬스터길들이기>(2013)나 <별이 되어라!>(2014)로의 로의 회귀라고도 생각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초기에는 PC RPG를 약간 캐주얼화 시킨, 어찌되었건 플레이를 한다는 느낌의 게임들이 출시되었었다. 그러다 스마트폰의 불편한 조작감과, 넓고 다양한 유저층의 쉬운 접근을 위하여 방치형이 유행하고, 이 방치형에 반발하여 피곤한 방치형 게임이 나오고, 다시 플레이 요소가 강한 게임으로 되돌아가는 일종의 뉴트로적 현상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기에 대해서, 라이트 유저의 입장에서는 피로도가 느껴진다. 분명 나도 어릴 때는 거상이나 검은 사막을 플레이하면서 길고 지겨운 이동 시간을 다 겪어 봤었는데, 단 몇 년간 방치형과 자동의 꿀에 절여진 것인지 최근 나오는 게임들을 플레이를 하면서 왜 자동 이동이 안 되는거지? 라던가, 유튜브 보면서도 플레이 할 수 있게 눌러놓으면 자동 진행되면 안되는건가? 하고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이 게임들은 nox와 같은 모바일 게임을 PC로 플레이하도록 도와주는 앱들이 늘어나고 그것이 트렌드로 자리매김 하면서, 모바일로도 플레이 가능한 PC게임의 모양새에 가까워 순수 모바일 유저에게 사람으로서 느끼는 피로도와 기계가 느끼는 피로도(발열등)가 정말정말 높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물론 이는 내가 게을러서 느끼는 지점이기도 하겠지만, 새로이 출시하는 이런 게임들이 생각보다 시장 반응이 좋지 않다는 지점에서, 게이머들이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로서도 꽤 궁금해지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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