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나는 이미 며칠 전부터 오늘은 반차를 내고 오롯이 나를 위해 오후를 보내겠다며 다짐 또 다짐을 했다. 회사 일에 여유가 있어서 좀 쉬어도 되었냐면 그것도 아니었는데 나는 엄청난 양의 일을 뒤로하고 지금부터 다음 주 월요일 출근할 때까지는 회사 생각도 하지 않겠다며 아주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오기까지 했다.
먹고 싶다고 생각한 지 참으로 오래된 맛집에 가서 좋은 사람과 함께 점심을 챙겨 먹고 반주도 한 잔 했으며 서점도 갔다. 내일 만날 가족들과 하이볼을 만들어 마실 위스키까지 한 병 샀고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셨다.
날도 추운데 여기저기 싸돌아 다니며 평일 오후에 이렇게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니 감탄까지 해 가며 나는 무려 만 삼천보를 넘겨 걸어가며 하루를 만끽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불현듯 깨달았다.
오늘은 아무 날이 아닌 게 아니었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딱 2년째 되는 날.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으로 처음으로 내 글을 외부에 발행한 날로부터 딱 2년이 지났다.
초반에 1일 1 글을 써 대며 의욕을 불태웠던 시기도 있었고, 자중하자며 주 3회를 따박따박 쓰던 시기도 있었으며, 브런치에 '연재'라는 기능이 생기자 나도 한 번 해 보자며 일주일에 한번 약속을 해 놓고 그다음 날 중요한 일이 있는데도 그 전날 새벽까지 글을 쓴 시기도 있었다.
최근에는 글을 쓰지 않으면 받는다는 브런치의 친절한 알림까지 무려 두 번이나 받았으니, 아무래도 갈수록 게을러진 것이 틀림없다.
그사이
발행한 글 수는 250개, 작품 수는 11을 찍었으며 나의 구독자수는 천명이 훌쩍 넘었고 '경계성미니멀'이라는 이름 밑에는 '리빙 분야 크리에이터'라는 예쁘장한 아이콘까지 붙었다.
그간의 누적 조회수는 무려 290만. 300만에 육박하는 숫자다.
사실 그동안 누적 조회수를 단 한 번도 공개한 적은 없지만
이제 브런치작가님들은 누적 조회수라는 것이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실 테니, 2년 되는 날 기념으로 공개한다.
작년 상반기 이미 250만을 찍었으나, 갈수록 조회수는 미미해졌다.
290만은 넘었으나 지금의 추세라면 이것이 300만이 언제 될지는 사실 모를 일이다.
조회수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회수가 늘어나면 기쁘고 조회수가 미미하면 기분도 미미해지고, 조회수는 아무것도 아니니 연연하지 않겠다! 는 생각 자체를 버린 지도 오래고 그저 지금도 일희일비한다.
브런치작가 2년 차.
나의 신분과 나의 생활에 딱히 큰 변화는 없다.
글쓰기 때문에 노안이 급속히 진행되어 돋보기안경을 쓰게 된 것 하나는 확실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그저 쓰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없다는 것.
언젠가 썼던 글처럼 그 많은 브런치 통계 속 숫자 중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건 여전히 발행한 글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잡생각과 이런저런 핑계로 딱히 다른 일을 한 것도 아니면서 글도 안 쓰고 띵가띵가 놀았던 나를 반성해야겠다.
그리고 2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들쭉날쭉한 내게 언제나 응원을 보내주시는 작가님들께, 약간의 술기운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말을 슬쩍 남겨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