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재난에 대처해야 하는가
"이 세상에 자기가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몸을 돌릴 만한 가치가 있는 건 하나도 없어요. 그렇지만 나 역시 왜 그러는지 모르는 채 거기서 돌아서 있죠."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중 하나인 『페스트』. 세계적인 팬데믹과 함께 재조명된 작품이죠.
저자는 『이방인』을 무척 흥미롭게 읽었기에 『페스트』도 기대에 부푼 마음을 안고 펼쳤지만, 두 작품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극명하게 달랐어요. 오히려 『페스트』는 객관적인 기록을 가장한 책이기 때문에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답니다!
2020 - 2022년 즈음 전 세계를 떨게 했던 COVID19에 대한 공포, 희망에 대한 거부 증상, 사랑하는 사람과의 생이별과 '귀양살이'에 대한 불안 등의 '팬데믹 사태'를 놀라울 정도로 자세히 묘사해 놓았어요. 작가가 실제로 흑사병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거든요. 오늘날 사회는 어떻게 재난에 대처해야 하는가,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 가운데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를 논한다고 볼 수 있죠.
『페스트』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역병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줘요. 각기 다른 태도로 전염병과 싸우는 인물들을 통해 인간 본성을 조명하는 셈이지요.
누구도 단죄하지 않는 성스러움을 추구하는 타루.
고통을 함께하고 치유하고 추억하는데 힘쓴 리유.
사랑하는 여자를 떠올리며 매일 문장을 쓰는 그랑.
폐쇄된 도시생활과 생이별의 고통에 신음하는 랑베르.
도시를 집어삼키는 공포를 바라보며 묘한 안도감을 느끼는 코타르.
재난이 신의 뜻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죽어간 신부 파늘루.
카뮈의 실존주의 사상을 강력하게 어필한 장면 중 하나를 소개할게요.
바로 리유와 타루가 밤 중 해수욕을 하는 장면인데요. 그들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모든 것'—즉 실질적 페스트와 사상적 페스트를 피해 바다 물속으로 뛰어들어요. 저에게 이 장면은 카뮈의 실존주의적 메시지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 것 같아요. 이미지적 선명함과 노골적인 상징성이 무척 인상 깊게 느껴졌답니다.
이 장면에서 타루가 두려워하는 페스트는 사상적 페스트인 '무분별한 단죄'인 것이 드러났는데요. 『이방인』에도 나타나는 테마이기에, 두 작품의 상호텍스트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또 타루의 아버지가 『이방인』의 사형선고를 불러일으킨 검사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 앞서 1부에 '어떤 상사의 젊은 사무원이 바닷가에서 한 아랍인을 죽인 사건'에 대한 언급 또한 그렇지요.
작품을 넘어 작가의 견고한 세계로 들어가는 일. 그 신비롭고도 매혹적인 경험을 기록하고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기록하는 리뷰, 감각적인 해석
영화, 드라마, 책 속 이야기를 담는 공간.
매주 월·금, 새로운 콘텐츠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 더 콘텐츠 노트 (The Contents 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