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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 가끔 쓰는 글 Mar 08. 2022

"매직 아워를 아시나요?"

해 질 녘 직전의 시간대를 매직 아워라 부른다. 그 물결이 마법 같다 하여 매직 아워(magic hour)다.

 저기 한 줄기 빛이 보인다. 해 질 녘 직전의 시간대를 매직 아워라 부른다. 푸르지도 빨갛지도 어둡지도 않은 색이 하늘에 뿌려진다. 그 물결이 마법 같다 하여 매직 아워(magic hour)다. 테렌즈 맬릭은 DAYS OF HEAVEN을 찍을 때 이 시간대만을 고집했다. 모든 씬은 매직 아워에 촬영되었다.


   하루는 24시간, 매직 아워는 단 20분. 짧은 탄성을 내다보면 금방 사라진다. 저기 보아라. 이미 사라져 버렸다. 이미 온 세상이 어둠으로 변해버렸다.

 

  입시를 마친 대학생들 눈에 제일 먼저 보이는 게 있다. 매직 아워다. 애초에 고3들은 매직 아워 시간대에도 고개를 파묻고 있다. 하늘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새내기들은 오후 4시 즈음이면 수업이 끝난다. 건물 밖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본다. 이러니 단 1년 만에 하늘이 달리 보일 수밖에.


   매직 아워는 짧지만 영원해 보인다.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보고 있다가, 그러나 어느새 사라져 있다. 마음이 허전해진다. 그리고 괜찮다. 나는 내일 다시 보러 올 것이다. 내일 이 똑같은 자리로 와서, 어쩌면 좋아하는 친구 한 명을 데리고 와서, 난 또다시 보러 올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날도, 그리고 그다음 날도.


   누구나 어느 순간부턴 매직 아워를 까먹게 된다. 눈에 보여도 보이지가 않는다. 그냥 여느 하늘과 다를 바 없는 하늘이다. 매직 아워가 바뀐 게 아니다. 그것을 보는 사람이 바뀔 뿐이다. 둔감해져서다. 사라질 것이 자명한 것에 아예 맘을 주지 않아서다.


   저기 보아라. 이미 사라져 버렸다. 이미 온 세상이 어둠으로 변해버렸다. 난 가방을 들쳐 메고 걸어갈 뿐이다. 저 끔찍한 적막을 또 걸어가야 한다. 매직 아워 대신 죽을 만큼 지겨운 밤과 산책을 해야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게 이런 것인지 누군가는 알려줬어야 했다.


  모든 이들에겐 매직 아워가 있었다. 그리고 모든 이들에겐 아직 매직 아워가 있다. 그건 단 한 순간에 알아차릴 수 있다. 만약 누군가가 옆에서 한 마디만 해준다면. "매직 아워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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