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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하 Sanha Nov 18. 2022

감정의 부당거래

동등하지 못한 마음

 







난 예전부터 이상하게 단호한 순간들이 있었다.


한 가지 예시를 들자면 초등학생 때 4년간 인터넷으로 만화를 즐겨 봤었는데,


어느 날 학원가는 버스에서 '이제 만화 그만 봐야겠다' 생각한 순간 단 한 번도 보지 않았다.


그게 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라서 10년은 더 지난 일인데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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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 특징은 인간관계에서도 드러날 때가 있었는데 아마 중고등학생 때 일인 것 같다.


정말 재밌고 친해지고 싶은 아이가 있어서 열심히 다가갔다.


하지만 그 아이는 나에게 큰 관심이 없었고 감정이 있는 존재라면 누구든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알게 된다.


돌아오지 않는 애정에도 그 애가 좋아서 계속 다가갔다.


내 이야기를 재밌어하는지 눈치 보고, 나와 있는 게 지루할까 봐 계속 새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그 애가 웃으면 나도 기분이 좋아지고 뿌듯함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동등하지 않은 마음의 무게에 지쳐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이렇게 노력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감정이 식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감정이 이성보다 앞설 때가 있다.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이렇게 나를 지치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걸 잊었던 거다.


이성이 지쳐버린 감정을 따라잡아 뒤통수를 때려준 것처럼, 혹은 어두웠던 방에 전구가 켜진 것처럼.


만화도, 좋아했던 마음도 나에게 불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거다.


세상의 모든 것은 없어지면 새로운 것이 자리를 채운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


 만화를 없앤 인생에 소설이 생겼고, 사람을 비우니 다시 사람이 채워졌다.









 나는 애초에 내가 우선인 사람이다.


그래서 무언가 떠나가든, 떠나보내든 크게 힘들지 않다.


내가 제일 소중하니까 다른 외부의 것들로 나를 힘들게 만들고 싶지 않은 거다.

















 사람은 절대 가진걸로만 살 수 없다.


사회에서는 돈을 주고받고 관계에서는 마음을 주고받는다.


 돌아오지 않는 마음은 부당거래나 마찬가지다.


이런 거래를 주고받으면 손해는 계속 커질 뿐이니 결정해야 한다.


각고의 노력으로 바로잡을지, 아니면 그냥 새로운 거래처를 찾을지.


개인적으로 나는 새로운 거래처를 찾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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