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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킴 Apr 20. 2024

런던에서 일하면 먹고 살 만할까?

그냥 삶의 질 좀 낮추면 되요 ^0^

런던에서 일하면 먹고 살 만할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내 기준으로는 YES! 최소 3년 이상 전문직 경력에 런던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 기준이다. 그 정도면 어느 분야든 대략 연봉이 £30,000(약 5천) 이상은 될 것이다. 단지 한국에서보다 덜 저축하고 덜 깨끗하고 덜 조용한 곳에서 살면 먹고 살 수는 있다는 뜻이다.


사실 모두가 먹고 살 만 하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에서도 누구는 살기 팍팍하고 누구는 나쁘지 않다고 느끼는 것처럼... 원래 집이 좀 사는 유학파냐, 생계형 취업파냐에 따라 입장이 다르기도 하다. 하지만 유학파건, 워홀파건 영주권 딸 때까지 버틴 친구들은 결국 모두 정신력과 생활력이 강한 애들이었고 이제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런던에서 잘 살고 있다. 근데 처음부터 강했다기보다는 점점 강해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런던이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런던생활을 '팍팍해'와 '좋아'로 나눠서 적어보겠다. 



팍팍1. 가성비따위 없는 곳

진짜 뼈저리게 느꼈다. 영국=철저한 자본주의의 나라다. 돈이 적으면 얄짤없이 그만큼 삶의 질이 안 좋고, 돈이 많을수록 삶의 질은 점점 높아진다. 당연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근데 한국에는 '개이득', '가성비'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가? 돈이 많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게 영국보다 훨씬 많다. 예를 들면 어딜 가나 깨끗한 무료 공중 화장실이 있고, 식당에서는 무료로 물과 반찬을 제공하고, 마트에서는 시식코너가 있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몰랐던 인정머리가 참 많다. 또 한국에서는 퀄리티/ 예쁨/가격 세 가지 모두를 만족시키는 물건을 찾기 쉬운 편이다. 반면 영국에서는 가성비 좋은 경험을 하는 게 정~말 드물다. 한국에서는 다이소만 가도 예쁜 유리컵을 1000원에 사서 오래 쓸 수 있지만 영국에서는 저렴하면 디자인이나 퀄리티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다이소인 파운드랜드에서 £1(약 1700원)에 상자용 테이프를 산 적이 있다. 원통을 둘러싼 얄팍한 테이프 두께를 보고 저렴한 대가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나마 아마존에서 가성비템을 찾을 수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돈을 더 내야지만 한국에서 누리던 퀄리티와 디자인을 얻을 수 있다. 돈에 따라 환경도 다르다. 첼시처럼 부유한 동네에 가면 인도부터 달라진다. 훨씬 넓고 쾌적하고 가로수에는 고급진 꽃바구니가 달려있다. 마트도 한국처럼 홈플러스 아니면 이마트가 아니라 부에 따라 10개의 체인점 브랜드로 나뉜다. 부유한 동네일수록 부유한 마트가 많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된 곳에들어서는 마트를 보고서는 그 동네의 바뀐 부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다. 가격대 높은 마트에 가서야 홈플러스처럼 코너별 복도가 넓어지고 식품의 질이 좋아진다. 상업성을 확인사살당한 곳은 영화관이다. 영화 시작 전 광고가 30분이다. 오히려 상영시간보다 늦게 도착해야 영화를 바로 볼 수 있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이다. 우체국은 택배를 보낼 때 한국처럼 절대 무료로 충격완충용 종이, 테이프와 가위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공중화장실에 가방을 걸 수 있는 후크나 변기 뒤에 선반이 없는 것 또한 무료로 이용하는 대가인 것 같다. 심지어 어떤 한식집은 비빔밥에 계란 후라이도 추가요금을 내야 했다. 이렇게 사소한 것마저 덤으로 주는 게 아니고 돈을 내야 제공하는 곳이 영국 런던이다.



팍팍2. 비싼 집세 & 함께 살기

집세? 말해모해~ 도쿄나 뉴욕 집세도 어마어마하지만 런던집세도 절대 빠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원룸에서 살려면 최소 월 250만원(£1500) 정도는 내야 한다. 월 150만원(£877) 정도 낸다고 치면 하우스메이트 2-3명과 함께 2존*에서 살 수 있다. 근데 교통비도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비싸기 때문에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다고 많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결국 집세가 비싸다보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치명적인 스트레스가 생겨난다.

*런던은 가장 중심에서부터 1존-9존으로 지역을 구분해서 부른다. 보통 관광지는 1-2존 사이에 있다. 현지인은 보통 2존-4존 사이에서 거주한다. 



나는 초반에 다양한 문화 체험과 영어실력을 늘리기 위해 한국인 말고 외국인들과 함께 살았다. 그 덕에 필터 없이 날 것 그대로 문화차이, 생활차이, 청결차이로 온갖 갈등을 겪으며 다양성을 배웠다. 나중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는 한국인과 살게 되었다. 2존에서 매달 약 170만원(£1000)을 내고 한국 친구 1명과 화장실 2개, 방 2개에 거실과 테라스까지 있는 아주 괜찮은 집에서 3년(2018-2021) 살았다. 지금은 이곳도 집세가 올랐다고 하지만 이 정도 퀄리티에 170만원이면 꽤 가성비가 좋았던 편이다. 내가 그 전까지만 해도 집세 예산을 최대 136만원(£800)까지만 잡았으니 £1000 집세는 정말 큰 결심이었다. 돈 적게 내고 낡은 집에 여러 명의 하우스메이트로 스트레스 받을 바에 차라리 돈 더 내고 딱 1명과 함께 좋은 집에서 살기로 한 것이다. 그제서야 좀 살 것 같았다. 돈을 더 쓴 게 절대 후회되지 않았다. 참고로 집은 한국 오피스텔/아파트같은 퀄리티를 기대하면 안 된다. 딱 한국의 오래된 빌라 수준으로 기대하면 된다. 런던에 새로 지은 아파트형 집도 알면 알수록 허술한 점이 많아서 기대를 말아야 한다. 예를 들면 방음이 안 되거나, 전기・물이 갑자기 끊기거나 쥐가 나오거나 하는...ㅎㅎㅎ



팍팍3. 한국만큼 안전하지 X

당연히 한국인이니까 한국에서 살기에 가장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한국은 치안이 좋기로 유명하다. 반면 런던은... 난 한국행 비행기를 탈 때는 완전 드러누워서 가는데 이상하게 인천에서 런던으로 가는 순간부터는 자세가 꼿꼿해진다. 스스로 나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동으로 경계 모드가 켜진다. 심지어 런던 살 때는 매일 화장하고 다녔다. 조금이라도 예쁘게 보이면 사람들이 내게 더 우호적일 것 같아서. 요즘 서울에서는 거의 안하고 다닌다.


런던에는 세계적인 도시답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우호적이지만 일부는 예측할 수 없기 마련이다. 내게 동양 여자로서 주의해야 할 부류는 10대 영국애들과 중동 출신 남자들이었다. 일단 10대는... 어딜 가나 제일 무섭지만 영국은 특히 뭐랄까. 제한이 없다. 장난이 한국 기준으로 너무 심한 경우가 있다. 장난으로 날계란을 던지거나 뻐큐하고 물총질하더라. 일부 중동출신 남자들은 꼭 동양 여자 지나가면 '니하오~', '곤니찌와'로 캣콜링할 때가 많다. 이런 짓 하는 사람들 모두 이게 인종차별적이라는 것조차 인지 못하고 교육을 덜 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럴 때는 불같이 화낼까 하다가도 해외라 무슨 일 당할지도 모르니 조용히 있게 된다. 그러면 또 자존심 상하고 굴욕적이란 생각에 분노가 쌓인다. 캣콜링같은 경우는 한 마디 하겠는데 10대에게는 솔직히 아무 말도 못하겠다. 너무 무섭다. 그렇다고 자주 괴롭힘당한 건 아니다. 7년살이 중 한 번. 날계란을 맞아봤다. 뭐 캣콜링은 수십번이었지만 ^^;


도난사건도 많다. 파리나 바르셀로나보다 소매치기가 덜 한 편이지만 특이하게 자전거 탄 도둑이 많다. 도로에서 자전거 타고 지나가면서 행인의 핸드폰을 독수리처럼 낚아챈다. 그래서 길을 걸어갈 때 꼭 도로에서 떨어진 안쪽으로 걷고 핸드폰은 도로와 반대쪽인 손으로 쥐고 다니거나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카페에서 혼자 작업할 때도 절대 한국에서처럼 노트북을 두고 화장실을 다녀올 수 없다. 꼭 옆사람한테 부끄럽더라도 내 짐 좀 봐달라고 부탁하고 다녀와야 한다. 핸드폰도 무조건 테이블에 놓지 말고 숨겨놔야 한다. 눈코뜰새 없이 사라진다. 한국에서는 물건 잃어버리면 찾는 경우가 흔한데 영국에서는 핸드폰을 세 번 잃어버렸는데 한 번도 찾은 적이 없다.


말하고 보니 영국으로 올 때 경계 모드가 올라가는 건 정말 당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까지 읽으면 벌써 오고 싶지 않을 것 같다.



팍팍4. 외로움

한국에서 한두시간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야, 언어도 달라, 동양인도 적으니 당연히 외로움이 밀려올 때가 있다. 위에 말했듯 항상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갇혀 있다보면 기댈 만한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절로 생긴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마음이 취약해진다. 그러다보니 데이팅앱에 빠져서 나의 외로움을 구원해줄 누군가를 찾아 헤매게 되었다. 근데 내가 외로워 할수록 상대에게 그 에너지가 전달되는 것 같더라. 지금 생각하면 이불킥할 만한 애들에게조차 집착했었다. 그럴수록 그들은 연기처럼 휙 사라졌고 나는 더 외롭고 우울해졌다.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파티에 가도 이상하게 외로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종교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가족이 여기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근본적인 안정감이 없었다. 늘 붕 떠 있는 느낌이랄까? 처음엔 그 외계인같은 점이 너무 좋았지만 또 붕 떠 있기만 하니까 힘들어졌다. 실제로 영주권 따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친구들 중 90%는 다 영국인 파트너가 있다. 나처럼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다. 나만... 파트너가 없었다.  


이렇게 팍팍 4가지를 적어놓고 보니 진짜 가기 싫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으니~ 



좋아1. 내 노동이 존중받는 곳

좋은 점 첫 번째는 바로 근무환경이다. 지난 레터에서 썼듯 한국과 비교하자면 훨~~~~~~씬 일하기 편한 곳이 많다. 중소기업이어도 야근이 드물고 공휴일엔 무조건 쉰다. 간혹 변호사나 광고 에이전시같은 예외적인 직군도 있지만 대체로 점심시간 1시간 포함 9시-5시까지다. 요즘엔 주 4일 근무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 이후로 대기업이 아니어도 주 1-2일 재택근무는 초기화가 되었다.


그리고 물가가 높은 대신 인건비도 높다. 그 말은? 나도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점. 해외여행 가면 평일 저녁이랑 주말엔 문을 닫는 곳이 많지 않은가? 영국도 그렇다. 따지고 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존중받는다는 의미인 거다. 영국은 그렇게 딱 노동시간만큼만 일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그 노동의 가치를 존중해준다. 주말이나 퇴근 후에 답장이 없는 걸 이해하는 분위기이다. 일 외적으로도 신경써야 할 게 많은 한국의 근무환경보다 훨~씬 일하기 편하다.


나같은 경우 디자인 직군인데 영국에서 일하는 게 훨~~~~~씬 낫다. 프리랜서인 경우 건당이 아니라 시급/일급으로 받는다. 즉, 프로젝트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돈을 정당하게 더 벌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일하는 모션그래픽 분야는 중견급 프리랜서라면 보통 하루에 £300(약 51만원) 벌 수 있다. 내가 한국에서 크몽으로 프리랜서 일을 했을 때 현타가 올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했다. 영국은 작업의 강도에 상관없이 무조건 절대 시간으로 맞춰서 준다. 솔직히 한국에서 제대로 외주일을 해본 적이 없어 이 비교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영국에서는 아이콘 애니메이션 하나를 하루 작업하면 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근데 한국? 나... 크몽에서 5만원 받았다... 거기에 크몽이 수수료 떼가면 3만 9천원...이러니 내가 영국에 다시 가고 싶지 않겠는가? ㅜㅜ



또 영국은 프리랜서 평균 비용을 알 수 있는 게 너무 좋다. 한국은 프리랜서 구인광고가 어딨는지 잘 모르겠고 크몽에 가격경쟁으로 올려야만 클라이언트를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영국은 구인광고 플랫폼에 있는 프리랜서 광고에 투명하게 올라온 일당 가격을 보고 요즘 시세가 어떤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연봉 또한 마찬가지다. 광고에 공개하는 경우가 많아서 트렌드를 파악하기 편하다. 내가 한국에서 프리랜서로 어떻게 해야 돈을 잘 버는지 몰라서 그러는 걸 수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영국에서는 프리랜서를 잠깐 했을 때조차 일거리에 접근하기 훨씬 쉬웠다.


내게는 이게 영국으로 돌아가려는 가장 큰 이유다. 내가 연차를 쌓아가며 얻은 기술을 인정받는 느낌이 드니까 물가가 아무리 비싸다한들 나 또한 비싸게 받으니까 차라리 그게 기분이 더 좋다. 내가 이러려고 10년동안 고생했나 싶지 않도록 대우를 잘 해주니까. 



좋아2. 자유로움 

한국에서 길거리에는 '흡연금지', '광고물 부착 금지', 잔디밭에는 '들어오지 마세요', 화장실에는 '휴지는 휴지통에 버려주세요' vs '휴지는 변기에 버려주세요'란 말 너무 익숙하지 않은가? 난 누가 나한테 잔소리하는 게 싫어서 어딜 가나 일단 무슨 규칙이 써있지 않나 미리 눈치부터 살핀다. 자동으로 말 잘 듣는 습관이 배어있는 것이다.


반면 영쿡? ㅎㅎㅎ WHATEVER 쌈마이웨이~~~ 물론 영국인이 'Sorry'와 'Thank you'를 입에 달고 살지만 그렇다고 우리처럼 남의 말을 잘 듣느냐? NEVER. 지 하고 싶은 대로 산다. 때로는 그게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대세라는 게 없다. 한국은 무엇이 되었든간에 거대한 주류에 코딱지만한 비주류로 이루어진다. 유행도 많이 돌지만 영국? 그런 거 없음. 옷을 예로 들어보겠다. 영국은 펑크족, 고스족, 얼굴 곳곳에 피어싱 뚫은 사람, 전신타투한 사람 등 사람마다 스타일이 달라서 평균 스타일을 정의내릴 수가 없다. 파티 한 번 한다? 얼굴에 반짝이 묻히고 형광 레깅스에 날개까지 다는 사람 흔하다. 옷 못 입는 사람들은 사방에 깔렸다. 유행따윈 없다. 내가 편하게 입는 게 곧 내 스타일~



그러니까 한국에서 깔끔하고 튀지 않는 색만 입었다면 여기 와서 좀더 컬러풀하게 입어도 아무도 신경 안 쓴다는 거~! 나는 이번에 가면 여전히 도전하기 힘들었던, 몸매가 드러나는 스타일을 도전해보려고 한다.

 

처음에는 영국도 일반화할 수 있는 줄 알고 영국인/유럽인 친구들 스타일에 맞춰서 행동하려고 했었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 A는 햇빛을 좋아했는데 B는 그늘을 좋아하네?', '어라? C는 성형같은 인위적인 거 극혐했는데 D는 아예 수술을 자주 하네?' 이런 경우가 많아졌다. 너무 헷갈렸다. 영국 문화에 맞춰서 나를 보호하려고 했는데 말이다. 내가 따라할 주류 집단이 없으니까 결국엔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게 답이었다. 너무 제멋대로 굴면 다른 사람들이 욕 안 하냐고? 욕은 하는데 그게 한국처럼 거대한 집단이 되서 비난하지 않는다. 자기 기준으로 비윤리적으로 행동했다고 해도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바들바들이 아니라 '헐 뭐야~' 이정도? 한국만큼 뜨겁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점점 편해졌다. 내 의견이 있으면 더이상 눈치 보지 않고 그냥 말하곤 했다. 예를 들어 하우스 파티로 친구집에 놀러갔는데 영국애들이 저녁도 안 먹고 바로 술을 마신다면? 당당하게 이렇게 말한다. "난 배고파! 한국은 술 먹을 때 음식이랑 같이 먹어서~ 얘들아 난 음식 배달해서 좀 먹을게. 혹시 음식 시킬 사람 있니?"



좋아3. 여유로운 분위기

물론 런던은 대도시니까 바쁘게 돌아가긴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서울에서보다 훨씬 여유가 있다. 음, 아무래도 퇴근 후의 삶이 있는 게 가장 큰 요인이지만 그 외에도 여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환경으로 둘러싸인 것 같다. 어느 동네에 가도 작더라도 꼭 공원이 있다. 해가 나기만 하면 돗자리도 없이 선글라스 하나 끼고 공원에 드러눕는 사람들이 많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혼자 벌러덩 드러누워서 하늘 보고 책을 읽곤 했다. (한국인이라 돗자리는 가져감ㅎㅎ)

내가 좋아하던 런던필드


또 의외로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갤러리나 미술관이 많아서 예술문화에 접근하기 쉽다. 런던엔 무려 11개의 국립미술관을 포함해 192개의 뮤지엄이 있다. 나는 주말에 친구랑 연습장에 펜 하나 들고 영국 박물관에 가서 고대 동상을 보며 스케치를 하곤 했다. 이런 게 자연스러워서 미술관엔 접이식 의자가 많이 배치되어 있다. 또 '런던'이라는 브랜드값으로 전세계 탑 아티스트들은 순회공연할 때 런던을 절대 빼놓지 않는다. 전세계 최고의 문화예술을 접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이런 여유 어떤가? 생각만 해도 숨이 쉬어지지 않나? 



좋아4. 의외로 맛집 많고, 식재료가 저렴

영국 음식... 음 사실 딱히 인상 깊을 정도로 좋아하는 영국 음식은 없다. 이게 요리한 거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재료를 나열한 듯한 요리가 많아서... 유명한 건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선데이 로스트, 피쉬 앤 칩스 정도니까.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건 칩스다. 감자 두께가 두터운 프렌치프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ㅎㅎ 이게 요리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대신 런던엔 다른 나라 맛집이 많다. 특히 아시아 음식이 맛있다. 한국에도 요즘엔 흔해졌지만 나는 여기서 아시아 음식에 눈을 떴다. 태국, 인도, 베트남, 일본, 핫팟, 훠궈, 딤섬 그리고 한식까지 어딜 가도 웬만해선 평타는 친다. 근데 문제는 외식비가 비싸다는 점. 그래서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 게 흔하다. 다행히 식재료는 외식비만큼은 비싸지 않다. 인건비가 높아서 외식비도 비싼 것 같다. 그러다보니 나도 처음엔 신라면만 먹다가 점점 더 맛있는 걸 먹고 싶어 요리실력이 늘었다. 잔치국수가 너무 먹고 싶어서 직접 해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코로나로 락다운됐을 때엔 친구들과 수육은 기본, 양념치킨, 꿔바로우까지 직접 해먹었다. 이제는 김치까지 담궈 먹는 친구들도 있다. 그야말로 요리실력 갑이 되는 나라다.



그래서 런던에 살고 싶냐고 묻는다면

위에 네 가지 '팍팍'이 있어도 네 가지의 '좋아' 덕분에 런던에서 먹고 살 만하고 생각한다. 내가 열심히 일한 만큼의 대가를 존중받을 수 있고 내 개성대로 살며 공원에 슝 드러누워 살 수 있으니까. 힘들지만 기꺼이 도전할 만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런던에서 살아남으면 어딜 가나 살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다는 뜻이기도 하고! 듣고나니 어떤가? 살 수 있을 것 같은가? 어찌됐든 나의 솔직한 이야기가 도움이 됐기를 바란다!



꼬릿말 01


위 글은 제가 정기적으로 보내고 있는 뉴스레터 <그래서 영국이 어땠냐면>의 원문을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영국과의 문화차이 관련 글을 더 읽고 싶으시다면 뉴스레터 <그래서 영국이 어땠냐면>을 구독해보세요!

https://maily.so/ss.in.london


꼬릿말 02

혹시 런던에 살 예정인가요? 

장은 어디서 보고, 생활용품은 어디서 사야 하는지, 집은 또 어떻게 구하지?

막막하시죠 ㅜㅜ 매번 검색하는 것도 피곤하실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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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하기, 런던의 대중교통, 핸드폰 개통부터 구직사이트, 로컬들이 잘 아는 미술관, 작업하기 좋은 카페 등 7년 런던 현지인으로서 깨알 정보를 정성껏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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