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모습은 부모를 쏙 빼어 담기 쉬우나, 대부분 부모들이 아이들을 키울 때 "누구 닮아 저런 거야?" 하는 말을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니, 나도 안 그러고 션파도 저렇지 않은데 저 아이는 누구 닮았지? 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내가 그렇지 않으니 '너구나'로 결론을 내리려고 둘이서 툭닥거렸는데, 아무리 봐도 둘 다 아니다.
그래서 션 키울 때 션파와 나 둘 다 션의 어떤 행동이나 생각에 대해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을 때 진지하게 누구 닮았는지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 보는데 도통 답이 나오지 않아서, 나와 션파의 유전자 결합 과정에서 생긴 새로운 화합물 형태인가 보다로 결론을 내린 적도 있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로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어딘가 모르게 아주 많이 닮았는데 그 모습을 평소에 션에게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외모, 성격 이런 거면 몰라도 '어떤 스타일'에서 비슷한 모습을 볼 때 놀란다.
예를 들자면, 내가 일하는 모습을 션은 본 적이 없다. 사무실에 같이 출근해서 쳐다보지 않는 이상은.
그런데 션이 '어떤 일 처리'를 할 때 준비과정이나 일하는 스타일이 나와 너무 닮아 있다. '어떤 일 처리'라 함은 주로 기획, 계획, 준비작업, 추진 방식에 관련된 것이다.
신기해서 동료들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다들 이런 것도 '유전인가 보다'로 결론을 내렸다. 내가 일하는 방식이 좀 독특하다면 독특해서 배우지 않고서는 비슷한 스타일을 찾기 어려워서다.
이것과 관련해서 이번에 통화하면서 빵 터진 일이 있다.
션이 한참 엄마, 아빠에게 자기가 하고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신나서 설명을 하고 나서 이야기다. 그다음 이야기에 대해 적어 보려고 한다.
션
엄마, 아빠 그런데 내가 아까 말한 거 있잖아. 그거 다 해 내면 엄청 멋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 아냐.
그런데 이것 봐봐 (화면으로 자신의 노트북 모니터를 보여준다. ) 내가 이거 만들었거든. 이력서처럼 실적 같은 거 적어두는 문서야.
그런데 이게 2개 버전이 있어.
하나는 실제로 한 거, 또 하나는 상상해서 만든 거,
그러니까 앞으로 내가 했으면 하는 것을 미리 적어둔 미래의 이력서야. 이렇게 되려고 (이거 다 해내려고)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어.
깡지
(빵 터졌다.) 너 어떻게 엄마랑 하는 짓이 똑같냐? 엄마가 너 키울 때 어디 합격했으면 하는 게 있거나 간절히 붙었으면 하는 게 있을 때 진짜 된 걸 상상하고 블로그에 비공개로 적거나 저장을 해 둔 적이 있거든.
너 대학 결과 나오기 전에도 엄마가 글 하나 저장해 둔 게 있어. 붙었다고 상상하고 적어뒀었어.
자주 한건 아니고 진짜 원하는 게 있을 때 몇 번 그렇게 했는데, 와 진짜 엄마랑 너무 닮았네.
션파
(어이없어하는 표정, 얘들 왜 이러지? + 범인은 너구나 하는?)
원하는 것이 이루어졌다고 상상하고 글을 적어두었을 때 다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 번 한 한 행동이 아니라 몇 번 그리한 거 보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서 일 듯하다. 어쩌면 <시크릿>에서 말하는'간절하게 원하면 머릿속으로 그려라'라는 말을 나나 션이 자신도 모르게 했을 수도 있다.
이전에 션이 중학생이었을 때 로드맵을 그려주었을 때, 션이 파일 원본을 달라고 하면서 고등학생이 되어서 자기가 다시 조정, 추가하며 더 구체적으로 그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