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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지 Sep 23. 2023

사람을 만나면 벙어리가 되라, 플라톤

대학생 아들과 대화하기


/ 션과의 통화 시리즈 /


통화라기 보다 션과 톡으로 주고받은 이야기다. 대화로 나누면 더 좋았겠으나, 션 학교 두 번째 Term이 끝났고 일주일간의 짧은 방학을 맞이해서 미국 동부로 가는 중이라 톡으로 주고받았다.




유튜브에서 듣고 싶은 영상 몇 개를 골라뒀다가, 아침 달리기를 할 때 듣곤 한다.

이날은  <플라톤의 '사람을 만나면 벙어리가 되라' (영상 보려면 클릭) >를 들었다. 목소리가 너무 진지하긴 한데 (죄송합니다.) 전체 15분 분량으로 내용이 정말 좋았다. 플라톤의 말을 그대로 다 따라 한다기 보다 한 문장씩 음미해 보면서 나는 현재 어떻게 사람들을 대하고 있는가 하며 돌아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다는 아니고, 부분만 옮겨 적어보자면, (중략은 ... 로 표기함)

"

- 플라톤이 말하는 인간관계의 지혜 -


나의 사생활을 필요 이상 말하지 마라. 사람의 이기적 본성은 타인의 고통에 둔감하게 만든다. 따라서 나의 사생활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로해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내 이야기가 주변에 퍼져서 심심풀이 주제로 소비되거나 언젠가 비수가 되어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또한 자신에 대해 과도하게 털어놓으면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기 보다 오히려 멀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 겸손함을 길러 불필요한 시기, 질투를 피해라. 진실하고 안정된 사람들은 그들의 성공에 대해 끊임없이 자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있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검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나의 선행이나 업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나를 거만하게 보이게 할 수 있고, 사람들이 나를 피하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말로만 자신을 증명하려 하기보다는 행동을 통해 진정한 인격이 빛나도록 하는 것이 좋다.


... 세상에서 사람을 가장 크게 상처 입히는 세 가지는 번민과 말다툼 그리고 텅 빈 지갑이다. 그중에서 텅 빈 지갑이 가장 크게 사람을 상처 입힌다. 그러니 아무리 친한 친구에게도 내가 돈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에 대해 말하지 마라. 인간은 다른 이가 나보다 더 많이 가졌다는 이유만으로도 상처받는 존재이다. 앞에서 다들 박수 쳐주면서 함께 기뻐하는 것 같아도 속마음을 그렇지 못하다. 나보다 돈이 적으면 무시하고 많으면 질투하는 게 인간의 본능이다. 특히 나와 별다를 바 없이 살던 지인이 갑자기 부자가 된 경우라면 그 시기, 질투의 강도가 세진다.


... 내가 누군가에게 반대하거나 잘못되었음을 알려주어야 할 때도 그들의 관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상황에 공감하며 불필요한 조언이나 비난을 하지 마라. 대신 진정한 지지와 격려를 제공하여 긍정적인 관계를 구축하라. 우리 각자는 다 개인의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타인의 행동에 대한 의견이나 조언을 주는 것이 항상 필요하거나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 당신의 목표에 대해 말하지 마라. 사람들의 의견과 관점은 종종 서로 다르고 각자의 경험에 따라 상대적이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근거 없는 판단과 평가에 쓸데없이 발목을 잡힐 필요가 없다. 결국 나의 목표를 만들고 성취하는 것은 나에게 달려있다. 목표를 향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룰 때까지 목표를 혼자 알고 있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목표를 너무 일찍 논의하는 것은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나의 목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비판이나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누군가 나에 대해 나쁜 말을 하고 있다면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라.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이유는 단 한 가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이 한 가지 사실을 말이다.

"


영상에서 플라톤이 말하는 인간관계의 지혜는 적정선에서 자신을 드러내라는 것이고, 다른 이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폄하하는 일이 생겨도 그것이 인간 본성이라고 말하고 있다.

댓글 중에는 '그러면 도대체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요?'라는 글도 있는데 역시나 '적정선'이 중요하다고 다른 댓글이 이어지고 나이가 드니 '침묵이 금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알겠다는 분도 있었다.


내용이 좋아서 션에게 보내줬더니, 의외로 이런 거 좋다며 고맙다고 하더니 바로 들어봤나 보다. 그러고서 나와 톡을 주고받았다.  


사실 내가 이 영상을 션에게 보내 준 이유는 '자신의 목표를 말하지 말라' 부분 때문이다. 이 영상의 대부분은 상식으로 알고 있는 내용일 수 있고,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일 수 있으나  '목표'에 대한 것은 상대방 입장을 간과하기 쉬워서이다.

목표는 딱히 자랑이 아니고 아직 이룬 것도 아니고 바람일 수도 있어서 편하게 말을 할 수가 있다. 그런데 어떤 자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런 것을 하고 싶고, 해 낼 거야'라고 말을 할 때 '멋있다/응원한다'도 있으나,  이를 이해나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어떤 경우는 '부럽다'도 있고 또 어떤 경우는 '굳이 그렇게 해야 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서 션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다음은 이후 션과 주고받은 이야기를 요약해 본 것이다.


깡지 : 션아, 이거 목소리는 좀 지루한데 꼭 들어봐. 엄마는 살면서 깨달은 건데 20대에 들어두면 좋을 내용이야.

션 : 이런 거 좋아. 고마워~. (영상 본 후) 저런 거 보면 나는 그냥 웃긴 사람, 좋은 사람 정도로 보이게 사는 것 같아. 일부러 가벼워 보이게 할수록 가끔 무거운 이야기할 때 더 진실미 있어 보이고.


깡지 : 엄마는 목표나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이야기할 때 다들 이해하는 줄 알았더니 살면서 그렇지 않다는 걸 느꼈거든.


션 : 남들이 반감을 가질만한 심층 원리들이 있지. 남들이 볼 때 이미 잘하고 있는 사람이 더 잘해야겠다는 뉘앙스로 말을 하면 은은하게 재수 없게 느껴질 수가 있어. 

나도 공부할 때 힘들었던 걸 주변에 이야기할 때 '지금은 잘 풀렸으니까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는데 내 이야기 조금 하자면' 또는 '네가 겪은 어려움보다는 당연히 덜 했을 것 같은데'라고 시작해. 그러면 사람들이 잘 받아들이더라.

샤워하면서 민감한 이야기를 나에게 많이 해 봤더니, 뭐가 재수 없고 뭐가 부드럽게 전달할지 자기 객관화가 조금 되더라.


깡지 : 엄마가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자랑으로 한 말이 아니지만, 혹시 듣는 입장에서 부럽게 들리는 말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뭘 하고 싶다, 꿈이 있다' 이런 말들이 그런 거 같아.


션 : 대부분 먹고살기도 바쁘고, 생활에 치여서 살다 보니 그런 말 들으면 '나도 꿈이 있었는데 부럽다' 이렇게 되지.


깡지 : 그래서 블로그 글도 멈칫할 때가 있어. 그냥 현실에 만족하거나 미래에 대한 꿈을 적고 싶은데, 그 글을 읽는 누군가가 부럽다고 생각하고 상처입지 않을까 해서.


션 : 대화할 때 상대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면 대화를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경험으로 기억하게 된데. 그래서 내 이야기하고 나면 '넌 뭐 좋아해?'하고 물어봐.


깡지 : 대게가 그렇게 물어보면 조용해져.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션 : 그래서 계속 물어봐야지. 넌 뭐 할 때 행복한데? 이상한 예시도 던져주고.


깡지 : 하긴,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다음에 만날 때 뭐라도 생각해서 오더라. 그러면서 새로운 시도도 해 보고.



이후로도 대화가 좀 더 오갔다. 처음은 션에게 진리를 알려주고 싶었는데 반대로 내가 션에게 배운 것 같다.

요즘 가까운 사람들에게 삶의 태도에 대해 내가 느낀 것을 알려주고 싶은데 말을 삼가고 있다. 플라톤의 말처럼 그들의 사정이 있고, 조언은 함부로 할 것이 못되며, 나의 목표에 대해 말하는 것은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입이 근질근질할 때 이런 이야기를 평소에 나눌 친한 이와 가족이 있어서 다행이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3057389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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