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시간여행
27회를 맞는 이번 온달문화축제의 주제는 고구려로 떠나는 '시간여행'이었다.
짧지만 강렬한 3일 동안
고구려인이 되어 역사 속 주인공이 되어보자는 것이 이번 축제의 방향성이었다.
영춘으로 진입하는 군간교 다리 위에 고구려 병사들의 초소를 꾸렸다.
두 명의 병사는 을아단으로 들어선 모든 이들에게 두 손을 들어 환영인사를 한다.
군간교라는 다리 이름이 이미 군사들의 초사가 있던 다리라는 뜻이기도 했다.
다리를 건너 을아단으로 들어서면 이제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된다.
축제장에 들어선 모든 이들은 고구려 복식을 입고 올해 처음으로 준비한 조우관 깃털을 착장 한다.
의복 없인 입장할 수가 없다.
복장을 2000벌 이상 준비했다. 혹여라도 옷이 모자랄까 봐 여벌로 800벌을 더 준비해 뒀다.
조우관 깃털은 철쭉제를 준비하며 예쁜 철쭉머릿핀을 만들어낸 여성취업지원센터에 몇 달 전부터 의뢰를 했었다. 아무리 시골 축제라지만 촌티를 꼭 걷어내고 싶었다. 축제장에 블랜딩을 만들어내자는 것이 나의 일관된 의지였다.
큰돈 들이지 않고도 멋지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액세서리를 만들어 달라 센터장님을 만날 때마다 부탁을 드렸다. 조우관 깃털!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뭐 별거냐?라고 돼물을 수 있겠지만 난 이번 축제에서 가장 만족하는 것이 이 깃털머릿핀이다.
이제 5월 철쭉제에선 철쭉을 10월 온달문화축제에선 예쁜 깃털을 새로운 축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됐다.
나에겐 꼭 해결하고 싶었던 중요한 숙제였고 목표였다.
옷도 멋지게 차려입었으니 예쁜 복주머니에 엽전을 담아 체험장으로 떠나면 된다.
올해는 체험부스가 조금 아쉬웠다. 저잣거리를 꾸리고 체험비를 내면서 민속놀이를 즐기자는 것이 매년 콘셉트이긴 했으나 저잣거리로 진입하기 전에 이미 다양한 부스에서 행사를 체험하면서 유료 체험은 인기가 조금 식은 감이 있었다. 그래도 옛스러운 곳에서 포즈도 취해보고 황궁 위에 멋지게 앉아 사진을 찍어보는 이색적인 경험도 하면서 청명한 가을 하늘과 어울리는 인생샷 몇 장은 건질 수 있는 행사다.
올해 행사에선 조금 신경 쓴 부분이 있는데 읍면전통놀이 대항전과 온달산성으로 떠나는 역사버스투어 그리고 승전퍼레이드였다.
주민참여형 축제를 만들기 위해 8개 읍면 민속놀이 대항전도 열어보고
관광지 뒤편 온달산성 주변 전망대까지 문화해설사와 함께 하는 역사버스투어도 준비했다.
특히 6년 만에 부활한 승전퍼레이드는 200명이나 되는 주민들과 전문공연단체, 농악단이 어우러져 즐거운 경험과 볼거리를 제공했다.
지금이야 돌아보면 어떤 정신으로 지나간 건지 잘 기억도 나지 않지만 당시엔 3일의 시간이 녹녹지 않았다.
일정에 맞춰 수많은 사람들을 대기시키고 인솔하고 협의 보고 설득하고 가끔은 정말 엄청 화도 내면서 축제를 마무리한 거 같다.
내년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한 해 더 축제를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축제에 임박해 속사정을 살펴볼 땐 밉고 아프고 화 낼 일 투성이었지만 행사가 끝나고 한 걸음 지나 돌아보면
축제만큼 웃으며 신나게 보낼 일이 어디 있을까 싶다.
주민들이 즐거웠으면 됐다. 사고 없이 잘 끝났으니 정말 땡큐다.
내년에 좀 더 풍성한 축제로 촘촘히 준비해서 멋지게 다시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