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따끈따끈한 신작!
저의 남편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오랜 팬입니다. 덕분에 연애 초반부터 그분의 영화들을 하나씩 도장 깨기 하듯이 봐왔어요.
가볍지만은 않은 소재들을 달걀처럼 유쾌하고 부드럽게 풀어내는 그의 스타일, 마치 연못에 빠져들 듯 금세 좋아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리얼리즘에 기반한 진지하고 독특한 분위기랄까요. 평범하거나, 평범하지 못한 일상의 신비로움을 다양한 각도로 비추어주는 작품들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괴물> 등 - 저에게 하나 같이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들입니다. 다큐멘터리로 첫 디렉팅을 맡았다던 감독님의 경력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지요.
그런 고레에다 감독이 놀랍게도, 이번에는 노란빛이 강한 필터 속에서 상업 플랫폼 제작 드라마를 선보였죠. 사실 저희 부부는 조금 갸우뚱했었는데요. 이러한 의문들은 1화를 시청한 후 눈 녹듯 사라져 버렸습니다.
阿修羅のごとく (<아수라처럼>)의 관전 포인트는 삶의 역경을 겪는 개인들이 가족이란 틀 안에서 그 아픔을 승화시키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개인의 삶을 견뎌내듯이 살아가는 이들이 가족 안에서만큼은 툴툴 털어내고 다시 활기를 되찾곤 하지요. 작품은 이를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때론 짓궂게 보여주곤 합니다.
고레에다 감독님의 스페셜티인 ‘어딘가 비뚤어진 가족 이야기’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이전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시각적으로도 매력적이고, 감상 포인트 또한 풍부하지요.
패션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아수라처럼>을 패션 필름처럼 찬찬히 감상해도 좋을 것 같아요. 인물 의상에는 70년대 도쿄 여성들의 다양한 옷차림과 미세한 디테일이 가득하거든요.
기모노와 펜슬스커트, 울 카디건과 부드러운 연갈색 가죽 재킷, 정장 구두와 니 하이 부츠 등, 시대적 미장센과 잘 어우러지는 착장들이었어요. 패알못인 저자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답니다.
연기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죠. 쿠니무라 준과 아오이 유우와 같이 널리 알려진 배우님들의 표현력도 감탄할 수준이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마 오노 마치코 님의 ‘두 얼굴’ 연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일본 작품에서는 ‘여성의 숨겨진 마음’이 중요한 테마로 자주 등장하곤 하는데요. <아수라처럼>은 남편의 불륜을 수십 년 동안 숨겨온 늙은 어머니, 또 그런 ‘숨기려는 마음’을 그대로 물려받은 후손들의 관계를 거울처럼 닮게끔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자에겐 꽤나 신선하고 맛있는(?) 연출이었던 것 같아요. 오노 마치코 님의 감정 폭발 장면도 인상적이었지만, 오히려 그녀가 내면에 품은 그림자가 조용히 스며드는 순간들이 더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아수라처럼> 속 네 자매는 서로 총구를 겨눠 상처를 주고받는 집합체이기도 하지만, 그 어떤 아픔과 콤플렉스, 심지어 윤리적인 논쟁거리라도 그 안에서 사랑으로 무력화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낫토처럼 끈끈하고, 돌처럼 단단하며. 진실한 눈물과 웃음으로 작품을 색칠해 준 네 자매 - 미야자와 리에, 오노 마치코, 아오이 유우, 히로세 스즈 님께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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