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모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1년 동안 아침에 열심히 써보자' 같은 무리한 계획은 조만간 실패할 거라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 안 해도 지겨운 것을 못 참고 조금 익숙해지면 금세 다른 흥밋거리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라서 긴 목표설정은 하지 않는다.
40년을 무리한 계획으로 무수한 실패의 경험을 한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는 대충 알게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나는짧은 목표점을 잡아야 한다.
김애리작가님의 책을 읽고 매일 뭐라도 쓰기로 마음먹은 후부터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블로그에 짧은 글을 남기기로 했다.
그때의 목표는 일주일.
딱 일주일만 해보자며 인스타에도 인증을 남기기 시작했다.
스스로 파이팅을 외치는 나에게 한 친구가 남겨준 응원의 말은 "21일만 익숙해지면 습관이 된대!"였다.
그래? 그렇다면 21일만 해보자! 21일이면 3주! 오케이!
3주면 한 달도 아니니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첫 3주 동안 새벽 기상과 글쓰기를 성공했다.
D-100 이런 숫자는 나에게 엄청난 압박감을 준다. 그리고 지. 겹. 다!
언제 끝나나 싶고 그냥 포기하고 싶어 진다.
그러나 D-14는 이제 목표점이 무척이나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로 인식된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10부터는 디데이가 기다려진다.
내가 21일이면 습관이 된다고 디데이를 물어본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그 친구는 66일을 얘기했다.
하긴, 21일로 습관이 잡힌다는 게 좀 의문이긴 했다. 너무 짧긴 해.
그렇다고 못할쏘냐! 21일을 세 번만 하면 63일이 되는 거잖아!
오케이. 이것도 접수.
혹시라도 3주가 지겨워지면 그땐 다시 일주일 글쓰기로 바꾸면 된다.
D-7부터 시작이니까.
한 호흡의 단위 정하기. 일상의 고행길을 헤쳐 나가기 위한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쓰기도 걷듯이 하고 있다. 원고지 30매를 쓰려면 막연한데 5매씩 여섯 단락 쓰기는 만만하다. 9매짜리 원고가 90매처럼 압박감이 들 때면 3매씩 세 단락 쓰자고 셈한다. 조삼모사의 정신 승리 셈법이지만 요긴하다. 은유 "쓰기의 말들" p.209
은유작가도 짧은 글을 붙여서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고 한다.
아이고, 작가님. 이런 말씀 정말 위안이 됩니다. 하하!
강원국작가도 문단(단락) 중심으로 써보라고 했다.
문단 덩어리를 써서 조립하라는 것.
유명한 작가들도 마찬가지구만.
일필휘지로 글을 써 내려갈 힘도 능력도 없는 나에게 정말로 좋은 꿀팁이다.
한 문단씩 써서 붙이면 긴 글이 되는 거니까.
내가 지금 습관 잡기 위해 설정한 목표와 비슷하게 느껴져 꼭 기억하고 싶다.
조금씩 조금씩 완성한 습관으로 큰 목표를 이루는 것.
아직은 미라클모닝과 짧은 글쓰기만 하고 있지만 1년 후, 이것들이 모여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지, 나에게서 어떤 글이 나올지는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