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다이어리
나의 존재만으로도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어
부모에게 상처를 받은 아이들. 시간이 흐르며 감정은 점차 희미해지고, 아이들은 자란다. 어른이 된다. 그렇게 사치, 요시노, 치카는 나고 자란 바닷가 마을 가마쿠라의 낡은 가옥에서 함께 지낸다. 어느 날 들려오는 아버지의 부고 소식.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 가정을 깨뜨린 아버지라는 존재. 그의 장례식장에서 처음 만난 이복 여동생 스즈. 어린 스즈의 삶도 본인들 만치 고단했을 거라고. 아픈 아버지를 돌보아준 마음, 홀로 남겨진 마음, 그런 마음은 무어라 할 수 있을까?
스즈, 가마쿠라에 올래?
우리 집 많이 낡았지만 넓어
다 일하니까 너 하나정도 먹여 살릴 수 있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는 어렵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소재를 비틀어 작은 공간을 만든다. 그 작은 공간에 언젠가는 생각해 봤을, 혹은 미처 알아채지 못할 문제들을 끄집어낸다. 그것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과정은 몹시 고요하다. 사사로이 일상적이다. 고요한 일상의 움직임에서 마음속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 어려움을 덤덤하게 풀어나가는, 읊조리는 듯한 대사와 물결처럼 찰랑이는 음악이 참 좋다.
누구의 탓도 아니야.