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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힘내자 Feb 23. 2023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

스티븐 킹



티비에서 김구라가 말하는 것을 보며 느낀 것은 김구라는 '사실'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는 것이다.

"사실은 말이죠.", "사실 우리가", "사실 그것은요"

유튜브에서 김구라 인터뷰 영상을 찾아보라. 그의 습관 언어이다.

이름은 구라인데 시작하는 말마다 '사실'을 붙이는 걸 보고  재미있는 사람이네 라고 생각했었다.

(여기서 재미가 어떤 의미인지  알거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언어에 자신감이 넘쳐서 그러는 것일까, 자신이 없어서 그러는 걸까.




내 언어 습관도 생각해본다.

나는 전라도 사람답게 '겁나'와 '오지게'를 겁나 오지게 많이 쓴다.

 

겁나

[부사] <방언> ‘굉장히’의 방언 (경상, 전남)


오지게

[부사] 실속이 있게 속이 꽉 차 있다.


내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의미이자 내가 하는 말에 힘을 실어주고자 함이다.


"이거 겁나 맛있다니까? 먹어봐!"

"아~ 오늘 손님들이 오지게 많이 와서 힘들었당께."


그냥 맛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겁~~~~~나 맛있다의 느낌은 정말 다르다.

그냥 맛있다보다 겁나 맛있다고 해야 마음이 더 기우는 것 같다. 꼭 먹어봐야 할 것 같고.

그냥 손님이 있었다와 오지게 많이 왔다의 느낌도 다르다.

내가 오늘 힘들었다는 것을 무조건 강조해야 하기 때문에 꼭 써야하는 말인거다.


홈쇼핑에서도 물건을 팔기 위해 습관적으로 '부사'를 갖다 붙인다.


"지금 주문을 엄청나게 많이 해주시고 계세요."

"와~ 이거 너무너무 좋아요. 진짜 후회하지 않으실거에요."


쇼호스트의 부사로 범벅이 된 문장을 들으며 우리는 손을 바쁘게 움직이게 된다.




부사는 다른 말 앞에 놓여 그 뜻을 분명하게 하는 품사이다.

말을 맛깔나게 만들어 주고 꾸며주는 말들이다.


사람이 멋져보이기 위해 화장을 하고 멋진 옷을 사 입듯이 글도 그렇게 보이기를 바라는 마음에 부사를 쓴다고 생각한다.

화장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고 악세사리를 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 내 글에 부사가 없으면 맛이 살지 않는걸 어떡해.


은유작가와 유시민작가는 좀 더 간결하고 정확한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부사를 빼도 된다고 한다.

'사실과 근거가 탄탄하면' 부사 따위는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은유 "쓰기의 말들" p.171)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는 내 글에 자신이 있는가.


자신이 없다.(여기에 ㅠㅠㅠ 혹은 '흑'을 붙이고 싶다)

글쓰기 초보자라서 부사를 범벅해서라도 페이지를 채우고 싶고 내 글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그러나 유명한 작가들이 부사는 되도록 쓰지 말라고 하고, 스티븐 킹도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고 하니 안 써보도록 노력해야겠지.

좀 더 정확한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계속 생각하고 읽고 쓰는 연습을 해야겠다.

나는 지옥 가기 싫어.




글을 완성하고 없어도 되는 부사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체크해본다.(진한색 글자)

문장에 꼭 필요한 부사라고 생각한 것은 진하게 하지 않았다.

부사에 관한 글을 쓰기로 해서 의식하기도 했지만 혹시나 내가 확인하지 못한 부사가 눈에 띄거나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눈에 띄더라도 이해해주길 바란다. 아직 글쓰기 초보자이다.


일부러 수정하지 않겠다.

얼마나 많은 부사들을 쓰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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