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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하 Sanha May 10. 2023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스텝 #1

또다시 스텝에 지원하게 된 이유


24살의 봄, 나는 두 번째 게스트하우스 스텝에 도전했다.


21살때 우도에서 찍은 사진



첫 번째는 21살 때였는데, 그때의 제주도는 내 차선책이었다.


어쩌다 보니 19살에 취업을 했고 2년만 버티자 라는 마음으로 회사를 다니던 시절, 퇴사하면 무엇을 할지 상상했다.



19살 이전의 나는 하고 싶은 게 없고 그저 정해진 루틴을 따르며 그 속에서 소소한 재미를 찾는 아이였는데

'회사'라는 너무나 새로운 상황에 처해서 그럴까?

스스로 느끼기에 너무 힘든 상황이 되니까 하고 싶은 게 자꾸 생겨나기 시작했다.




처음 생각한 건 여행이었다.

어디든 이 네모난 건물과 답답한 그 지역을 벗어나고 싶었다.

(뭐 나중에 회사에 적응하니 그냥 머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입사 초반 6개월을 버티게 해 준 건 친구들과 짧게 떠나는 국내여행이었다.



남원 광한루 600주년 축제 / 부산 여행



퇴사하기 전 나에게는 한 가지 목표가 있었는데, 바로 3천만 원 모으기였다.

 

입사하자마자 신청한 내일채움공제가 있었기 때문에

1,600만 원 + 퇴직금 + 적금 = 3,000만 원 가능할지도..?

라는 계산이 떨어졌다.


그중 1,000만 원을 해외여행에 사용하려 했는데

일단 다낭이나 차잉마이에 숙소를 잡아 한 달 정도 머물고 다음을 계획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퇴사 6개월 전에 코로나가 터지고 말았다.


나는 무조건 여행을 떠나야겠는데 해외의 하늘 길은 모조리 막혀버린 상황.


조금 슬프고, 꽤나 짜증 나긴 했지만 혼자 가는 해외여행이 무섭기도 했어서 빠르게 국내로 눈을 돌렸다.


회사에 들어가기 전 레스토랑에서 짧게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주방에서 일하던 언니가 한 달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놀러 갔던 게 생각났다.


당시에는 낯도 많이 가리고 여행도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그때의 상황이 번뜩 떠올랐다.


'그래, 제주도를 가자!'


퇴사 후 남는 게 시간이라 바로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카페에 가입했고

2곳에 지원 후 먼저 연락 온 곳으로 떠났다.





첫 게스트하우스 스텝들과 찍은 사진



21살의 제주도를 지금 떠올려보자면

[에덴동산]



안 좋을 일도 있었지만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

그저 하루종일 웃고 떠들고

10년 동안 알고 지낸 친구와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던 기억만 남았다.


나도 헐벗고, 상대방도 헐벗은 상태에서 서로를 대했다.

그렇기 때문에 허물없이 마주 보며 뛰놀던 에덴동산.


제주도는 나에게 그렇게 기억되었고 3년이 지난 지금,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 다시 한번 제주도에 가고 싶었다.




첫 번째 제주도 생활을 끝내고 3년간 나는 나름 많은 일을 했다.


요리를 좋아해서 중식 조리사 자격증을

베이킹을 좋아해서 제과 자격증

젊은 나를 남겨놓고 싶어 스냅사진을 찍고

혼자 살아보고 싶어 자취를 시작하고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 물감을 사서 그렸다.






아르바이트하는 것도 좋아해서

베이커리

카페

샤브샤브집

공장

등 다양한 곳에서 일을 했다.





슬슬 고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싶어

UXUI 웹디자인 학원에 등록해 프로그램들을 배웠다.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하지?라고 묻는다면

'이 모든 일의 시작이 제주도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제주 게스트하우스 스텝은 나에게 첫 도전이자 첫 성공이었다.

정말 내가 원해서 시작한 첫 번째 도전.


처음이 순조로웠기에 다음 일도 힘차게 도전했고

다양한 성공과 실패를 겪었다.




사람들은 마음먹고 시작하기 까지가 어렵다고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시작은 어렵지 않다.

정말 어려운 건 시작한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이다.


모든 일의 시작은 재미있다.

하지만 반복은 사람을 지루하게 만들고 권태는 그 일을 포기하게 만든다.


이러한 반복과 권태를 이겨낼 수 있는 건 성공의 경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24살 두번째 제주도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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