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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우 Sep 08. 2023

수인과 케모미미와 퍼리와 페럴

과 남성이 선망하는 남성성에 관한 짧은 이야기

사람들은 대체로 털이 복실복실한 존재들을 좋아한다. 개나 고양이, 봉제인형이나 니트, 모피같은 것을 쓰다듬으며 안정감을 느끼는 경우는 일상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고, 일본에서는 "파로" 라는 새끼 하프 물범 모양 로봇을 노인 심리치료에 활용한 경우도 있다. 또한 그 털의 감촉 뿐만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동물에 흥미를 가지며, 집안에서 키우기까지 한다.


그러나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성적 대상으로서 동물, 엄밀히는 동물의 속성을 지닌 존재를 뜻한다. 그렇기에 수인물의 경우 페니스가 동물의 형태를 하고 있거나, 조류나 파충류의 총배설강의 형태를 띄거나, 삽입 시간이 인간이 아닌 동물의 기준으로 맞춰져 '사람 같지 않다'는 뉘앙스를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혹시나 동물 학대의 영역으로 오인할까봐 먼저 말하는 것은 수인이나 퍼리, 심지어는 페럴에게 성적 이끌림을 느끼는 사람들이 현실의 동물에게 성적 이끌림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성인만화의 소재로서 모자근친> 편에서 창작물 속 어머니나 여동생에게 이끌림을 느끼는 사람들이 자신의 친 어머니와 성관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런 속성을 가진 인물에게 이끌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한 것과 비슷한 맥락인 셈이다.


용어부터 설명하자. 수인은 동물의 속성을 가진 인간, 혹은 인간 속성의 동물을 뜻하는 가장 넓은 의미의 단어이다. 수인은 인간과 동물의 비율에 따라 다양한 구분성을 가지며, 그 구분들 간의 취향차가 상당히 극명하다. 그럼에도 공통점은 인간적인 사고방식을 가졌고 인간의 말을 하며, 페럴을 제외한 대다수는 이족보행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케모미미는 서브컬쳐에서 자주 보이는 개/고양이/토끼 여우등의 귀와 꼬리를 단 인물들이 수인에 해당된다. 고양이 수인이면 네코미미, 개면 이누미미와 같은 용어로 구획되어 불리기도 하나, 이들 대다수는 꼬리와 귀를 제외한 나머지 신체부위는 인간이다. 다만 외형적으로나 습성적으로나 동물화의 정도가 낮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진정한 수인이 아니라 코스프레의 영역으로 보기도 한다. 게임 <파이널 판타지14>의 미코테, <테라>의 엘린 등이 여기에 해당 되었다.


퍼리는 의미상 수인과 거의 동일하나, 케모미미가 제외된 본격적인 수인들을 주로 지칭한다. 이들은 귀와 꼬리 뿐 아니라 손과 발 주둥이등이 털로 뒤덮힌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어 한 눈에 보아도 사람이라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따라 무릎이 안쪽으로 꺾여 있는 역관절을 갖거나, 젖가슴이 여섯개 이상인 복유가 달리거나, 전신이 털로 뒤덮혀 이족 보행만 할 뿐 외형상 동물에 가깝거나, 발가락이 4개 뿐인 경우, 눈의 흰자가 없는 경우, 드물게 몸은 완벽한 인간이지만 머리와 손발이 동물 그 자체인 경우까지 그 정도가 상당히 다양하다. <케모노 프렌즈> 시리즈부터 <주토피아>(2016)까지의 등장인물 대다수가 여기에 해당되며,  <Lusty Lake> 시리즈의 머리가 새나 물고기인 경우들까지도 넣을 수 있겠다. 인간과 유사하게 이족보행을 하며 앞발을 손으로 사용하는 포켓몬들(번치코, 루카리오, 가디언 등)도 주로 퍼리로 분류된다.


퍼리는 대체로 털을 가졌고 유성생식을 통해 새끼를 낳는 포유류 위주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지만, 반드시 포유류에만 그 대상이 한정되지는 않는다. 털을 뜻하는 Fur(ry)가 들어가는 것과 별개로 종족 특성상 털이 없는 파충류와 어류, 조류와 곤충을 의인화한 경우 역시 대체로 퍼리에 들어간. 던전앤 드래곤 시리즈의 드래곤본과 솔로핍의 동인지 <백습> 시리즈의 누에나방 신령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페럴은 말과 생각만 인간처럼 할 뿐 거의 모든 신체적 특징이 동물인 경우에 해당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1994)와 이 영역에서 가장 유명하며 속칭 말박이라고 불리는 <마이리틀 포니>(애니메이션 기준 2010~)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페럴과 보통의 동물 사이에서 가장 특징적인 차이는 표정이다. 페럴은 몹시 사람다운 표정을 짓는다. 흰자가 없고 주둥이의 형태가 사람과 다름에도 그들의 표정을읽는 것에는 무리가 없으며, 시청자는 이를통해 그들의 생각을 읽고 교감할 수 있다고 느낀다. 그렇기에 이들은 생식기관이 인간과 크게 다를 것으로 기대되면서도 성적 대상화가 될 수 있다.


케모미미를 제외하고 퍼리단계 이상의 수인에 대한 성적 수요는 남성향 여성향 할 것없이 다 있으며, 앞서 언급한 <백습>의 누에 나방은 여성이었고, 포켓몬스터의 가디언 역시 여성체로 보통 인식된다. 다만 전신이 모피인 등 인체가 동물에 가까운 수인의 경우 남성체인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게임 <테라>의 포포리 역시 전원 남성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파이널 판타지14>의 로스가르 역시 남성으로 출시 되었으며 이와 같은 경우 대체로 덩치가 크고 근육량이 많은 남성체이며, 전신이 털로 덮힌 수인이 등장할 경우 높은 확률로 남성향 게이물, 일명 바라물인 경우가 많았다.


나는 이것에 대해 체모와 근육이 갖는 남성성과 그에 관한 선망과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여기서 추구되는 남성성은 여성이 남성에게 갖는 성적 이끌림보다는 남성이 남성에게 갖는 선망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반드시 동성애자가 아닐지라도 동성이 동성에게 갖는 선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성이 남성에게 갖는 선망은 꽤 많은 경우 근육질에, 체모가 많은, 소위 남자다운 외모인 경우라고 생각된다. RPG게임의 플레이어블 남성 캐릭터들이 직업과 관계없이 높은 확률로 역삼각형 몸매의 근육질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 역시 그 이유일 터이다.


다만 아시아에서는 케모미미 수준 이상의 수인에 대한 선호가 높지 않으며 퍼슈트 역시 극도로 마이너하다. 이는 동양에서 선호되는 남성 이미지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대표되는, 얼굴 선이 가늘고 피부가 희며 면도가 잘 된 미남인 것과 관련되지 않을까 싶다. 국내에서 출시되는 RPG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들 역시 몸은 근육질일지라도 여간해서는 수염까지 묘사되는 경우가 많지 않으며 피부색 역시 여성 인물 못지 않게 밝은 편이다.


이와 반대로 여성 수인의 경우 전신에 털이 많다기 보다는 하피, 인어, 티폰, 나가와 같이 비교적 매끈한(...?) 종족들이 선호되는 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소나 고양이 같은 포유류 수인이라 할지라도 체모가 눈에 띄게 보송보송해 보일 정도로는 잘 표현되지 않는다. 또한 남성수인들이 늑대나 드래곤 처럼 주둥이가 크게 튀어 나온 경우가 선호받는 것과 반대로 여성 수인은 주둥이가 짧고 눈이 큰, 포유류의 새끼의 얼굴과 닮았다고 느껴졌다.


혹자는 수인성향에 관해 인간과 관계맺음에 관한 두려움이 표상된 이상성욕이라고 하기도 한다. 퍼리를 좋아하는 지인들이 털에 파묻혀 현실의 일들을 위로 받고 싶다와 같은 표현을 자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어느정도 없는 말은 아니리라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퍼리 취향 역시 과장된 모에화처럼 창작물적 허용 수준으로 뒤틀린 인간에 대한 선호의 일부가 아닐까라고 생각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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