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생을 마감하신 선생님의 소식을 인터넷 기사로 처음 접했을 때, 며칠 내내 집안일도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기가 깨있는 동안 기계처럼 해야 할 일들을 하다가 아기가 잠들면 멍하니 누워 관련 뉴스와 댓글을 계속 읽었다. 울컥울컥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비보는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예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10년의 교직 생활에서 내가 깨달은 부끄러운 '진리'는 생각보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건 많지 않다는 사실이었다.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대한민국의 교육에서도. 그때마다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되뇐 질문은 이것이었다.
이런 현실이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지?
바꿀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지 않기 위한 나만의 주문이었다. 비겁하지만 그랬다. 할 수 없는 일에서 눈을 돌려 할 수 있는 소소한 일에 힘을 쏟았다. 이를테면 열심히 수업 자료 만들기, 눈앞의 학생들을 진심으로 대하기와 같은 것들이었다. 비록 당장은 티가 나지 않지만, 이런 작은 노력이 모이면 언젠가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그렇게 버텨 수 있었던 건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어떤 선생님에게는 그런 질문조차 사치였을지도모른다. 어쩌면 나 같은 교사의 그런 질문에 상처를 받았을지도모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느껴지는 현실에서, 자꾸만 할 수 있는 게 뭔지 찾아보라고 다그치는 질문이니까...
여기까지 생각을 미치니 정말 괴로웠다. 나는 결국 내 수업, 내 앞가림에만 급급한 교사인 것 같았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선배 교사가 아닌,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선배 교사가 든든히 앞에서 버텨주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지금과 같은 상황은 생기지 않았을까? 우리의 교육 현장은 뭔가 달랐을까?
우리 사회의 모든 일은 각자의 양심에 많은 부분을 의지한다.아파트가 순살이 되지 않으려면, 작은 국제대회라 하여 허술하게 운영되지 않으려면, 이 사회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지 않으려면, 기초부터 단단히 다져야 한다. 맡은 일이 아무리 보잘것없어 보여도 진심을 다해야 한다.학교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