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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Choi Apr 14. 2024

헤겔의 변증법을 곱씹어보며

헤겔은 '정신현상학'에서 '역사'라는 것은 연속된 사건의 단순 나열이 아니라, '이성'('시대정신', 혹은 '신'이라고 치환해서 읽으면 이해가 쉬움)이 그 스스로를 실현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점진적인 발전 및 확장의 방식을 '변증법'으로 설명한다.


헤겔이나 그의 논리학, 또는 그의 철학을 모르는 사람도 "변증법"이나 "정반합"과 같은 단어는 종종 사용하는 것으로 볼 때, 변증법은 대중적으로 꽤 널리 퍼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변증법이 대중적으로 널리 퍼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논리 구조가 가진 (1)단순함과 (2)보편성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이 세상에 '갈등이 없는 상태'라는 것은 성립하기 어렵다. 때로 일시적인 균형의 상태가 오기도 하지만 그것은 짧은 찰나의 순간이거나, 또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인 갈등 상태일 뿐이다. 조금 지나면 내재되어 있던 균열이 터져나온다. 그리고 이전 상태는 더 이상 유지되지 못 하고, 새로운 상태로 변화한다. 그 이후에도 같은 프로세스가 반복, 반복된다.



이러한 진행 과정은 거의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특성을 지닐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경험을 통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상식적일 정도로 단순한 구조를 지닌다. 바로 이 때문에, 변증법이라는 사고 체계는 파워풀한 힘을 가지고, 대중적 문화와 일상적 언어에 깊게 침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변증법적으로 무언가를 설명할 때 유의해야하는 점이 있다. 헤겔은 정반합에서 정(thesis), 반(anti-thesis)을, 단지 합(synthesis)으로 가기 위한 '중간절차', 혹은 '수단'으로 여기지 않았다. 헤겔이 변증법을 통해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형식 논리'에 갇혀, 역사를 배제한 철학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지, '결과'를 정당화하거나, 그 과정 속의 개별자들의 개성을 무시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이것은 헤겔이 직접 사용한 예시인데)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각자 자기 마음껏 피어있고, 그것이 전체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아름다운 하나의 화단을 이루는 상황에서, 헤겔은 '전체적인 화단'을 위해 '개별적인 꽃'의 존재를 말살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각 개별자들이 자기 자신의 최선을 다해 스스로를 발현하고, 각자의 개성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을 때, 전체 화단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믿었다.



'선택과 집중', '전체적인 관점', '전략적인 우회' 이런 것들은 모두 그 사고 기반에 변증법적 방법론을 채택하고 있다. 다 좋은데, 이미 수백년 전 헤겔이 조심하려고 했던, '전체'를 위해 '개별자'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그 지혜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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