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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승환 Dec 31. 2019

절친에게 진짜 고민을 털어놓기 힘든 이유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최근에 속상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꽤 큰 고민거리가 있어서 혼자서만 끙끙 앓다가 그 문제를 잘 이해해줄 것 같은 지인에게 힘들게 이야기를 꺼냈지요. 그런데 그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난 또 뭐라고.

별일도 아닌데, 왜 그렇게 힘들어해?”


그 딴에는 위로한다고 꺼낸 말이었겠지만 굉장히 속이 상했습니다. 해결책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제 힘든 마음에는 공감해주길 바랐는데, 그 고민거리와 함께 저 자신까지 별것 아닌 존재로 취급된 것 같았죠.


이처럼 내 마음을 알아줄거라 생각했던 이에게 이해받지 못한 경험을 저만 한 건 아닐 겁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 정말 속상하고 슬퍼지죠. 다른 사람들과 굉장한 거리감도 느껴지고요. 아마 반대의 경우도 있었을 겁니다. 다른 누군가도 분명 제 무심함 탓에 비슷한 상처를 입은 적이 있을 거예요.


이렇게 생각하니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이트, 융과 함께 현대 심리학의 거 장으로 손꼽히는 아들러 역시 『아들러의 인간이해』라는 책 의 앞부분에 이렇게 털어놓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 오랜 시간을 살아왔고, 그 결과 서로 낯설어졌다. 우리는 자식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탄하는 부모와 자기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자녀들을 자주 본다. (… …)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 이해에 대해 무지하면서도 스스로 인간을 잘 안다고 자처하며, 또한 짧은 지식을 가지고 남 을 가르치려 든다.


오스트리아 빈의 한 시민 대학에서 1년간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이 책에서 아들러는 인간을 이해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놓습니다. 당연합니다. 사람은 저마다 성격도 다르고 생활 방식도 다르고 경험도 다른, 서로 완벽한 타인이기 때문이죠. 즉,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인간을 잘 안다고 자처하는 대신,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르기에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아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김연수 작가 역시 단편소설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의 작가의 말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나는 모른다, 라고 말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랑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사랑도 이해도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은 전달되지 않고 서로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가까운 사이,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당연히 상대의 마음도 잘 헤아리면서요.


책『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에 담긴 글입니다.


책 살펴보기


제가 공감하고 큰 위로를 받았던 인생의 문장들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책 읽어주는 남자’로 활동하면서 많은 분이 공감해주신 문장들이기도 하죠. 부디 이 책이 당신의 지치고 외로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고, 언제든지 편하게 기대 쉴 수 있는 쉼터가 되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처음 걸어가기에 헤맬 수밖에 없는 인생에서, 당신이 나아갈 길을 밝혀줄 작은 반딧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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