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감독님은 늘 훌륭한 영화를 선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족 이야기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었고 브로커에서 그 단점이 특히나 도드라진 느낌이라 사실 신작에 대한 기대가 크진 않았다. 그러던 중 부국제에서 감독님의 신작 "괴물"에 호평이 쏟아졌다는 소식을 들었고 과연 감독님이 기존의 가족 이야기라는 틀에서 벗어났는지 또 어떤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해서 이 영화가 개봉하길 손꼽아 기다렸다.
예고편을 접했을 때 나의 예상은 어린아이를 상대로 비밀리에 실험을 하여 아이에게 돼지 뇌가 있다고 인식시켜서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내는 내용인가 하는 생각을 했고 영화를 보면서도 그 생각대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듯싶었는데 영화는 중반부부터 완전히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영화는 미나토의 엄마 사오리, 호리 선생님, 미나토 세 사람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이런 구성은 예전에 본 "라스트 듀얼"을 떠오르게 했는데 진실을 밝히는 눈과 함께 분노할 대상 또한 짚어주던 라스트 듀얼과는 다르게 괴물은 관객을 분노하게 하다가 진행될수록 화면 속에서 분노할 대상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이내 영화가 말하는 괴물이 우리 모두였음을 알게 된다.
사오리의 시선에서 진행될 때 관객은 학교에 분노를 느끼게 된다. 분명 자식이 무언가 문제가 있는 상황으로 보이는데도 학교 측은 영혼 없는 사과만 할 뿐 사오리를 진심으로 대해주지 않는다. 사오리가 싱글맘이라는 설정까지 그 분노를 더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내 시선이 옮겨지며 관객은 학교의 고충을 바라보게 된다. 어른도 통제가 안되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돌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 지도부터 부모 눈치까지 쉽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얼마 전 보았던 "티쳐스 라운지"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미나토의 시선에 이르게 되며 비로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성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를 그린 퀴어영화이고 이 소재는 미나토의 시선에 이르러서야 밝혀진다.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출은 사람들의 시선을 몰입도 있게 붙들어놓음과 동시에 미나토와 요리가 놓인 혼란스러움을 관객이 당황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나의 사실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기존의 고레에다 감독 작품과 다른 느낌이라 찾아보니 각본을 사카모토 유지가 썼다고 한다. 이런 선택으로 인해 가족 이야기에 갇혀가던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세계를 한 걸음 더 나올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무의식 중에 평범한 삶으로 설정하고 아무렇지 않게 규정해 둔 남자다움, 여자다움이 누군가에게는 큰 혼란과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섬세한 시선,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던 아이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다소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는 민감한 소재이지만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