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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온달문화축제 -2편

온달 구조대가 도착했습니다

by 유희나

단양 대표 가을 축제 온달문화축제가 10월 26일 일요일 마무리 됐다.

한 동안 브런치에 글 한편을 제대로 올릴 수가 없었다.

문화예술과 주무팀 차석으로서 두 아이 얼굴조차 볼 수 없는 나날을 보내다 보니 글 한 줄 쓰는 것도 나에겐 사치였다.

이제야 한숨 돌리며 지난 몇 주간의 축제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한다.





축제는 날씨가 반이다.

프로그램도 중요하고 공연도 중요하고 안전도 중요하지만 축제 담당자로 6개월을 지내보면서 깨달은 점은 하늘의 기운! 날씨! 날씨! 날씨야 말로 축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지난 5월 철쭉제는 4일 중 이틀이나 비가 왔다. 심지어 장대비가 내렸다. 이상기온으로 날이 덥다 해도 빗 속에서 펼쳐지는 밤공연은 아이들과 어르신들에겐 가혹했다.


이번 온달문화축제는 3일 내내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이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쏟아지는 비 때문에 울고 싶었는데 축제 3일간은 아름답고 쾌적한 가을 날씨를 선물로 받았다.

이번 축제는 날씨가 날 울게 하고 웃게도 한 새옹지마 축제로 명명할 참이다.


단양군은 규모가 큰 축제는 주로 수변무대에서 야간공연을 함께 펼쳐왔다. 아름다운 강을 무대로 펼쳐진 멋진 자연 속 콘서트장에서 기암절벽과 야경을 바라보며 공연을 즐기는 것이 이곳의 암묵적 룰이다. 단지 가파른 계단과 우중 공연 시 미끄러운 환경 때문에 안전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단점이 있긴 해도 몇 차례 반복을 통해 적절한 진행법을 익혀온 상태라 그래도 우리의 머릿속에 공연장은 항상 수변무대였다.


그런데...

몇 주간 퍼부은 비로 수변무대가 잠겨버렸다. 축제를 일주일 남겨두고...

축제란 것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란 얘기도 있지만 이렇게도 하늘이 원망스러운 적이 없었다.

수많은 허가와 절차, 계획서와 보고회, 마무리된 일정들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심지어 이 와중에 충북도청과 행정안전부까지 단양을 지목해서 축제장 안전점검을 하겠단 통보를 받기까지 했다. 그냥 사표를 내고 잠적을 할까도 생각했다.

몇 주간 마무리한 모든 것을 다시 해야 한단 그 암담함 속에 그것도 고작 4일이란 짧은 기간 안에 끝내야 한단 충격적인 명령 앞에, 지금 이 순간 이곳만 아니라면 좋겠다 생각했다.


플랜 B를 찾아라!

그것이 이 번 축제의 첫 번째 과제였다. 고작 나흘을 남겨두고 말이다!


공설운동장으로 축하무대를 옮겼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풍물시장도 들어올 수 없게 되고, 고구려 행렬도 노선이 변경됐다. 도로점용과 가설건축물 허가 등 모든 것을 다시 받아야 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3일이었다. 적어도 직전 하루는 어떤 일도 할 수 없으니 여유라곤 3일뿐이었다. 이미 심의를 마무리한 안전관리기본계획마저 다시 작성해야 했다.


위기 속에서 힘이 된 것은 동료들이었다. 절망 속에서도 구조대는 있는 힘껏 달려왔다.

그것이 조직의 힘이고 구성원들의 힘이다.


정말 모든 것들이 하루 안에 진행될 수 있도록 함께 도왔다. 빠른 인허가를 위해 함께 방법을 찾아주고 서류를 들고뛰었다. 빠른 결재를 위해 팀장님도 과장님도 사무실을 비우지 않았다. 우리에겐 하늘만 원망하고 앉아있을 여유 따위가 없었으니까.


구조대가 달려올 때마다 일어날 수 있었다.

계속 바뀌는 계획 때문에 교통통제반을 짜는 것도, 요일별 안전관리자 배치도를 짜는 것 마저 모든 것들이 급히 변경되고 통보됐다. 모두들 이렇게 즉흥적으로 쏟아지는 축제팀을 얼마나 미워할지 매일이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심의를 받아냈고 축제는 시작됐고 단양군 모든 공직자들은 축제장 곳곳에서 각자의 역할를 성실히 수행했다.

"힘들었죠? 너무 고생하셨어요"라고 먼저 인사해 줬다.

모두를 힘들게 한 죄인 같은 나에게 직원들은 어깨도 두드려주고 하이파이브도 하면서 축제의 시작과 마지막을 함께 했다. 200명이 넘는 행렬을 인솔하며 도로를 막았을 때도 누구도 푸념하지 않았다. 민원인들의 항의가 빗발칠 때도 머리 숙여 안내하는 동료들이었다.


행사장 곳곳에서 급량비 9000짜리 식권 한 장으로 점심 한 끼를 때우고 짐을 나르고 차를 안내하고 끓임없는 회의에도 군소리 없이 참여해 준 동료들에게 감사함을 우선 전한다.


을아단(영춘면 옛 지명)에서 온달의 전투가 시작되고 축제의 소용돌이에 빠진 날 구하기 위해 구조대가 속속 도착했다. 단양군 660명 공직자와 단양문화원이 함께하는 제27회 온달문화축제가 정말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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